한울이가 요즘 와서 부쩍 하늘 이야기를 합니다. 언제나 올려다 볼 수 있는 하늘이 아니라 하늘나라를 말하는 것인데 뭐라고 대답해야 할 지 난감할 때가 많습니다. 사람이 태어나 살다가 언젠가는 죽어서 하늘나라로 간다는 말은 쉽게 해보지만 귀가 어두운 척 사오정마냥 구는 여섯 살배기의 궁금증을 풀어주기에는 턱도 없습니다.
"아빠가 죽으면 하늘나라로 가?"
느닷없이 죽는다는 말이 나와서 기분이 찝찌름하지만 있는 그대로 말은 해주어겠기에,
"그렇지, 하늘나라로 가지"
"명준이 형아도 그랬지"
가까운 납골공원에 있는 조카 이야기까지 꺼내서 하늘나라 이야기를 하니 답답해지기는 하지만요.
"그럼, 하늘로 올라가면 사람 모양이 되는 거야?"
어디서 들었는지 모르지만 하늘나라로 올라간다고 하니 사람 모양으로 하늘이 바뀐다고 생각한 모양입니다. 만화영화에서 가끔 돌아가신 어머니가 하늘에서 짠한 얼굴로 내려다보는 장면을 봐서 그런 것일까요.
"그럼, 메뚜기하고 사마귀가 싸우면 누가 이겨?"
이번에는 말꼬리를 다른 데로 옮기려고 그러나 싶어 말끔하게 대답했지요.
"그거야, 사마귀가 이기지"
"그럼, 메뚜기도 하늘로 올라가겠네"
사람이 올라가니 메뚜기라고 해서 못 올라가란 법 없겠다 싶어서 그냥 재미있게 받아쳤습니다.
"그럼, 사자하고 호랑이가 싸우면 누가 이겨?"
"그리고 세균하고 내가 싸우면?"
봇물처럼 터진 물음은 끝이 없습니다. 그 싸움에서 지는 것은 하늘로 올라가는 건 당연한 것이고요. 나중에는 공룡하고 킹콩을 끌어들이질 않나, 별 상관도 없는 것까지 죄다 끌어다 싸움을 붙히더군요.
"그건 몰라. 그런데 그것들은 서로 싸울 일이 없어. 사자는 아프리카 벌판에서 살고 호랑이는 이쪽 숲에서 사니까 만날 수 없어"
"그래도 누가 이겨?"
꼭 그 말이 둘이 언젠가는 꼭 만날 거라는 것처럼 들리더군요.
"너는 왜 상관없다는데 싸움을 붙여. 그렇게 싸우면 좋아?"
"그러니까 누가 이기는데? 난 사자가 이길 것 같은데?"
말을 꺼낸 이상 이기고 지는 것을 봐야만 하겠다는 것인지 제 멋대로 결정해 버리고서는 다시 하늘 이야기를 하는 한울이.
"나도 하늘로 올라가?"
된장에 무 박듯 결정판이 나오더군요. 끝내 그게 궁금했나 싶기도 하고 있는 그대로 말해주기도 그래서 얼버무리고 말았지요.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돼"
이 녀석이 알아들을지는 모르겠지만 그 선에서 끝내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이 녀석이 드디어 큰 일을 저지르고 말았더군요. 고모나 외할머니처럼 가끔 만나는 사람에게도 물어대더니 큰 사고를 치고 말았습니다. 그 때 일을 정리하자면 이렇습니다.
"할아버지, 몇 살이에요?"
"칠십 다섯 살이지"
"그럼, 할아버지가 하늘에 가장 먼저 가겠네요?"
"뭐라고?"
"그 다음에는 할머니, 그 다음에는 아빠.."
2008년 4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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