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 소식

전영학 소설집 <시를 팔다>

참도깨비 2021. 8. 23. 17:52

청주에는 충북지역출판동네서점살리기협의회에서 하는 '상생충북(BOOK)'이라는 시민 운동이 있다. 그 많던 동네 서점이 지금은 17곳 정도 남아있고, 직지의 고장에 어울리지 않게 작가의 책을 출판하여 유통할 수 있는 전문 출판사가 드물다. 이름 그대로 출판동네서점살리기로 뭉친 시민 모임이다. 

상생충북 실무진에는 동네서점 대표와 출판사 대표,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가가 들어와 있다. 분기별로 이달의 도서를 뽑아 저자와의 만남을 추진하고 있는데, 시립도서관에서 강사료를 지원해 주고 있어 이달의 도서로 선정되면 좀더 작품이 알려질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주어진다. 그리고 동네서점마다  베스트셀러에 버금가는 자리에 비치되어 독자들을 만날 수 있는 특혜가 주어진다.

 

7월~9월 도서로 선정된 전영학 소설가의 소설집 <<시를 팔다>>(고두미)를 소개한다.

 

“울고 웃는 삶의 한복판에서 피륙을 짜듯 엮어가는 이야기야말로 문학의 본령이다. 전영학 작가의 소설집 『시를 팔다』에 나오는 11편의 이야기는 비유와 상상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의 힘을 그대로 보여준다. 각자 주변의 인물일지도 모를 사람들을 만나려면 ”홀로 많은 고민과 반성과 회한과 희망을 섞어 생각해야“(<그대, 도니미카>)할 만큼 아기자기한 삶을 함께 살 듯 읽어야 한다. 그러면 바람과 뇌우가 울부짖는 빛줄기 속에서 찾아낸 작가의 꿋꿋한 언어 속에 빠져들게 될 것이다.” -상생충북 2021년 3분기 7월~9월 도서선정위원회

 

"시도 결국 인간이 쓰는 거니까. 무사 씨를 내려놓음으로써 내 머릿속이 망가질 거지만, 그나 난수에 관해 더이상 뭘 묻고 할 의욕이 없었다. 나 자신에의, 내 부유물을 걸러내지 못하는 것에의 무기력도 남의 것처럼 느껴졌다. 매일매일 공격받지 않으려고 전전긍긍하는 사이 실은 나날이 낡아졌고 썩어갔던 것이다. 나는 그저 KF94 속에서 입냄새 겨운 숨을 한번 들이마시고 말았다." - <시를 팔다> 중에서

 

주인공이 시를 쓰는 무사 씨를 버리고 시집을 팔러 온 난수 씨의 부탁 앞에 마지막 문장은 이렇게 끝난다.

 

언제쯤 감동과 화락이 오려나.

 

산 속으로 사라진 청학 시인을 찾아가는 은정과 '선배' 이야기를 담은 <우화등선>, 베트남전에서 전리품으로 간직하고 있는 베트남 여전사의 '부적'에서 이중 꿈을 다루는 장면, <검은새 한 마리>는 단연 단편소설 문장의 압권을 그대로 느끼게 해주고 있다. 몇 년은 묵힌 듯한 이야기를 고치고 다시 쓰면서 내놓은 듯 시공간을 넘나들면서 이야기를 완성하고 있는 문체의 힘은 <설령 나그네새>, <영물에 대한 명상>, <단무지>, <그대, 도미니카>, <아네모네 한 송이>, <흑산에 달이 지거든>까지 끈끈하게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