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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책으로 돌아가야 한다

작은도서관 이야기

by 참도깨비 2021. 8. 20.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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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책으로 돌아가야


어디 따뜻한 데 가서 책이나 실컷 읽었으면 좋겠다. 책 읽다가 졸리면 자고 다시 일어나 책을 읽으면 소원이 없겠다.

책을 만드는 출판사 대표의 말이다. 아니 내 말이기도 하다. 하루 종일 도서관에 앉아 햇볕을 쬐며 책을 읽다 보니 이런 호강이 따로 없어서 하는 말이다. 자발적 고독이라는 말이 다른 게 아니다. 무엇 때문에 바쁜 줄도 모르고 뛰는 걸음을 멈추고 잠시 옆으로 물러나서 자신을 바라보는 것이 자발적 고독이다. 자발적 고독에는 책 읽기가 우선이고, 책 읽기는 바로 자신을 들여다보는 일이기 때문이다. 제 몸을 짚어보며 오장육부와 연결된 자신의 생각이 어떻게 흐르는지 알아보는 것처럼 중요한 일이다. 작은도서관에서 한 해를 보내고 나니 다시 드는 생각이기도 하다.

다시 책으로 돌아가야 한다. 작은도서관에서 일하는 사람이면 기계적으로든지 책을 읽어야 한다. 책 등이라도 어루만지고 머리말이나 차례라도 훑어보고 읽어야 할 책을 골라야 한다. 도서관 이용자들의 편의를 위해서 봉사하지만 그들의 빌려가고 반납하는 책의 행간을 읽고 자신만의 책을 읽어야 마땅하다. 그래야만 작은도서관만의 길이 보인다. 내려놓지 못하고 끌고 가야 하는 당위성이 생긴다.

무엇보다 책을 읽음으로써 자신의 새로이 발견해야 한다. 자신의 욕망과 치유 불가능하다고 믿었던 자존감이며 실낱 같은 희망의 길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모든 일이 원만하다면, 참을 만하다면 문제가 아니지만 그렇지 않다면 읽어야 한다. 늘 책을 끼고 잠깐이라도 읽고 다시 접어두었던 책갈피를 열어야만 숨을 쉴 수 있다. 아는 것이 많아지라고, 이용자들에게 어떤 책을 권할 것인지 읽는 것이 아니다. 제대로 숨 쉬며 살기 위해서 자신의 몸을 만들고 마음을 만들기 위해 읽는 것이다.

작은도서관, 아니 큰 도서관 사서나 봉사자이면서도 실제로 책과 거리가 먼 사람들이 많다. 일부러 멀어지려고 한 것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과중한 업무와 긴장 때문에 멀어진 경우가 많다. 한 권을 다 독파하기 위한 시간이 부족하고 흐름이 끊긴다고 하소연하지만 언제 편안하고 여유 있는 시간이 주어지는 법은 없다. 시를 쓸 여유가 없어서 나중에 은퇴하거나 편안해지면 쓴다고 말하는 것과 다름없다. 지금의 시간이 중요한 것이다. 지금의 이야기가 중요한 것이다. 지나고나면 회고일 뿐이다. 오늘이 중요하다고 하는 것은 지금 누구를 만나고 무엇을 생각하고 읽느냐는 것을 묻는 일이다.

다시 책으로 돌아가 책 읽기를 가장 우선으로 두고 도서관 문을 열고 닫아야 한다. 문화프로그램이며 교양 강좌도 중요하지만 내가 읽고 있는 책으로부터 길을 만들어가야 한다. 실패한 프로그램이나 다른 행사도 복기하다 보면 지금 읽고 있는 책으로부터 해답이 보일 수 있다. 읽던 책을 내려놓고 생각할 때 찾아드는 것이 자발적 고독이자 자신의 삶이다. 손 뜨게질을 하다가 손님을 맞는 슈퍼 주인처럼 평안해지는 길이다. 책 읽는 시간이 따로 있지 않다. 따뜻한 햇볕이 아니라 비가 오거나 바람 부는 창을 내다보거나 흔들리는 버스에서도 책을 읽어야 한다. 그렇다고 책읽기만 하라는 것이 아니다. 사람을 읽고 스스로 그러한 바깥을 바라보아야 한다. 그때 비로소 보이는 것이 또한 삶의 행간이다.

다시 책으로 걸어들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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