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뜨거운 울음이 먼 길을 만든다 ”
매미들은 시침 분침 초침인양 어김없이
땅거죽을 뚫고 올라왔다.
그래서 이맘때면 나무 둘레를 서성인다.
매미의 환생에 5,6년도 넘는 시간이 걸려서
지금에야 뚫린 것이라면
저 구멍은 별이 이 땅에 오는 빛의 속도 너머처럼
지금도 가물거리며 빛나는 까닭이리라
지난 해 울었던 매미가 아니라
이사 올 무렵이던가, 아니 그 전에 묻혔던 울음이리라.
나무의 나이테만큼이나 제 몸에 두른 껍질을 벗고자
올라오는 지진해일과도 같은,
울음을 어쩔 것인가.
나무는 베어졌다.
나무젖을 빨면서 울었던,
그 비릿한 냄새를 따라 올라왔건만
나무는 밑둥만 남긴 채 잘려졌다.
풍비박산이 되어 사라진 집터로 돌아온 이의 마음이 이럴까
아직 울지 못하는 뜨거운 몸이니 무엇이라도 붙들어야 하리.
생애를 벗어나게 해 줄,
화산처럼 밀려올라오는 몸뚱이라도
발톱으로 그러줘야 할 전생이 있으니
땅만큼 든든한 바탕에서 탈피와 우화가 있는 법이니
저 가녀린 잎이라도 붙들어야 하리.
저를 위해 울어줄 나무그늘이 없으니
어디로 가야 할 지 모르겠지만
울어보기도 전에 고양이나 새들의 먹이가 되지 않으려면
저를 끌어내 으슬으슬하면서도 뜨겁게 젖은 몸을 말려야 할 때.
그마저도 등을 갈라 밀려올리고 나면 아픔쯤이야
연줄을 끊긴 얼레처럼 덤덤한 것임을
비에도 식지 않는 뜨거운 울음이
먼 길을 만드는 것임을
가녀린 옥수수껍질과 같았던 날개 속에
지도를 펼쳐 보여주었다.
비마중 나온 하늘이 말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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