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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통리에서

책 속 한 문장, 또는 장소

by 참도깨비 2021. 9. 7.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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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시 통리에서 ”

 

 


한성사택 구공탄 불 타던 아궁이는 사라진 지 오래
카지노 사북 지나 태백은 동해로 빠지는 동굴형 소비도시다
대형마트가 안착한 뒤로는 카트마다 여름 한철
원프러스원 상품들로 넘쳐난다 
아직도 제몸안의 십구공탄 불길을 뿜어내는
검룡소여, 겨울빨래를 하러 들어가던 절골이여
그리하여 통리는 동해로 가는 태백의 통점이다
스위치백으로 넘는 눈물과 미인폭포 사이의 통점이자
노란 난장 치마 속에 감춘 통점이다
 

 
 
흘레를 붙듯 쩍쩍 들러붙던 검은 하늘에는
개처럼 짖던 까마귀떼들
하루에도 골백번 넘게 막장을 훑었으리
추천역, 왜 가장 높은 곳에 멈춰섰는지 말해주리라
구공 정수리를 뚫어 빛나는 통점을
 

 
 
이제는 검붉은 육개장 국물에 펄펄 끓는
다시 통리에서 본다
싸구려옷과 변비약, 무좀약, 메밀전병, 명심보감, 논어, 맹자, 개, 오리, 닭, 칠면조
 

 
 
 
고양이는 수염이 지나치게 길다 수염이 길어서
한낮의 잠은 메이드인차이나같다
펌프질로 즉석에서 뽑아올린 듯한 천원짜리 냉커피가
5,000원한다는 카페커피보다 낫다고
남색초원하늘소 더듬이마냥 뽑아올리는 장거리말씨들
뭐 하나 퍼득거리지 않는 것이 없어서 두말없이 사주어야 할 것 같은
식구들의 너털웃음을 안다
찌그러진 냄비 뚜껑을 열듯 먹먹한 귀를 열고 들어와
고추가루와 소금을 뿌리고 가는 구름의 통점을 읽는다
 

 
 
제 목숨의 몇 끄나풀을 꼬고 또 꼬아 연명하며
아코디언을 불듯 붉은 문어가 묻는다
삶아서 줄까요? 얼음 채워 줄까요?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서 머리띠를 단단히 죈
아주머니는 복화술을 할 뿐이다
통점이란 바로 그런 것이다
복화술을 하며 넘어지는 산판의 나무가 더 아픈 법이다
아버지들이 그랬다
어머니들 또한 긴 긴 해 박복하게 선탄부로 아팠다
자식들 또한 잊고 싶은 통점에서 만나 동해로 흩어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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