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 소식
<동화 강아지똥>으로 다시 읽는 권정생 선생님의 문학혼
참도깨비
2024. 6. 7. 13:27
〈강아지똥〉을 대할 때마다 항상 무언가 빠진 듯한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원래 강아지똥은 50장을 썼던 것인데 기독교교육 현상모집에
원고지 30장으로 규정되어 있었습니다. 고민 끝에 감나무 가랑잎이
등장하는 대목과 마지막 장면 5장을 덜어내니 35장이 되었습니다.
작품은 그런대로 무리 없이 읽힐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내 뜻과는 달리
감나무 잎사귀는 지워져버린 것입니다.
……
《동화읽는어른》 5월호에 이기영 선생님이 ‘〈강아지똥〉 다시 읽기’란 글을 실었기에
늦었지만 빠졌던 감나무 잎을 살리기로 했습니다.
이제 겨우 마음이 놓입니다.
2004년 5월 20일
권정생 씀
그림책으로 읽었던 독자들은 <동화 강아지똥>이 낯설지 모르겠다. 권정생 선생님 글에서 볼 수 있듯이 '감나무 가랑잎' 이야기를 되살려서 정본 <강아지똥>이 세상에 나왔다. 동화이니 만큼 강아지똥에 나오는 모든 인물들의 감정 변화가 살아있다.
그때, 어둠 속에서 사박사박 무언가 강아지똥 앞으로 다가오는 소리가
났습니다. 한쪽 귀퉁이가 찢겨 상처 난 감나무 가랑잎이었습니다.
감나무 가랑잎은 숨이 몹시 가쁜 듯이 쌕쌕거렸습니다.
“얘야, 너 울고 있니?”
- 28쪽
그리고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정승각 작가가 손 작업으로 만들어낸 종이부조와 권정생 선생님의 육필 서체(춘천 윤희순체)를 재현하여 새로운 그림으로 이야기에 힘을 불어넣은 것은 이 책의 정수다. 충주 엄정면 교회 건물에 있는 작업실에서
‘똥’, ‘흙’, ‘꽃’이라는 작고 소중한 존재를 살리기 위해 종이죽으로 부조 그림을 만들어낸 정승각 작가의 고집스런 힘이 그대로 느껴진다. 고서점의 낡고 오래된 종이에 그린 그림과 종이죽으로 만들어낸 강아지똥, 흙덩이, 감나무잎, 병아리, 참새와 등장인물과 더불어 흙, 비, 바람마저 그림 위에서 살아나는 듯하다.
강아지똥과 민들레의 마음이 어린 독자와 어른들의 마음까지 사로잡는 이야기의 힘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임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