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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울이 눈물은 다 한길이 오줌이 된다

도깨비 일기

by 참도깨비 2021. 9. 3.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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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한울이 눈물은 다 한길이 오줌이 되는 것 같아"
늦게 엄마가 가져온 오징어포를 먹고 잔 한길이가 이부자리에 지도를 그려놓았는데 이불 홑청을 뜯다 보니 기가 막혀 하는 말입니다. 오줌을 자주 지려서 밤에 잘 때면 꼭 오줌을 누고 자라고 하는데도 가끔 이렇게 대책없이 지도를 그려놓아서 하는 말이지요. 한울이는 날마다 눈물바람이어서 아마도 그 눈물이 다 한길이 오줌이 되는 모양이라고 생각하면서 한쪽에 휘휘 말아서 쑤셔놓은 내복을 보면 속이 터질 일이지요.


"아무래도 병원에 한 번 가보든지, 한약을 먹이든지 해야겠네"
하고 볼멘소리를 하면 할머니는 이렇게 말씀하시지요.
"이상하네, 한울이 고 조그만 것도 안 싸는데 다 커서 무슨 일이라냐?"
이런 소리를 들으면 더욱 더 한울이와 한길이 사이에 일어나는 삼투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한길이 너 훈진이네 집에 가서 소금 얻어와야겠다"


학교에서는 스티커 받는데 일등이란 녀석이 집에서 이렇다는 사실을 알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보면서 압박을 해보는 것이지요. 그러면 이 녀석은 막다른 골목에 몰린 것마냥 눈자위가 꿈틀꿈틀하고 금방이라도 울듯이 난처한 표정으로 대응을 하지요.
" 뭔 수를 써야지. 2학년씩이나 되는 녀석이 오줌을 싸면 어떻게 하냐? 새벽에 마려우면 일어나서 누든지 해야지 그냥 싸면 어떻게 해?"
한없이 작아지는 한길이를 보며 아내는 옆에서 두둔을 합니다. 너무 나무라지 말라고, 어쩔 수 없는 일인데 자꾸 다그치면 어쩌냐고 하지만 다른 일은 참아도 이 일만은 못 참을 것처럼 뭔 수를 떠올리게 됩니다.
그래서 '아무래도'란 말이 입에 붙어버렸습니다.


"아무래도 학교 친구들한테 소문 낼까?"
치사한 방법이지만 진짜 그러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습니다. 학교에서야 스티커를 가장 많이 받는다는 범생이니 어쩌면 약일 될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면서 말입니다. 한길이야 화들짝 놀라서 제발 그러지 말라고 하지만 여름 이불도 아니고 안팎으로 눅눅하고 냄새나는 것을 내걸고 말리다 보면 악수라도 쓰고 싶은 것이지요.


어디가 아픈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면 너무 다그치기만 하는 것 같아 미안해지기도 하지만 잘 먹고 잘 노는데 뭐가 있을까보냐는 식으로 떼우며 이 녀석 버릇을 고칠 수 있는 묘안을 짜봅니다. 무엇보다 잘 때 누고 자라는 말을 할 수밖에 없지만 아무래도 한약이라도 먹여야겠다는 쪽으로 매듭을 짓습니다.

한울이는 또 한길이 형에게 잘못을 돌리며 눈물 바람이네요. 일찍 출근한 엄마를 놓친 것도 그렇고 대안으로 할머니 치맛자락을 잡으며 우는 것인데 곱슬곱슬한 머리카락처럼 철철 흘러나오는 듯합니다. 그것이 다 한길이 오줌보로 들어가 조금씩 지리기도 하고 한울이가 뒤집어씌운 잘못들에 격분할 때마다 잠꼬대가 되어 지도를 그리는 게 공식이라도 되는 것처럼 그냥 웃어봅니다. 어디 5,6학년이 되어서도 지도 그린 아이도 있는데 뭘, 하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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