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숀 탠의 스케치 노트 <숀 탠-한 예술가의 스케치>

참도깨비 2024. 7. 19. 10:05

 

《빨간 나무》, 《매미》, 《여름의 규칙》, 《이너 시티 이야기》, 《잃어버린 것》, 《먼 곳에서 온 이야기들》, 《도착》 의 그림책을 접한 독자라면 언젠가 작품에 대한 설명을 듣고 싶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숀 탠의 그림은 가상도시나 미래의 한 장면들 같고 괴기스러울 때가 있지만 읽고 나면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의 이면임을 알게 되기 때문에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에 나온 책이 바로 그의 작업장을 들여다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시의적절하다. 

 

그는 '영감'이란 말 대신 막막함 속에서 그냥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을 뿐이라고 한다. 화가 파울 클레의 '산책하듯 선 그리기'란 말을 빌어 '막연한 충동에 이끌려, 하지만 산책길에서 뭔가 훨씬 더 흥미로운 것을 발견하기를 바라며 연필 끝을 스케치북이라는 풍경 속에서 헤매게 하노라면, 획과 갈고리와 구불구불한 선과 고리 모양은 언덕이 되고, 얼굴이 되고, 동물이 되고, 기계가 되고, 심지어 추상화된 감정이 되기도 한다'고 말한다. 

 

그의 스케치북과 함께 묶은 이번 책에는 그의 고유한 사유 형식이 담겨져 있는 것이다. 예술가를 나무에 비유하여 보고 읽고 말하고 꿈꿔 온 것들, 즉 경험이라는 풍부한 퇴비로부터 잎과 꽃과 열매를 자라게 하려고 하는 작업들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스케치의 또 다른 매력은 즉흥성이다. 종종 즉흥성은 작품을 완성해 가면서 잃을 수 있다. 과도한 수정, 다듬기, 상업적 타협으로 인해 얻은 이득만큼 손해를 입는 것이다. 그 결과, “왜 완성된 작품은 스케치만큼 좋지 않을까?”라는 익숙한 한탄으로 이어진다.
-본문 6쪽

산책하득 선을 그리며, 이 선이 어디로 가는지 보는 것, 이 말보다 어린 시절부터 이어진 본능힌 그리고 싶은 충동을 더 잘 나타내는 표현은 드물다.

 

선이 어디로 가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야기를 시작하며

좀 더 깊이 들어가면 그는 일상 속에서 그림을 건져낸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일러스트레이터로서 내 작업의 대부분은 판타지적 성격이 강하지만, 그 기초는 현실 세계에 대한 주의 깊은 연구이다. 실제로 내가 관찰, 드로잉보다 더 즐기는 것은 거의 없다. 좀 더 친숙하고 일상적인 현실의 일부인 사람과 사물, 동물, 장소를 여러 매체를 사용해서 스케치한다. 주로 그리는 주제는 풍경인데, 풍경은 추상적인 형태로도 개념으로도 무한한 영감을 불러일으킨다. 나는 특히 자연적인 형태와 인공적인 형태 사이의 긴장에 관심이 많으며, 이것은 내 모든 그림과 이야기에서 반복되는 주제이다. 내가 그린 사람과 동물 그림은 또 다른 관심사인 개인과 그들 각각의 환경과의 관계, 장소에 대한 그들의 '소속감'과 관련이 있다.

 

본문 10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