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따라 학교에서 일찍 돌아온 아내한테 들러붙어 살갑게 구는 한길이. 할머니네 집에 있는 동생 한울이가 자주 아파서 걱정거리가 끊이지 않는데 이 녀석이 살갑게 구니 그 빈자리가 더 커 보입니다. 또 한울이를 보살피고 있는 어머니가 몸이 약해지셔서 옆에서 지켜보기 민망하기만 합니다. 일주일마다 간다고는 하지만 요즘처럼 아픈 날에는 모든 일을 제쳐두서라도 달려가고 싶은 마음입니다.
참, 이야기가 다른 데로 흘렀습니다.
요즘 한길이가 겉으로는 안 그렇지만 조금 쓸쓸해 하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앞에서도 이야기했듯이 아내가 돌아와 신이 난 한길이가 아내한테 착 들러붙어 하는 이야기 속에서 느낀 것이지요. 조금 뒤에 보니 한길이가 아내 다리를 주물러주고 있더니 뜬금없이 한다는 소리가 재미있더군요.
"엄마, 엄마가 내 아내야?"
"아니지. 네가 다음에 결혼하면 아내가 생기는 거지"
여기까지는 서로의 다리를 주물러주는 아내와 남편 사이를 오해한 데서 오는 것이라고 그냥 넘겼는데 다음에 하는 말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더군요.
"그럼, 나는 누구랑 결혼하지?"
벌써 이런 걱정을 하느냐고 뭐라고 하려다가 자세히 들어보니 친구 이야기를 하고 있더군요. 어린이집을 졸업하고 다시 들어가지 않느게 잘했다 싶으면서도 은근히 친구들 사이에 묻혀 노는게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니 요즘 한길이가 외로움을 타는 것 같더군요. 어린이집에 다닐 때는 은주란 여자 아이 없이는 못 살 것처럼 해서 서로 결혼하느니 사랑하느니 하더니 그것도 어제 일이 되고 나니 진짜 홈스쿨링(?) 하는 한길이 곁에는 친구가 없더군요. 집에서 혼자 노는 데다가 동네 한 바퀴 돌고 온다고 해서 숨이 차도록 돌아봐도 같이 놀 만한 친구들 만나기 어려우니 그럴 수밖에 없더군요.
"미술학원에도 친구가 많잖아"
며칠 전부터 흙을 빚고 만드는 걸 주로 하는 미술학원에 다니기 시작했는데 중간에 들어간 거라 친구가 별로 없는 모양입니다.
"아직 친한 애는 없어. 별로 친해지고 싶지 않아"
"왜, 같이 하니까 친해지면 좋잖아"
"아니, 애들이 별로 이야기도 안 해"
오늘 한 아이 이름을 알아오긴 했는데 서로 소 닭 보듯이 하는 모양이더군요. 그쪽 학원이 아파트 단지라서 그런 것일까요. 아직은 흙 만지고 그리고 노는 것에만 빠져 좋아하는데 친구가 생기면 더할나위없이 기쁘겠구만, 힘이 쭉 빠진 느낌이더군요.
"나는 친구도 없고, 누구랑 놀지?"
전혀 내색도 하지 않다가 마음에 겹쳤던 말이 터져나오니 안타깝더군요. 한울이를 데려오면 더 나아질까요. 아직 학원에 다닌지 얼마 되지 않으니 시간을 두고 생각해 볼 일이겠지요. 그래서 이 녀석도 은근슬쩍 어린이집 이야기를 하고 빨리 학교에 가고 싶다는 말을 하는 것 같습니다. 이 녀석도 이제 품안의 자식이 아니고 친구를 찾고 그 사이에서 휘휘 돌 때가 됐구나 하는 생각을 하니 마음 한 구석이 허전해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자기 끼를 간직하면서 새로운 친구를 찾을 때가 되었으니 훨훨 나가도록 도와주어야 하겠지요. 괜히 어른이 빨리 되고 싶다고 하는 말도 친구가 없다는 말처럼 씁슬하게 들리는 날, 함께 즐거워지도록 잘 살피고 친구 걱정하지 않도록 해줘야 할 것 같습니다.
2004년 4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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