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사탕 하나 먹으면 안 돼"
유치원에 다녀온 한울이가 또 사탕 타령입니다.
"그래, 하나만 먹어"
오래 전 발렌타인데인가 뭔가 하는 날에 아내가 한 꾸러미 사탕 선물을 가져온 탓에 어쩔 수 없이 늘 사탕 유혹에 넘어가지 않을 수 없는 한울이. 그래도 물어보고 먹으니 기특하기는 하지만 사탕만 밝히다가 이가 썩을까 걱정이 됩니다.
하나쯤이야 먹고 나서 이를 닦으면 되니까 괜찮다 싶어 허락했지요.
"또 하나 먹으면 안 돼?"
"금방 먹었잖아"
"또 먹고 싶어"
"안 돼"
"엉, 이히!"
안 된다고 하니 징그럽게 들붙어서 입맞춤을 해댑니다.
"안 된다니까. 그거 또 먹으면 이 다 썩어!"
"치카치카 하면 되잖아!"
말이야 맞는 말이지만 그렇다고 사탕이 독이 될 수 있다고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더군요.
"너무 많이 먹으면 배 아프고 몸에 안 좋아"
그러니 한 풀 꺾였는지 도서관 안에서 도서관 놀이를 한다고 책을 다 뽑아다가 의자로 둘러친 자기만의 도서관에서 놀더군요.
"아빠, 사사사사사,타아앙 안 돼?"
온몸이 사탕이라도 되는양 끈적끈적하게 다가오는 한울이 녀석 얼굴을 그대로 보면 안 될 노릇이지요. 눈웃음을 치면서 징그럽게 들어오는데 단박에 자를 수가 없더군요.
"안 된다니까"
거듭 잘라 말하고 모른 척 일을 하고 있으니 이번에는 왠일로 바닥에 엎드려 절을 하기 시작하는 한울이.
"왜 절을 하고 그래?"
세배하라고 할 때는 낙지라도 되는양 흐물거리며 하는둥 마는둥 하더니 무릎을 꿇고 두 손을 앞으로 쭉 뻗는 모양이 제법입니다.
"사탕한테 절 하는 거야"
"뭐, 사탕한테 왜 절을 해"
"사탕이 맛있으니까. 먹고 싶으니까"
기가 막히더군요. 한 번도 아니고 연거푸 절을 할 생각은 어떻게 했는지 웃음만 나오더군요.
"그렇다고 사탕한테 절을 하냐?"
"맛있으니까 절을 하지"
"그래 그래 졌다 졌어. 하나만 먹어"
절까지 받은 사탕은 얼마나 더 달콤할까 싶더군요. 잽싸게 사탕을 꺼내 맛있는 소리를 내가며 열심히 먹는 모습에 또 한 번 웃었습니다. 서로 의기투합이라도 한듯 금세 사탕 하나가 입안에서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응, 그런데 또 하나 먹으면.."
"이번에는 진짜 안 돼"
더는 안 된다고 못을 박으면서도 이 녀석의 끈질긴 구애에 혀를 내둘렀습니다.
"그런데 강아지풀은 언제 나와?"
"엥, 무슨 강아지풀!"
"저번에 먹었던 거 있잖아"
"강아지풀을 누가 먹냐?"
"저번에 먹었잖아"
"강아지풀은 이거잖아"
사탕을 못 먹게 되자 난데없이 강아지풀을 꺼내기에 골목에 핀 강아지풀을 보여주었지요. 그러니 이건 아니라는 눈치더군요.
"아니, 아니다. 저거다"
한울이가 가리키는 곳을 보니 강아지풀이 아니라 괭이밥이더군요. 시큼달달한 괭이밥 잎을 강아지풀로 잘못 알고 있었던 것이지요. 꽃밭이며 텃밭 사이 사이에 괭이밥이 많아서 꿩 대신 닭이 되어버린 것이지요.
"아, 맛있다"
몇 잎 따주었더니 연신 맛있다고 입맛을 다시더니 어느새 눈에 보이는 것들을 다 따먹더군요.
"야, 배부르다"
참 특이한 녀석입니다. 옆에서 지켜보면 형은 한 잎 따먹더니 눈살을 찌푸리고 돌아섰는데 이 녀석은 염소라도 되는양 아구아구 뜯어먹는 것이 신기하기만 하더군요. 사탕보다 낫다 싶으면서도 괭이밥을 뜯어먹는 걸 보니, 정말 맛있게 먹는 걸 보니 이것도 사탕 앞에 하던 절처럼 간절해 보이더군요.
2008년 6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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