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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아 장편소설 <아버지의 해방일지>

새책 소식

by 참도깨비 2022. 9. 28.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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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치산의 딸>로 우리 역사의 레드 컴플렉스로 남아있는 금기를 깬 작가 정지아가 전직 빨치산이었던 아버지의 죽음 뒤에 다룬 이야기다. 빨치산의 딸로 살아야 했던 현실의 핍진함을 아버지 죽음 뒤에 화해와 용서로 되찾는 진정한 가족사라고 해야겠다. 화자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빨치산 출신으로 사회주의 혁명을 꿈꾸면서도 자본주의의 한복판에서 의연하게 살았던 분들이다. 그러나 화자는 그런 아버지와 어머니 때문에 찢어져야 했던 다른 가족들처럼 피해자의 한 사람일 뿐이었다. 그런 아버지가 죽고 나서 겪는 3일간의 장례에서 다시 발견하는 아버지의 신산했던 삶이야말로 우리 역사의 단면이자 질곡이다.  눈물 나는 이야기이면서 자못 진지하다가도 작가의 세밀한 문장에 녹아나는 또다른 카타르시스를 겪게 된다.  지리산과 백운산을 누볐던 빨치산에서 조직 재건을 위해 위장자수를 선택한 아버지의 전말이 재미있게 반전을 겪으면서 화자를 치유하는 방식으로 전개되는 것이다. 처음부터 진 싸움이었음을 알았던 아버지가 세상에 내려와 구한 사람들만 해도 여럿이다. 아이러니 같지만 가족들에게 희생과 상처를 남겨주었던 아버지이지만 굴곡 있는 한 시대를 구례라는 한 공간에서 살았던 사람들에게서 느끼는 웃픈 현실인 셈이다. 어쩌면 아버지의 스승이었던 소선생이 좌우의 제자를 두고 어떤 세상이 오더라도 서로 구해줘야 한다는 부탁처럼 아버지는 사회주의 혁명을 꿈꾸고 의연하게 살았으면서도 친구들이나 어린 학생에게까지 인간적으로 다가갔던 영웅적인 인물이다. 그래서 화자는 장례를 치르면서 아버지의 유골을 구례라는 공간 곳곳에 뿌리며 모두와 화해를 할 수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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