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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휴를 읽는 법, 우부순 시인의 시집 <아휴의 탄생>

새책 소식

by 참도깨비 2024. 7. 16.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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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아무도 모르는 곳에 웅크려 숨어있어도 걱정 말아요.
고양이는 우울해서 숨는 게 아니에요. 어둠을 갖고 놀기에 딱
좋은 곳을 찾았을 뿐이니까요. 높은 곳에서 무작정 아래로 추
락하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걱정하지 마세요. 고양이는 중력
을 가지고 노는 것을 아주 좋아하고 능숙하답니다. 다치거나
죽을 리가 없지요.

제가 친구가 없다고 걱정하지 마세요. 고양이 말에는 친구
라는 단어가 없어요. 인생 끝까지 홀로 걷는 존재니만큼 그림
자만으로 충분하다고요. 그러니 제가 이 많은 인간들과 재미
없는 네모에 갇혀 하루 종일 의자에 묶여있는 것이 얼마나 고
문인지 상상이 되시나요? 고양이를 이렇게 취급하면 안 되는
건데 말이에요. 인간 사회에서 거의 모든 고양이가 병드는 것
은 당연한 일이지요.

나도 다 계획이 있다고요. 제 일은 제가 알아서 하고 있으니
선생님은 선생님 일을 하시면 돼요.

이야~홍!

-「고양이 학생」부분
 

 

아휴는 아이와 학부모, 교사의 접점에서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시의 새로운 독법을 가져다줄 수 있다. 시의 언어가 조금만 휘어져도 난해하다며 시를 독해해달라는 독자의 자리와 오늘도 새롭게 태어나는 아휴와 같은 아이 사이에서 아휴를 발견하고 아휴의 세계를 함께한 시인과의 이야기가 궁금하고 기다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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