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유정환 시인의 고두미 출판사에서 연이어 시집 두 권이 나왔다. 이재표 시인의 <그곳이 어디든 데려다주게>에 이어 김은숙 시인의 <그렇게 많은 날이 갔다>가 산뜻한 디자인으로 이어달리기로 나왔다. 두 시인은 상생충북협의회를 만들고 이끌어오는데 산파 역할을 하고 있는 분이다.
이재표 시인은 유사언론이자 대체언론으로 부르는 미디어 Z에서 일하며 꾸준히 시를 써왔으면 두 번째 시집 <그곳이 어디든 데려다주게>를 내었는데 무엇을 닮았을까 생각하던 차에 딱 들부처가 어울린다.
들부처라 썼더니
돌부처의 오타가 아니냐고 묻는다
들부처가 맞다
돌국화 돌쥐가 아니라
들국화 들쥐인 것처럼
돌부처는 좌 보타 우 낙가산 아래
빛바랜 절집 연화대좌에 나투셨고
들부처는 이정골 들판에
벌서는 아이처럼 서 있다
결가부좌로 꼬고 앉을
다리도 깎지 않은 그저 돌기둥
벅수 선돌이라면 몰라도
이게 무슨 부처냐고
시내버스 정류장 이름도 선돌인데
잘 봐라
머리에 육계肉髻도 그리고
이마에는 떡하니 백호白豪도 있다
연필을 꾹꾹 눌러가며
삐뜔빼뚤 그려놓은 듯한 상호도
뉸바와 바람서리가 고치고 또 고쳐
세상 천진난만하게 웃고 있지 않으냐
그러니 통곡하는 까마귀도
정수리에 앉아 슬픔을 재우고
철모르는 동네 개들도 다리를 들고
오줌이나 갈기고 지나가는 것 아니냐
이재표, <들부처> 전문
그냥 지나치면 모르지만 걸어다니며 꼼꼼히 살펴보면 눈에 들어오는 우리네 삶을 그대로 보여주는 들부처가 이정골 들부처로 김은숙 시집에도 나온다. 읽고 싶고 기다렸던 시집을 사러 가는 날은 언제나 즐겁다. 시집이 나오면 당연히 증정본을 받는 것보다 먼저 사서 사인까지 받으면 처음 독자로 돌아간 것처럼 설레기도 한다. 명퇴 이후 가장 값진 문화 매개자의 삶을 살고 있는 김은숙 시인의 '많은 날' 이 그렇다.
무엇보다 만인보처럼 써내려가는 사람 이야기는 '바람 불면 같이 몸 흔들어주는'(<종이약국>) 나무와 같다. '쓸쓸한 사람숲'에서 만나는 마음자리가 짠하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