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지 않는 늑대>란 책에 보면 자연학자이자 탐험가인 팔리 모왓이란 사람이 북극 늑대와 1년여를 함께 지낸 이야기가 나온다. 우리가 믿어왔던 늑대에 대한 신화가 얼마나 터무니없는 것인지 말해주는 이 책에서 늑대는 더 이상 포악한 약탈자가 아니다. 먹이사슬의 가장 꼭대기에 있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편견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자기들 나름대로 위엄있는는 질서로 짜여진 사회를 가지고 있는 한편 병든 동물들을 먹어치우는 것을 우선으로 하여 동물 사회에서 더 큰 전염병을 예방해준다는 관찰 결과를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아이들이 보는 그림책에 나오는 늑대는 어떨까? 아주 어린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그림책에는 착한 동물을 잡아먹는 나쁜 동물로 나오는 경우가 많다. 막연한 두려움의 대상인 것이다. 그러나 외국 그림책에는 종종 뒤집어 생각해보자는 이야기로 아이들에게 혼란?을 주기도 한다. 충분히 그렇게 생각해 볼 수 있는, 그래도 자신 안에 고여 있는 막연한 두려움을 걷어내고 새로운 눈으로 볼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재미있는 책들이 많다.
그래서 <늑대 싫어>가 반갑게 읽힌다. 누구도 늑대 노릇을 하지 않으려고 하는데 몸집이 크다는 까닭만으로 늑대 노릇을 해야 하는 동원이와 그 늑대에게 호되게 당하는 아이들의 이야기가 아이들의 입을 잠시도 쉬지 못하게 한다. 드센 아이들 몇몇은 아예 늑대가 되기를 바라면서 약한 아이들을 괴롭히려고 하고 자신 안에 쌓인 화나 불만을 터뜨리는데 가면으로 쓰기도 한다. 처음에 들었던 대로 잔인하게 잡아먹는 것은 망설일 필요가 없다. 자신에게 해코지를 하는 아이에게 그렇듯이 즉각반응하는 아이들에게 늑대가 된다는 것은 기쁨 그 자체일 수밖에 없다.
어찌 됐든 늑대 노릇을 할 수밖에 없는 동원이에게 늑대는 어떤 것일까? 동원이에게 늑대는 연극의 완성도를 높이는 구실을 하도록 해주지만 어찌 보면 동원이의 통쾌한 복수를 보여주는, 그래서 아이들에게도 그만큼의 공감을 가져다주고 있다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누구나 악역을 맡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에 어쩔 수 맡아야 했던 동원이 눈에 눈꼴 사나운 염소들, 달리 생각하면 훌륭한 연극을 위해 연습을 하면서도 따돌린 것이었다고 할 수 있지만 정말 늑대답게 일을 저지르고 나니 자기 역할을 훌륭하게 소화해내게 된 동원이에게 박수를 쳐주고 싶다. 아니 그동안 왕따 아닌 왕따 당했던 늑대에게 박수를 쳐주고 싶지 않을까?
발표하는데 동원이가 잘 해서 재미있었다. 원래 늑대는 무서워서 싫어하지만 동원이가 잘 하니까 재미있었다.
송지민(서경초 1)
연극에서 늑대를 하면 좋을 것 같다.
늑대를 먹고 싶다. 한 번도 못 먹어봤으니까.
늑대가 되고 싶다. 빠르니까.
신희엽(풍광초 1)
늑대는 너무 생김새가 무서워보이고 이상해요. 그리고 늑대가 동물들을 안 잡아먹으면 좋겠다.
그래서 늑대가 아기 염소를 잡아먹는 이야기가 아니라 늑대가 사람한테 잘 해주고 아기염소들을 안 잡아먹고 사이좋게 지내는 이야기였으면 좋겠다.
이유빈(진흥초 1)
늑대는 아주 좋다. 우리 이모가 늑대 고기를 사와서 먹었는데 처음에는 맛이 없었는데 많이 먹어봤더니 맛이 있었다. 또 먹고 싶다. 다음에는 아빠가 사준다고 했다.
늑대가 염소를 잡아먹는 연극이 재미있다. 늑대를 놀리는 애들을 잡아먹으면 재미있을 것 같다. 그래야 염소들이 무서워하면서 떨 것 같다.
이규태(개신초 1)
나는 늑대가 좋아요. 늑대고기 먹고 싶어요.
그래도 사람은 안 잡아먹는 늑대가 좋아요. 늑대를 놀리는 아기 염소들이 싫어요. 늑대 하기 싫어하는 동원이를 놀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난 늑대를 좋아하니까 늑대를 하라고 하면 제일 먼저 손을 들었을 거예요.
권도윤(증안초 1)
늑대가 싫어요. 왜냐하면 무서우니까요.
아기염소들이 늑대한테 잡혀 먹는게 진짜 같아요. 그건 동원이가 무섭게 해서 그렇다.
권수연(개신초 1)
아기 돼지를 잡아먹고 아기 염소도 잡아먹는 늑대가 좋다.
그런데 늑대가 '널 잡아먹겠다' 하는 소리만 하니까 재미가 없다.
그러나 진짜로 잡아먹으면 연극이 안된다.
한영호(봉덕초 1)
늑대가 싫어요. 생김새가 무서워서 싫어요. 그리고 우리를 잡아먹어서 무서워요.
그래도 책에서는 늑대가 귀엽다. 늑대가 용감하게 하니까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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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는 아주 안 무서워요. 좋아요. 늑대를 만나보고 싶어요. 아주 맛있어요. 맛있어서 죽겠어요.
내가 늑대를 한다면 아기염소들을 몽땅 잡아먹을 거예요.
서지환(풍광초 1)
늑대가 이 세상에서 없어졌으면 좋겠어요. 아기염소를 잡아먹다가 날 잡아먹을 지도 모르니까. 연극할 때 늑대를 하라고 하면 절대로 안 할 거예요.
그래도 늑대가 잡아먹으려고 하면 고기를 줄 거예요.
김효린(증안초 1)
나도 늑대를 하면 좋겠다.
연극에서 내가 늑대를 하면 좋겠다. 나는 늑대가 좋다. 늑대를 하면 아이들이 무서워하고 깜짝 놀라게 하고 싶다.
그래서 늑대가 좋다. 아이들을 잡아 먹고 싶다. 아이들이 무서워하고 늑대가 좋다.
황재영(풍광초 1)
돼지가 늑대를 무서워하지 않고 씩씩하게 말하니까 멋있다. 늑대한테 잡아먹혀도 씩씩하게 말해야 한다.
전남규(진흥초 1)
나는 늑대가 좋다. 왜냐하면 멋있고 사나워서 좋다. 늑대 말처럼 돼지를 잡아먹는 건 내가 고기를 먹는 것과 똑같으니까 늑대가 돼지를 잡아먹었다고 나쁜 건 아니다.
이형규(봉덕초 1)
내가 늑대였으면 셋째 돼지를 잡아먹었을 것이다. 그러면 돼지도 경찰에 신고를 못했을 것이다.
이종완
나는 이야기에서 늑대 잘못은 하나도 없는 것 같다. 돼지를 잡아먹으려고 한 게 아니라 설탕을 빌리러 갔는데 돼지가 안 줘서 벌어진 일이기 때문이다. 늑대가 감옥에 갇혀서 불쌍하다.
김령명(개신초 1)
다른 책에는 늑대가 나쁜데 이번 책에는 다른 책에 늑대보다 이번 책에 돼지가 더 나쁘다. 그리고 이번 이야기를 믿을 수 없다. 늑대가 거짓말하는 건 아닌데 진짜로 믿을 수 없다. 누구 말이 진짜인지 모르겠다.
이경민(샛별초 1)
나는 늑대가 싫다. 왜냐하면 아기돼지 삼형제를 잡아먹었기 때문이다. 아기돼지 삼형제 이야기를 들으니깐 너무 불쌍하다.
동원이가 늑대를 연기한 건 잘 했다. 왜냐하면 자신있게 했기 때문에.
최진이(개신초 1)
돼지가 욕을 했으니깐 나쁘다. 그리고 설탕을 그냥 빌려주면 될 것을 욕이나 하니까 나쁘다.
늑대도 나쁘다. 돼지는 욕을 해서 나쁘고 늑대는 돼지를 두 마리나 먹었으니까 나쁘다.
김태형(풍광초 1)
나는 늑대가 좋다. 사실은 늑대처럼 똑같은 고기를 먹어요. 그래서예요. 늑대 고기 먹으면 돼지가 된다. 돼지고기 먹고 좋다. 마지막 돼지만 먹었으면 좋았는데 경찰에 잡히니까 슬프다.
이태훈(개신초 1)
돼지가 바보 같다. 그리고 멍청이 같다. 그냥 늑대한테 설탕만 주면 되는데 안 주고 이상한 소리만 해서 죽고 말았으니까.
김정우(봉덕초 1)
돼지들은 모두 죽어버려라. 그리고 모두 다 죽으면 지옥 가라. 돼지가 늑대 할머니 다리가 부러지라고 했을 때 내가 늑대였더라도 잡아먹었을 것이다.
안태현(서원초 1)
늑대가 불쌍하다. 설탕 좀 얻으려고 한건데 경찰에 끌려가니까 슬프다. 내가 늑대가 되어서 늑대를 경찰에 보낸 셋째 돼지를 잡아 먹고 싶다.
난 늑대가 되고 싶다. 대장 빼고 다 먹고 싶다. 토끼, 사슴 끓여먹고 돼지, 10000마리하고 말 100000000 마리 먹고 싶다.
박병선(증안초 1)
늑대가 나쁘다고 알았는데 이번에는 좀 돼지가 나쁘다.
늑대가 오해를 받은 것 같다. 오해가 풀려서 사람들이 늑대를 나쁘게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정호(진흥초 1)
난 늑대 싫다. 왜 그런 줄 알아? 정말 정말 사나운 동물이잖아. 아빠가 맨날 액션 영화를 봐서 늑대가 나오는 걸 봤는데 아주 사나웠다. 그래서 늑대 이야기는 믿을 수가 없다.
강윤하(샛별초1)
내가 늑대가 되면 아기 돼지, 염소, 토끼를 몽땅 먹어버리고 집까지 부셔버리고 조각으로 만들어버려 돼지는 튀겨먹고 염소는 꾸어 먹고 토끼는 삶아 먹을 거야!
문경주(봉덕초 1)
첫째 돼지는 바보같이 집을 지푸라기로 지었다. 둘째 돼지도 바보같이 나뭇가지로 지었다.
그래도 늑대한테 잡어먹히는 건 싫다. 한 번 잡아먹히면 못 태어나니까.
늑대가 원래는 착한데 돼지가 거짓말한 것 같다.
박균호
난 늑대가 싫어. 선생님이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리고 무도회를 했다. 늑대한테 박수를 쳤다. 그래서 선생님이 쓰다듬어 주었다.
전윤서(봉정초 1)
늑대가 좋아졌다. 선생님한테 잘 했다고 칭찬받으니까 동원이가 부럽다. 나도 늑대가 되어 날 놀리는 염소들을 혼내주고 잡아먹고 싶다.
괴물도 잡아먹고 싶다. 그러면 늑대가 되어도 좋다.
남우성(증안초 1)
첫째 돼지를 잡았다. 둘째를 잡아먹었다. 셋째는 방어가 된다. 첫째 둘째도 집이 있는데 다 부러졌다.
용승준(진흥초 1)
난 늑대가 싫다. 왜냐하면 아기돼지를 다 잡아먹었으니까. 그랬으니까 난 늑대가 싫어.
박영은(봉정초 1)
난 늑대가 착하다. 돼지는 나쁘다. 설탕을 안 줬다.
김은수(서경초 1)
* 이 글은 2019년 11월 흥덕문화의집 글쓰기교실에서 나온 이야기입니다. 위의 책은 현재 절판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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