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 소식

진주 사람 김장하 취재기 <줬으면 그만이지>

참도깨비 2023. 1. 12. 17:31

"똥은 쌓아 두면 구린내가 나지만 흩어버리면 거름이 되어 꽃도 피우고 열매도 맺는다. 돈도 이와 같아서 주변에 나누어야 사회에 꽃이 핀다." 

김장하 선생의 삶을 한 마디로 말해주는 어록이다. 진주를 대표한 남성당 한약방 대표이자 명신학원 이사장으로 그가 남긴 진주 정신이 오늘의 지역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는 크다. "진주 정신은 하루 이틀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고 오랜 역사와 더불어 생성되어 왔다"고 말하는 김장하 선생은 진주 정신의 세 가지로 요약하고 있다. 임진왜란 당시 진주성 싸움과 의병 활동에서 나타난 주체정신, 남명 조식 선생의 경敬, 의義 사상과 지행일치知行一致를 바탕으로 한 호의정신好義精神, 고려 민권항쟁과 임술 농민항쟁, 형평운동에서 나온 평등정신이 그것이다. 이는 김장하 선생 삶의 근간이다. 그를 통해 진주라는 도시를 이해하고 각자의 지역사회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면 좋을 것이다.

이 책은 진주의 아름다운 부자 김장하 선생의 취재기이다. 『줬으면 그만이지』란 제목과 선생의 소탈한 뒷모습이 이 시대의 새로운 지표를 보여주는 듯하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중학교밖에 졸업하지 못하고 18세에 한약사 시험에 합격하여 진주의 부자가 되기까지는 여느 자수성가한 사람의 이야기와 다르지 않다. 그러나 김장하 선생의 삶은 진정한 나눔과 베풂을 실천했다는 점이 다르다. 20대 젊은 시절부터 가난한 학생들을 위해 남몰래 장학금을 주기 시작하여 1000명을 웃도는 학생들이 혜택을 보았다고 하는 것도 그렇지만 100억 원이 넘는 돈을 들여 세운 사학 명신고등학교를 나라에 헙납하고 한약방을 통해 모든 30억 원이 넘는 재산을 국립경상대학교에 기부한 것도 모자라 진주의 사회·문화·역사·예술·여성·노동·인권 분야에 도운 이야기는 위대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진주를 대표하는  형평운동·남성문화재단·진주신문는 김장하 선생의 상징이다. 돕기 위해서는 어떠한 명분도 없어야 한다는 삶의 지표에 맞게 살아온 ‘아름다운 부자 김장하 취재기’이다. 김주완 작가 또한  취재하는 동안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취재 협조는 물론이고 강직하고 선의를 우선으로 하는 삶의 태도에 다시 한 번 놀랐다고 한다. 소탈하고 유머 감각마저 갖춘 한 인간의 발견인 셈이라고 말한다. 그것은 받은 만큼 다른 사람에게 베풀며 살라는 뜻이자 공동체를 먼저 생각하는 애민 정신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