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도서관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작은도서관은 연초에 작은도서관 지원사업 설명회를 거쳐 운영평가지표에 적용되는 증빙서류를 내고 현장 실사를 거쳐 한 해의 살림살이가 결정된다. 운영비(사업비로 바뀜)와 도서구입비 등이 결정되어야만 독서 문화프로그램을 기획하거나 서가와 도서 구입이라는 난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도 2차에 걸쳐 인원 제한과 자리 제한을 하면서 설명회를 했고 평가지표에 맞춰 순위를 매기고 사업비와 도서구입비 등의 혜택을 받았다.
올해는 무엇보다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해 많은 도서관이 문을 열지 못했기에 평가를 어떻게 할 것인지가 관심사였다. 몇 차례 정책팀과의 간담회를 통해 특수한 상황에 맞는 평가지표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오고 갔기 때문에 큰 이견 없이 듣고 공모 기간을 기다려 보자는 뜻으로 가볍게 갔다.
그러나 작은도서관마다 처한 상황이 비슷하면서도 다른 부분에 대한 견해 차이는 생각보다 컸다. 우선 평가지표상 도서관 개관 시간과 대출 권수에 대한 부분을 뺀 것은 좋았다. 아파트 도서관들은 입대위에서 휴관을 적극 권장해서 거의 문을 열지 못한 기간들이 많고, 다른 형태의 도서관들도 비슷하기 때문에 큰 이견 없이 수용하는 입장이었다. 운영평가지표는 지원 사업에 적극 동참하는 작은도서관들에 얼마간의 운영비(올해는 사업비로 바뀜)와 도서구입비, 문화프로그램 등에 지원하는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작은도서관을 어렵게 운영하고 있는 모든 운영자나 자원봉사자들은 비록 사설이지만 공공성을 지켜가며 시민들에게 독서문화 공간으로서의 자리매김을 지속가능하게 해야겠다는 마음가짐이 있기에 지원 사업에 참여하는 것이다. 적당히 다들 받는 보조금이니 받아야겠다거나 평가지표를 부풀려서 더 얻어내겠다는 사심이 없으리라 믿기 때문에 평가지표 하나 하나에 긴장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날 처음 불거진 문제는 교육 점수였다. 아파트 도서관에서 온 자원봉사자(실질적인 운영자)가 평가지표에 나온 '관장의 전문성' 문제였다. 관장이 사서자격증을 갖고 있거나 기초과정을 이수했으냐에 4점과 2점을 부여한 부분이었는데 관장이 입대위 회장으로 되어 있어서(등록증상 관장이어서 실제로 교육에 참여하거나 전문성을 따질 여부가 없다는 것이 문제) 사실상 4점을 손해보고 있다는 것이다. 실질적인 운영자나 전담인력에 이어 관장의 전문성의 겹치는 상황이기도 해서 애매한 부분이다. 더욱이 해마다 관장이 바뀌는 아파트 도서관들에서는 그때마다 등록증을 바꾸어야 하는 연속성 문제가 있어서 통합하는 것이 낫지 않느냐는 의견이 많을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어느 아파트 도서관에서는 힘든 상황을 넘어 평가지표에 맞춰 다 잘 할 수 없지 않느냐는 하소연까지 나와 이야기가 길어졌다. 그러니 어떤 분은 아파트 도서관만 있느냐 다른 형태의 도서관들도 있는데 전반적으로 만족하고 넘어가자며 불편한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지속적인 운영이 어렵다는 이야기들이 나오기 시작하면 그 이야기를 끝은 결국 각자가 좋아서 자발적으로 운영하는 마당에서 지원을 위한 평가지표를 무력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쪽으로 흘러가게 마련이다. 지원 사업 설명회가 운영상 어려운 이야기를 듣자는 것이 아닌 것은 맞다. 그러나 이런 자리에서 각자의 다른 차이를 경청하는 것도 올바른 평가지표를 위해 필요하다. 정책팀이나 작은도서관 전담자들이 평가지표를 위해서만이 아니라 작은도서관의 사정을 파악하고 애로사항을 듣고 정책에 참조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공공도서관만 잘 운영하면 되지 작은도서관까지 왜 지원해야 하느냐는 볼멘소리는 더이상 통하지 않다. 작은도서관을 근간으로 한 공공도서관과 독서문화 만들기는 시대적인 사명이자 시민들이 기본적으로 누려야 할 혜택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문제는 코로나19 대응 서비스에 대한 부분이 새로 만들어졌다는 것이었다. 공공도서관이 하고 있는 드라이브 스루나 우편 배달 서비스나 비대면 프로그램을 활용한 서비스를 한 작은도서관에 모두 10점을 주겠다는 것이다. 정책팀의 설명으로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그런 서비스를 한 곳이 있기에 격려 차원에서 마련했다는 것이었다. 당연히 맞는 보상이다. 그러나 거의 모든 곳이 휴관할 수밖에 없는 특수한 상황에 맞춰 평가지표를 조정했다는 기조에 비하면 보상 점수는 앞뒤가 맞지 않는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북워킹 스루나 우편배달을 통해 대출을 해주거나 줌이나 다른 화상회의를 통해 코로나 상황을 지혜롭게 극복한 곳에 대한 보상이라는 것이 궁색해 보였다. 정책팀과의 간담회에서도 충분히 이해는 되나 미리 예고해서 그렇게 휴관보다는 적극적이고 슬기로운 서비스를 한 상태에서 했다면 모를까 갑자기 튀어나온 보상에는 모두 공감하기 어렵다는 것이 중요한 지점이었다.
아직 최종 결정된 평가지표가 아니어서 정책팀에서 협의를 거쳐 완성될 거라고는 하지만 이 과정에서 공감대를 맞춰가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것인지 실감했다. 문제는 이러한 몇 가지 점수에 의해 지원에서 배제되는 곳이 있기에 세부적인 점검과 공감이 필요한 것인데 이 지점에 과부하가 걸리면 오해가 생기게 마련이다. 그래서 늘 설명회는 개운하지 못한 뒷맛을 남기고 끝나게 마려련인 것 같다. 모두가 다르기 때문에 세세한 평가지표와 작은도서관 정책을 통해 만들어가는 지난한 과정이 필요한 것이다. 오래 걸리더라도 백여 개가 넘는 청주시 작은도서관들이 각자 다름을 인정 받고 적극적인 운영을 할 수 있도록 올바른 평가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지원 사업에 뛰어든 것이 운영을 잘 해보자고 하는 것이면 지속가능한 도서관 체계를 갖추고 전담 인력을 비롯한 관장과 자원봉사자간의 실질적인 화합과 지원이 이루어져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작은도서관의 역사와 위상을 지켜가기 위해 지원 대상자부터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 많다. 그래서 늘 어렵게 운영하면서 긴장하고 그에 따른 스트레스를 받거나 경제적인 압박을 받는 가운데 노력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런 부분이 잘 지켜져야 온갖 삿된 것을 이겨내고 지원받고 지원해 주어야 하는 문제에 대해 떳떳해질 수 있는 것이다. 그것만이 진정한 평가대상이다. 평가지표도 그 위에서 기분 좋게 맞추어 가야 할 정성 평가일 뿐이다.
올해 평가와 지원이 이루어지고 난 뒤에 국가 차원에서 작은도서관 지원 조례를 개정하면서 다시 한 번 평가지표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모 대학 산학협력관 주관으로 광역과 지자체와 작은도서관 평가지표를 개선하다는 것이다. 많은 부분이 현실에 맞게 개선되는 것은 눈에 띄게 바뀌었다. 그러나 공동주택법에 의해 정해진 작은도서관의 면적이 상향된 것이나 직원 채용과 함께 사서자격증 요구 등 많은 부분이 작은도서관에는 가혹하게 적용된다 싶다.
작은도서관들과 관련 단체들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반영한다고 하였으나 크게 바뀔 것은 없을 것 같다. 처음 시작했을 때의 초심과 즐거움이 사라지지 않을까 걱정된다. 대부분의 작은도서관 운영자들은 빈익빈 부익부 속에서 갈수록 상처 받고 힘들어하는데 평가지표에 따른 작은도서관 현실을 더 좋아지고 있다는 소리를 듣고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