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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그리드 고돈의 초상화 <나의 바람>
참도깨비
2023. 4. 5. 14:41
벨기에 그림 작가 잉그리드 고돈의 초상화는 미간이 넓고 어딘가 불편해 보이는 여러 감정을 담고 있다. 웃고 있는 초상화는 한 점도 없다. 대부분이 지면 한 가득 차지할 만큼 그림을 보는 이를 통과해 갈 듯하다. 잔뜩 집중한 얼굴이다. 이에 정신과 의사이자 시인이며 소설가인 네덜란드 작가 톤 텔레헨의 글이 초상화의 인물들 마음을 읽어내듯 글을 썼다. 표지에 나온 장은 이렇게 말한다. 나는 친구가 있으면 좋겠어요. 우리 둘 다 위험을 무릅쓰고 서로의 목숨을 구해 주면 좋겠어요. 우리 중 하나는 바다에서 구하고, 다른 하나는 불타는 집에서 구하고. 우리는 이미 의식을 잃었어요. 그리고 우리가 서로 지구 반대편에 살더라도 언제나 서로의 가장 친한 친구로 지내는 거예요. 그런 친구를 찾고 있어요. 하지만 집에 불을 내거나 바다 멀리 나가서 누군가 우연히 배를 타고 지나가기를 바라는 건 너무 위험하잖아요. 게다가 내가 불난 집이나 거친 바다에서 사람을 구할 만큼 용감한지도 모르겠고요. 60쪽 잉그리드 고든이 벨기에 사람들 중 '나의 바람'이란 제목으로 거리에서 만난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그려낸 것이리라 생각하면서도 인물들은 하나같이 '바람'을 넘어 두려움과 욕망 등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굳은 얼굴이다. 잉그리드 고든이 어려서부터 관찰하기를 좋아하여 사람들의 눈과 얼굴, 자세를 유심히 보고 기록한 자기 나라 사람들에 대한 연민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나는 용기가 더 있으면 좋겠어요. 평범한 용기. 영웅적이거나 무모하지 않은 흔한 용기를 바라는 아이, 아무도 모르게 신을 독차지하고 싶은 사람, 흔적도 없이 사라지기를 바라는 사람, 사랑하는 사람에게 인정받고 싶은 사람, 과거를 지우고 새롭게 출발하고 싶은 사람, 행복을 갈망하거나 증오 때문에 괴로운 사람들. 말하지 않았지만 서로에게 자신에게 내뱉고 싶지만 아무런 일 없듯이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을 대표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모든 초상화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소망, 슬픔, 경탄, 공포, 절망 그리고 꿈까지. 이 초상화들에도 활짝 웃는 모습은 없다. 눈처럼 하얀 치아 그리고 생기도 찾을 수 없다. 밝은 빛깔의 머리카락 아래, 화가 난 눈초리를 한 얼굴만 있을 뿐이다. 얼굴을 확대해 그린 초상화 속 소년은 회의적인 눈초리로 우리를 바라보고 있다. 볼이 통통한 소녀의 얼굴은 마치 우리에게 무언가를 묻고 싶어 하는 얼굴이다. 반짝반짝 빛나는 눈초리의 분홍빛 모자를 쓴 아이는 의심스럽다 못해 경멸까지 담은 눈초리로 나를 쳐다본다. 현실적이지 않은 이미지들이다.”
-아네미 레이센
나는 혼자였으면 좋겠어요.
아니에요. 그것도 여전히 많아요.
그냥 나도 아무것도 아니면 좋겠어요.
내가 방에 앉아 있고, 누군가 들어와서
방을 한 번 둘러보고 말하죠.
"아니, 여기 없는데. 아무도 없어."
그래도 한 사람에게만은 무엇인가가 되고 싶어요.
잠시 후 돌아와서
조용히 문을 다는 그녀에게는요.
58쪽, 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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