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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승 소설가의 첫 산문집 <용의 여의주와 쇠똥구리의 말똥>

참도깨비 2023. 4. 10. 16:17

 


정연승 소설가는 청주에서 출판사를 하며 <우리 동네 바람꽃 이용원>과 <부계사회를 찾아서>란 소설을 내고 요즘은 사라진 일간지 연재 소설이자 장편 역사소설 <북진나루>를 냈다. 소설가로서의 뚝심은 여느 소설가보다 뛰어나다. 역사 소설을 쓰기 위해 준비한 자료만 해도 천장에 닿을 정도다. 그가 첫 산문집 <용의 여의주와 쇠똥구리의 말똥>(한솔)을 냈다. 소설집에서 주로 낮은 지붕을 맞대고 이어진 동네와 골목, 그곳에서 살아가는 이웃 사람들 이야기를 했다면 이번 산문집에서는 작가로 살아가는 중후반의 이야기를 내놓았다. 산문집 제목은 조선 후기 실학자 이덕무의 글에서 가져왔다. 여의주든 말똥이든 남들 눈에 어떻게 비칠까 조바심 내지 않듯 세상에 흩어져 있는 말똥 같은 이야기를 써보기로 하고 모 일간지에 시평 형식으로 썼던 글들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여의주를 입에 문 용에게 쇠똥구리의 말똥은 한낱 가치 없는 똥뭉치로 보이겠지만 쇠똥구리에게는 온 삶을 굴려가는 위대한 소산이다. 그렇듯 작가는 열심히 글을 쓰며 쇠똥구리 같은 세상 사람들 이야기를 산문으로 풀어놓았다.

소설로만 만났던 작가는 거대한 문학론이나 신변잡기가 아닌 돈이 없어서 자본주의 사회를 열심히 살아가는 자신과 이웃 사람들을 하나하나 호명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아내의 휴대폰 번호를 잊어버려 지청구를 듣고(<아내의 휴대폰 번호 외우기>), 후배 주머니에 비루먹은 달걀 값을 억지로 구겨 넣어주며 초심을 잃지 말자고 다짐(<달걀 파는 선생님>)하는 따뜻하면서 연민어린 작가 본연의 심성을 보여준다. 하루하루 이야기 속에는  신내림을 받아 신당을 꾸린 후배에게 듣는 고단한 술추렴(<좌구산 황 장군>)이 있고 박사 경비원으로 살아가는 친구를 보며 인문학이 사라지는 세상에 대한 한탄(<박사 경비원>)과. 무엇보다 염치가 있어야 하고 가족과 이웃에 대한 연민과 사랑이 있어야 함을 말하는 따뜻함을 잃지 않고 있어서 좋다. 말똥과 여의주가 공존해야 아름다운 세상이 되듯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뜻으로 사는 세상의 자잘한 이야기 54편을 읽어보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