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도서관 이야기

불편하시겠지만 해주세요

참도깨비 2021. 8. 20. 09:08

이 글은 순전히 한쪽만의 울분을 삭히며 쓰는 것이니 충분히 오해가 있을 수 있음을 밝힙니다.

시립도서관과 도서관리 프로그램을 같이 쓰는 이음 서비스를 하다 보니 이런 일도 있어서 쓰는 글이니 이용자로서는 기분이 상할 수 있음을 아울러 밝힙니다.

말머리가 길어질 수밖에 없는 것은 도서관 이용자나 사서나 책을 좋아하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기 때문이다. 이음 서비스의 장점은 도서관 이용자가 원하는 책이 어느 도서관에 있는지 알고 언제든지 대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베스트셀러나 권장도서 목록이 나오는 신학기나 방학 무렵에는 같은 책이 여러 명의 예약이 걸리기도 한다. 당장 빌려야 할 책이면 먼 곳에서도 내비를 켜고 이곳 오지(?)까지 찾아오기도 하는 것이다.

다음에 보기로 든 이용자와 주고 받은 문자는 약간의 가감을 거쳐 사실감을 높이고, 오해와 불신, 정당한 요구, 서비스 정신 등등을 말하기 위해 밝히는 것이다.

사정은 이렇다. 책을 빌리러 온 학생이 찾는 책이 있어 검색해 보니 모두 세 건의 예약이 걸려 있었고, 빨리 빌려볼 수 있느냐는 당부에 서두르다 벌어진 일이다.

참고로 예약은 이용자가 걸 수 있고, 공공도서관에서는 가능하겠지만 예약이 걸려 있다는 것을 그 책을 검색하기 전까지는 확인할 수 없다는 맹점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첫 번째 예약자가 예약을 건 날짜가 지나있어서 먼저 전화로 대출 여부를 물어보려고 전화를 했다. 유선 전화와 핸드폰으로 몇 번 전화했는데 받지 않아 다음 예약자에게 대출 여부를 물어본 것이 불찰이었다. 당연히 다음 예약자는 바로 빌리러 올 수 있다고 했다. 한참 뒤에 핸드폰으로 문자가 왔다.

누구신지요?

참도깨비도서관입니다. <          > 예약건으로 전화했어요. 예약이 밀려있어서요. 전화로 확인하려 했는데 안 받으셔서 다음 순으로 넘어가려고요.

아이고, 제가 지금 통화가 곤란해서요 그거 엄청 기다린건데ㅜ

네, 죄송합니다. 어쩔 수 없이.

안 그래도 전화번호도 안 나와있어서 마냥 기다리고 있었거든요.

아! 그랬군요.

검색해봐도 안나오더라고요.

나올 텐데요.

전화 못받으면 끝인가요? 네이버 검색해서 눌러봐도 번호는 안 나오더라고요.

시스템이 아직 완벽하지 않아서 그런듯합니다.

그래서 문자만 기다리고 있었어요. 이건 쫌 그러네요. 제가 교육주이라 못받은 건데.

여긴 작은도서관이라 그 책 관련 문의가 들어와야 예약 건을 알 수가 있어서요. 죄송합니다.

번호 안 나옵니다. 그리고 그런 시스템을 알 길 없는 사람은 마냥 기다리고 있는 건데. 전화 안 받고 다음 차례로 넘어갔다고 하는 건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네요.

죄송합니다.

제가 전화 못받고 몇 시간 후에 전화 드린 것도 아니고 교육중에 바로 다시 전화한건데 전후 사정을 문자라도 남겨주셔야 하는 거 아닌가요?

네, 죄송합니다.

죄송하다고만 하면 다가 아니잖아요 졸지에 진상된 것 같네요. 벽에 대고 얘기하는 것도 아니고 계속 같은 말만 너무 기분이 나쁘네요.

다음 차순으로 해주시죠. 사정을 몰라 다급하게 해결하느라 그렇게 됐네요.

최소한  도서관 연락처라도 등록해놓으세요. 나같이 답답해 하는 사람 있을 겁니다. 다음 차순? 제가 예약하라는 건가요?

네, 불편하시겠지만 해주세요.

참나!! 이것보세요. 점점 말투까지 짜증 섞인... 말이 아 다르고 어 다른데 그런식으로밖에 못하나요?  더 이상 입씨름하기 싫네요. 다음부터는 나같은 피해자 안 나오게 주먹구구식 일처리나 제대로 해주시죠

네, 죄송합니다. 예약해드렸습니다.

대출 차례가 되면 타 도서관처럼 문자 주시고 사정상 여유있게 못하면 1일이라도 시간을 줘야 책을 가지러 가지요. 어쨌든 또 마냥 기다리게 생겼으니 이번에는 위와같이 해주시길 바랍니다.

네, 반납되는 대로 문자드릴게요. 불편하게 해드려 죄송합니다.

꼭 문자주세요.



이렇게 마무리된 일이고 다음 주에 이 분도 책을 빌려가셨다. 아찔하니 땀이 나고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였다. 뒤돌아 생각해보면 한순간의 선택이 책을 기다리던 이용자에게 불쾌감을 주었기에 더 아찔하다. 이용자가 원하는 책을 좀 더 빨리 회전시키려고 했다는 핑계는 통하지 않는 것인데도 그 순간은 왜 이런 일까지 겪어야 하는지 난감하기만 했다. 잘못 처리한 일에 대해 충분히 사과를 했다 싶은데 마구 몰아부치는 통에 속이 쓰리고 화가 나기도 했다. 인기 있어서 예약이 여러 건 걸리는 책이 밉기까지 했다. 좋아하는 책을 빌리고 빌려주는 입장 차이가 이렇게 다를 수도 있구나 하고 실감하게 되는 일이었다.

직접 대면을 하고 이야기를 했더라면 사정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지만 그럴 기회는 오지 않았다. 그 분도 다음주에 마스크 쓰고 대출 기간과 반납 여부만 묻고 갔으니 사무적으로 대출 반납 행위만 있었던 셈이다. 이런 오해가 없었더라면 사정 이야기를 하고 그 책에 대해서 몇 가지 물어보고 싶었지만 허무하게 끝나버렸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서로 다른 운명이다 싶다.

이 글을 통해서라도 그 분에게 사과를 드린다.  불편하더라도 그렇게 해주는게 사서의 일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