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속 화자는 이렇게 말한다. 이 문장에 '꽃피는 노트르담'이 등장할 이야기의 실마리가 담겨있다.
"나를 즐겁게 해줄 준비가 되어 있는 나의 정신은, 주문에 따라 영예롭거나 매혹적인 모험들을 제작해냈다. 이따금 머릿속에 떠올려보건대, 무엇보다 슬픈 건, 내겐 지난 영적 조화의 총체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모든 창작의 대부분이 깨끗이 지워졌다는 사실이다. 심지어 그것들이 존재했는지조차 이젠 알지 못한다. 어쩌다 그런 삶들 중 하나를 꿈꿀 때는 그것이 마치 새로운 삶인 양 받아들이고, 나의 테마에 승선하여 나는 항해한다. 십 년 전 이미 그것에 승선했고, 망각의 바다 속으로 기진맥진 침몰했음을 기억하지 못한 채, 도대체 어떤 괴물들이 나의 심연에서 삶을 지속하는가? 그들의 분비물, 배설물, 그들의 잔해가 나의 표피에 모종의 미美와 추醜를 북돋아 피어나게 하는 것인지. 그들의 영향력, 그 멜로드라마의 매력이 느껴진다. 나의 정신이 계속해서 아름다운 망상들을 만들어내지만, 오늘에 이르도록 실체를 갖춘 것은 하나도 없다. 전혀. 단 한 번도. 이제 내가 몽살을 시도할라치면, 목은 바짝 타들어오고, 절망이 두 눈을 지지면서, 수치심이 고개를 떨어뜨려, 나의 몽상은 산산조각나버린다. 가능한 행복은 여전히 내게서 도망치고, 내가 그것을 꿈꾸었으므로 그것이 내게서 도망침을 나는 안다."(98~99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