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새 그림책
요즘 가장 핫한 작가이기도 한 안녕달의 그림책, <눈 아이>는 누가 아이이고 눈사람인지 모를 만큼 아이 마음 그대로 담았다. 뽀득뽀득 움직이는 소리에 눈사람을 발견한 아이와 눈사람은 친구가 된다. 눈이 오면 커지고 눈이 그치면 녹는 눈사람은 따뜻해서 눈물이 난다는 말로 아이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그래서 눈사람은 녹아 없어져도 아이의 마음에 남는다. 그렇게 겨울의 한가운데에서 만난 눈아이가 아이들을 밖으로 불러낼 것이다.
<고구마구마>의 작가 사이다의 새 그림책 <고구마유>는 충청도 사투리 버전인 셈이다. 보옥이, 부왕이, 부식이, 보로로에 이름도 모르는 고구마들이 오르막길을 오르고 물을 건너고, 절벽을 올라 이름도 모르는 고구마 집에 도착하여 "이제 다들 죽이유!"가 될 때까지 충청도 사투리 말놀이가 재미있게 펼쳐진다. 방귀 부스터에 힘입어 소리 없이 죽이 되고 방귀 냄새에 다시 어디론가 가기까지 전편의 재미를 그대로 가져와서 고구마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와이 도시오의 '100층짜리 집'이 숲속으로 들어갔다. 자연스러운 말놀이와 함께 숲속 체험을 할 수 있게 하는 그림책이다. 10층씩 올라가면서 곰, 사슴, 사마귀, 원숭이, 지네, 카멜레온, 나비, 대벌레, 하늘가재, 새를 만나며 더해지는 상상력이 돋보인다.
지구 환경위기시계 현재 시각 9시 47분, 12시에 이르면.....!
충북 제천에서 그림책 작가로 살고 있는 이기훈의 그림책. 한 가족이 배를 타고 섬으로 여행을 떠난다. 아이의 눈에 비친 바다는 중력과 부력 사이에서 허용된 무한의 시간 여행이다. 바다 밑에는 산호초처럼 쌓인 지구 문명의 흔적들이 보이고, 바다는 거대한 고래 떼처럼 다시 지구를 뒤집어 삼킨다. 시간대 별로 바뀌는 검은 바다, 곰 인형과 함께 헤엄치며 곧 닥쳐올 위기를 엿보는 아이의 시선에 바다는 신비하면서도 기괴하다.
작가는 전작인 『알』에서부터 관습적이지 않고 익숙하지 않은 형식으로 상상하도록 이끈다. 어린 주인공에게 꿈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는 일들의 연속인 것처럼 『09:47』은 <양철곰>,<빅 피쉬>에 이어 욕망 3부작으로 꼽는 그림책이다. 이번 작품이 마침표라고 한다. 코로나 시대를 거치면서 혹독한 자본주의를 겪고 있는 이면에는 인간의 욕망이 자리잡고 있음을 작가는 위기와 함께 실낱 같은 희망 한 조각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볼로냐 라가치 상’ 수상 작가 다비드 칼리의 완두 시리즈 그림책이다. 꼬마 소년 완두의 하루하루는 아이들의 상상력 그대로다. 작은 몸집의 완두가 가진 용기 있는 마음과 행동은 저절로 어린 독자들을 사로잡는다. ‘프랑스 플뢰르 드 셀 상’ 수상 작가인 세바스티앙 무랭이 완두를 재탄생하게 하여 읽다 보면 한뼘씩은 성장해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이번에는 그림학교를 여는 완두에게 숲속 친구들이 찾아와 자신만의 그림을 그리게 된다는....
해루질은 밤 바닷가에서 고기나 조개 같은 갯것들을 잡는 일이다. 해랑이는 할머니와 바닷가 마을에 사는데, 멀리서 일하는 엄마의 생일을 맞차 밤바다로 해주질을 간다. <똥벼락>으로 알려진 조혜란 작가 특유의 따뜻한 그림과 함께 밤바다 해루질을 하다 보면 저절로 조개, 주꾸미, 낙지, 해삼들을 통해 바다의 생태와 이야기를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생명으로 가득한 갯벌에 사는 것들도 함부로 잡아서는 안 되고 먹을 만큼 잡는 것임을 해랑이와 할머니를 통해 배울 수 있다.
백석은 평안도 사투리를 중심으로 우리말을 아름답고 풍부하게 표현하며 우리 민족의 생활과 감정을 빼어나게 살려낸 시인으로 알려졌다. 이 그림책은 옛날 이야기와 시가 만나 일종의 동화시로 맛깔난 글에 오치근 작가의 그림이 잘 어울린다. "어느 산골에/늙은 어미와/총각 아들 하나/가난하게 살았네." 로 시작하여 "오소리는 대바람에/조 멍석에 오더니/이 귀 차고/저 귀 차고/멍석을 두루루 말아/냉큼 들어/등에 지고/가려고 했네.//조 멍석을 지키던/늙은 그 어미/죽을 애를 다 써/소리 지르며/오소리를 붙들고/먹씨름했네."로 흘러가고, 욕심쟁이 오소리와 여러 번 씨름을 해서 이겨내기까지 흥겹게 들려주는 노래와 이야기의 멋 모두 잘 살려냈다.
"관찰의 시작은 멈추는 것부터 시작됩니다. 소리 내는 것도 빠르게 움직이는 것도 가만히 멈춰 보세요.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서 새들이 말을 걸어 줄 겁니다."
서양화가로 시작하여 동네 뒷산의 박새를 그리는 세밀화 작가로 거듭 나기까지 작가에게 뒷산의 새들은 새로운 세계를가르쳐준 스승이다. 일상에서 자주 새들과 만나고 그들에 대해 알아 가고 싶다는 생각에 뒷산에 깃들어 살기 시작했고 세 해 동안 관찰하고 기록한 결과물을 책으로 내었다고 한다.
세심한 관찰과 생태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야말로 생동감 있게 자연 생태계를 바라보는 진정한 마음이라는 것을 이우만 작가는 알려주고 있다. 박새와 딱새 등 동네 뒷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새들을 위해 잠깐 멈추어서서 바라볼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면 새들은 비밀스런 삶을 보여줄 것이다. 우리나라의 새에 대해서 소개하는 글과 함께 뒷산에서 새들을 관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리고 봄,여름,가을,겨울에 만나 새, 새와 좀 더 가까워지기 위해 무엇을 주의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세밀화와 함께 알려주고 있다.
옛날 옛적 곶감 먹는 호랑이 이야기가 아니라 팥빙수 먹는 호랑이다. 산골 할머니가 밭에서 가꾼 참외며, 수박, 팥, 딸기를 팔러 나가는, 그것도 뜨거운 여름날 눈이 내리고 눈호랑이가 나타나 "맛있는 거 주면 안 잡아 먹지" 하는 거죠. 팔러 나가는 수박, 참외, 딸기를 다 바쳤는데도 호랑이는 끝까지 보채다가 마지막 남은 뜨거운 팥을 뒤집어 쓰고 팥빙수의 전설이 되었다는 재미있는 이야기였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