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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막 삶는 법

책 속 한 문장, 또는 장소

by 참도깨비 2021. 9. 7.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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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꼬막 삶는 법 ”

 


유난히 입맛이 짧은 아버지를 위해 벌교 참꼬막을 시켰다.
이것저것 반찬을 해놓아도 고기 한 점 드시다 말고 김치쪼가리면 끝
소나기밥에 뭐 그리 바쁘실까
늘 길 위에 마음이 가 있는 아버지를 위해 택배를 시켰더니
꼬막 한 상자가 왔다
전에는 잘못 시켜서 반은 상한 거여서 심히 고향에 대한 배신감 같은 걸 느꼈더랬는데
이번에는 제대로 된 꼬막이 왔다
 
어머니마저 몸이 고장이 나셔서 병원 신세를 지고 있어
태어나서 처음으로 꼬막을 삶았다
그동안 어머니가 삶아주시는 꼬막만 먹다가
아내가 전수받아 삶아주는 것만 먹다가
막상 삶으려니 난감했다
일단 꼬막과 함께온 설명서를 보는 수밖에
 
벌교 참꼬막
녹차의 고장 보성, 그곳에서도 오염되지 않은 청정해역에서 생산된 자연산 그대로인 간간하고 쫄깃쫄깃한 맛좋은 보성농수산 벌교참꼬막을 찾아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드립니다.
 
1. 참꼬막 소개
청정지역의 갯벌에서 난 참꼬막은 예로부터 임금님 수랏상에 올라가는 8진미 가운데 1품으로 진상되었고 조상의 제삿상에도 반드시 올라가는 귀한 음식입니다.
 
2. 꼬막 종류
꼬막은 참꼬막, 새꼬막, 피꼬막으로 구분되는데 모양은 서로 비슷하지만 크기와 껍데기에 패인 부채꼴 형태의 골수로 구분합니다. 꼬막은 돌조개과에 속하는데 참꼬막은 새꼬막, 피꼬막과는 달리 양식이 되지 않는 자연산 그대로의 패류입니다. 그래서 최고가 참꼬막인데 품질과 가격면에서 청정해역의 전남 벌교산의 참꼬막을 최상품으로 쳐줍니다.
 
3. 특징
꼬막은 23%의 단백질을 함유하고 있고 또한 필수아미노산이 함유되어 있으며 알칼리성 식품으로서 비타민류, 칼슘, 철분 등의 함유량이 많아 허약한 체질의 회복식품으로 빈혈예방과 어린이 성장발육에 좋고 음주로 인한 간의 해독에도 우수한 효능을 가지고 있는 몸에 좋은 건강식품입니다.
 
4. 꼬막 요리
1) 꼬막무침 - 고춧가루, 간장, 다진마늘, 깨소금, 참기름, 굵은 파로 양념장을 만들어 꼬막을 껍데기째 한 쪽 면만 까서 그릇에 담고 양념장을 골고루 끼얹어 밥반찬으로 먹습니다.
2) 고추 꼬막전 - 붉은 고추와 풋고추는 얇게 송송 썬 뒤 물에 헹구어 씨를 뺀 다음 잘 삶은 꼬막살에 밀가루를 얇게 묻히고 달걀에 적셔 약한 불에서 3~4개씩 얹어 부치면서 붉은 고추와 풋고추를 조금씩 올려 양면이 익도록 지진 다음 양념장을 곁들여 냅니다.
3) 그 외로 꼬막구이, 꼬막회, 꼬막 장조림, 꼬막 미역무침, 꼬막 된장찌개 등 식성에 따라 여러 가지를 만들어 먹을 수 있습니다.
 
5. 꼬막 삶기
1) 갯벌에서 자란 꼬막은 사이사이 진흙이 많이 묻어 있으므로 껍데기를 비벼가며 박박 문질러 여러 번 씻어 사용합니다.(맨손으로 문지르면 아프니 고무장갑을 끼고 사용하세요)
2) 먼저 물을 꼬막이 잠길 만큼 냄비에 붓고 팔팔 꿇이다가 찬물을 한 컵 정도 부어서 물을 약간 식힌 후에 꼬막을 넣어서 한 쪽 방향으로 계속 저어주다가 물에서 김이 오르면 하나를 건져 내어서 잘 익었는지 확인을 한 다음에 익었으면 재빨리 건져 냅니다.
주의- 꼬막은 너무 많이 삶으면 맛있는 물이 다 빠져 버립니다.
 
 또 다른 방법은 물을 냄비에 붓고 물이 약간 미지근하게 되면 꼬막을 넣고 한 쪽 방향으로 지어주다가 한 개를 건져내어 확인한 후에 살짝 핏기가 있을 듯 말듯 하면 건져냅니다.
3)꼬막은 삶기를 잘 해야 합니다. 이게 요리 비결이죠!
꼬막은 잘못 삶으면 입이 죄다 벌어져서 맛있는 국물이 다 빠져버리고 살이 졸아들어 맛이 질겨집니다. 몸체가 줄어들지 않고 국물이 촉촉하고 살에 윤기가 반지르르 흐르면 잘 삶아진 것입니다.
4) 바로 막 잘 삶아서 따끈따끈 할 때의 참꼬막은 탱탱한 육질에 윤기가 자르르 흐르고 입에 넣으면 여러 가지 맛이 나는데 간간하고 쫄깃쫄깃하고 알큰하고 배릿한 맛이 아주 일품입니다.
 
6. 상품 판매 가격은 3킬로그램, 5킬로그램, 7킬로그램, 10킬로그램, 20킬로그램입니다. 벌교 참꼬막 가격은 계절과 시세 변동에 따라 차이가 있습니다. 발교 참꼬막은 알이 꽉 차고 실한 사이즈로 벌교 산지에서 신선한 갯벌상태 그대로 배송해 드립니다.
 
7. 보관방법
1) 남은 꼬막은 아이스박스 채 뚜껑을 열고 시원한 곳에서 며칠은 보관할 수 있으며 오랫동안 보관시는 냉장실이나 김치냉장고에 보관하시면 신선도가 더 오래가서 좋습니다.
2) 참꼬막을 삶아 살만 발라 냉동실에 보관했다가 찜이나 볶음찌개에 활용해도 좋습니다. 꼬막은 조개처럼 해감은 따로 하지 않아도 됩니다. 필요한 양만큼만 덜어내어 잘 씻어서 사용하시면 됩니다.
 
감사합니다.
 
 
사투리만 섞어넣으면 어머니가 일러준 말씀 그대로다. 어머니는 아버지가 학교 소사로 일할 적에 체육대회를 하면 가마솥 한가득 꼬막을 삶아내도 하나같이 애들 눈빛만큼 영롱하게 삶아냈다. 겨우내 꼬막을 까먹으며 어쩌다 갈치 한도막이면 밥 몇 그릇은 먹을 만큼 좋았던,
 
 어머니에게 다시 물어보지 않고 직접 해보기로 했다. 제법 살림에 이력이 붙은 터라 먼저 물을 올려놓고 꼬막을 씻었다. 강판 그릇에 꼬막을 씻어내는데 짤그락짜그락 하는 소리가 지나가는 사람 들으라고 밥그릇 닥닥 긁는 소리 같다는 생각이 든다. 먹을게 없어서 바닥까지 닥닥 긁어대는 것이 아니라는 역설을 만들어낸 어머니 생각처럼 맑게 울리는 꼬막 씻는 소리에 벌교 뻘흙물이 쌀뜨물처럼 느껴진다.
 

 
 
 참꼬막은 뻘흙에 살면서도 왜 뻘흙을 삼키지 않았을가, 해감하지 않아도 될 만큼 깡깡하게 입다물고 살 수 있었을까. 제 안에 도는 핏기만으로 부풀어 터질 듯한 살을 빛내고 있을 수 있을까.
 뻘흙이 씻겨나가자 오돌토돌한 참꼬막만의 골수가 손에 끌끌하면서도 단단하게 만져진다. 작은 박새나 딱새 같기도 한 참꼬막이 새색시 같다.
 
그새 물이 끓고 말간해진 꼬막을 냄비에 넣는다. 아차, 찬물 한 대접 넣어야지.
 

 
 
 
그리곤 한쪽 방향으로 저어주고, 한쪽으로 저어주지 않으면 꼬막살이 한쪽에만 붙어나오지 않는다는 말은 덤으로 들었기에 무슨 의식을 치르기라도 하듯 조심스럽게 알발타 살발타~ 저어준다. 좀 션찮은 놈들은 입을 딱딱 벌리며 꼬막살을 내지른다. 꼬막은 뭐니뭐니해도 살짝 핏기가 가시게 데쳐대는 데 맛이 좌우되기 때문에 노심초사하며 저어주다가 얼른 건져내야 한다. 아는 이야기지만 실제로 해보니 만만치 않다.
 

 
 
그런대로 똘망똘망한 꼬막눈이 나왔다. 꼬막눈물이라고 말하는 검붉은 눈물에 젖어있는 소녀 같은, 이라고 뇌자 마자 꼬막 껍데기에 돌돌 구멍 뚫어 꼬막 목걸이를 해주던 애송이 사랑 생각이 난다. 간간하게 짭조름하면서도 이 세상 어느 살과는 비교할 수 없는 알큰하고 배릿한 맛! 손톱힘께나 있어야 껍데기를 까고 탱탱한 꼬막눈을 만날 수 있는 만큼 아버지 어머니가 걸어온 세상살이 같기만 하다. 깡깡하게 다물고 살았던 삶의 진수가 꼬막눈에 맺혀 있는 듯하다.
그래서 그런지 아버지는 한 소쿠리 삶아낸 꼬막만 자시며 아이들에게 연신 이거 먹으면 눈이 밝아진다고 자꾸 아이들 밥숟가락에 꼬막살을 얹어주신다.
그걸 보니 남사시럽게도 시집 가도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 꼬막이 차가운 베란다에 가득 있는 것만으로 쌀 몇 가마니 팔아놓은 것마냥 든든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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