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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시집

새로 들어온 책

by 참도깨비 2021. 12. 15.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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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올리버의 시집은 출간될 때마다 산문집과 함께 잔잔한 반향을 가져온다. 『천 개의 아침』에 이어, 전미도서상 수상 시선집 『기러기』 또한 142편 어느 것 하나 허투루 보이지 않는 자연의 경이를 담았다. 그가 하는 일은 뒷 주머니에 수첩을 꽂고 숲과 바닷가를 산책하며 날 것 그대로의 자연을 말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를 “습지 순찰자”이자 “자연 세계의 포기할 줄 모르는 안내자”라 부른다고 한다. 이번 시선집은 연대별로 골라 뽑아 실었는데 경이로운 자연에서 인간이 얼마나 볼품 없는지를 발견하게 되는, 그래서 흔한 예찬의 시가 아니라 한 몸이 되어 깃든 자연의 세계 그 자체이다. 메리 올리버 전문 번역가 민승남의 번역과 이한구 사진가의 사진이 한껏 메리 올리버의 시 세계를 친근하게 이끌어 주고 있다.                                                                                                                                                         착하지 않아도 돼                                                                                                                                   참회하며 넓은 사막을
 무릎으로 건너지 않아도 돼.
 그저 너의 몸이라는 여린 동물이
 사랑하는 걸 사랑하게 하면 돼.
 너의 절망을 말해봐, 그럼 나의 절망도 말해주지.
 그러는 사이에도 세상은 돌아가지.
 그러는 사이에도 태양과 투명한 조약돌 같은 비가
 풍경을 가로질러 지나가지,
 (…)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세상은 너의 상상에 맡겨져 있지,
 -「기러기」

여러 시인과 평론가들에게 언급되는 미국을 대표하는 시인 윌리엄 칼로스 윌리엄스의 시집 <패터슨>. 에즈라 파운드와 함께 이미지즘이 돋보이는 언어의 경지를 보여주었다고 평가받는 윌리엄스의 <패터슨>은 짐 자무쉬 감독의 영화 <패터슨>으로도 만들어질 만큼 이름이 나 있다. 패터슨 시의 버스 운전 기사이며 시인이기도 한 영화 속의 주인공이 쓰고 읽어주는 시가 가장 미국적인 평범한 시민의 언어를 보여주었듯이 윌리엄스의 시는 평범한 사람들의 삶 속에서 끊임없이 대화하고 찾아가는 시인이 특유의 관찰자 시선을 보여준다.                                                                                       

에즈라 파운드가 “단 한 행도 무의미한 부분이 없다.”라고 평가했던 초기 시집 『원하는 이에게』, 『신 포도』, 『봄 그리고 모든 것』 등 1938년까지의 작품들을 담은 시선집이다. 소아과 의사로 일하며 저녁에는 평범한 시민들을 관찰하며 시를 썼던 윌리엄스의 시를 대하는 자세는 “별 볼 일 없는 이들, 그 끔찍한 얼굴의 아름다움”이다. 아름답기만 한 시에서는 찾을 수 없는 사람들의 삶에서 압축과 구체적인 문장을 뽑아내는 시인의 소명을 다하고 있는 것이어서 공동체의 언어이자 “자신이 보는 모든 것들의 생명을 가장 높은 존엄성의 위치로 올려놓는" 언어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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