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 소식

올가 그레벤니크의 <전쟁일기>

참도깨비 2022. 4. 14. 08:46

며칠 전 우크라이나 국적의 고려인 몇 분과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우크라이나에 어머니와 다른 가족을 둔 전쟁 상황을 먼 나라에서 실시간으로 듣고 있는 일이라니, 폭격 소식이 들리면 지하로 내려가 두려움에 떤다는 이야기는 눈물 그 자체였다. 여기 우크라이나 작가가 피난 생활을 하며 기록한 전쟁일기가 있다. 그에게 있는 것이라고는 연필 한 자루 뿐이다. 어떤 책으로 나온 적 없이 작가와 '이야기장수'(문학동네 출판그룹)가 소통하여 펴낸 책이다.
전쟁의 원인은 제쳐두더라도 현재 상황은 심각하다. 지구상에 어떤 전쟁도 있어서는 안 된다. 하나의 목숨부터 한 가족의 운명이 어떻게 처참하게 짓밟히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있지 않은가.

“시내가 폭격당하고 있다. 미사일이 떨어졌다.
번화하고 아름다운 나의 도시를 그들은 지구상에서 지우고 있다……
나는 그림을 그리기로 했다. 다큐멘터리 일기장이 될 것이다.
더이상 두렵지 않다.” 

우크라이나 하리코프(하르키우)에서 태어난 올가 그레벤니크 작가는 환상적인 그림체와 아름다운 색감으로 그림책을 만들고 있다. 그의 전쟁일기는 2022년 2월 24일 새벽 5시,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를 나치즘으로부터 해방시키고 정화”한다는 명목하에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첫날부터 시작한다.

“전쟁 전 우리 삶은 마치 작은 정원과 같았다. 그 정원에서 자라는 모든 꽃들은 각자의 자리가 있었고, 꽃 피우는 정확한 계절이 있었다. 사랑으로 가득했던 우리 정원은 날이 가면 갈수록 풍성하게 자랐다. 아이들은 음악, 미술, 무용 등 예술을 배웠으며, 남편과 나는 차례대로 아이들을 학원에 데려다주며 뒷받침을 했다. 나는 어린이들을 위한 책 일러스트를 그려왔다. 내가 작업한 그림들은 다양한 색상과 행복으로 가득했다. 내가 작가로서 쓴 동화들 또한 성공적으로 출판되었다. 책의 주인공은 여우 가족이었다—말썽꾸러기 아기 여우, 작고 귀여운 누나 여우, 아빠 여우와 엄마 여우. 나는 여우 가족의 음악 수업과 자전거 산책, 시나몬롤을 함께 먹는 아침식사에 대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렸다. 출판사는 다음 이야기를 기다렸다.

그런데 다음 이야기는 『전쟁일기』가 되어버렸다……” _작가의 말에서

“전쟁 첫째 날 내 아이들의 팔에 이름, 생년월일, 그리고 내 전화번호를 적어두었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내 팔에도 적었다.
혹시나 사망 후 식별을 위해서.
무서운 사실이지만 그 생각으로 미리 적어두었다.”

베라 야로셴코
2017. 7. 19
066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