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로 하면 휴먼북, 또는 휴먼북 라이브러리. 언제부터 쓰기 시작했는지 모르지만 자주 쓰는 말이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삶과 지혜가 책이 되고 도서관이 된다는 말. 그래서 책 대신 사람 이야기를 듣는 시간을 갖기도 한다. 유명 인사 초청 강좌거나 평범한 삶의 이야기를 들으며 공감하는 시간이다. 북 토크라고 해서 책을 낸 저자와의 만남을 통해 이야기를 듣는 시간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은 1대 다수의 자리 형식으로 진행하는데 언제부터인지 조금은 불편해지기도 한다. 저자나 휴먼북으로서 이야기하는 것이 공감 이후에 어떤 것이 될까, 하는 생각이 들거나 일방적이 되어가는 삶의 이야기가 그리 편하게 들리지만은 않기 때문일까. 책 한 권을 읽고 난 뒤의 물리적, 정신적 변화처럼 무엇을 기대하기 때문일까. 꼭 그렇지는 않지만 요즘 자주 나오는 소통이라는 말, 아니 너나드는 이야기보다는 일방적인 메아리 비슷한 것으로 끝나는 듯한 느낌이 든다.
과연 사람은 책 한 권이 될 수 있을까. 해적판이 아니라면 충분히 한 권의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책 한 권이 되려고 얼마나 고쳐 쓰고 다듬었을지 삶이 말해주는 일이지만, 스스로 그렇게 어렵게 만들어낸 책이라면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이야기 그 자체가 되겠지. 그러니 지금부터 스스로 책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자신의 삶을 추스려야 하지 않을까. 삶이 예술이 되는 일처럼 지나치게 책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책이 되려고 머리말과 장이 되고 후기가 되는 휴먼 북.
그러려면 한 줄 한 줄 자신의 삶이자 문장을 만들어야 한다. 아니 써야 한다. 스스로의 삶을 기록하기 위해서는 말하기 시작해야 한다. 스스로에게 말하고 가까운 가족과 자주 만나는 사람에게 말하고 들어주면서 너나들이하는 삶의 문장, 그러면서 견고하고 유려한 문장으로 만들어야 한다. 처음 한글을 배우고 쓰기 시작한 어르신의 일과 삶이 그대로 드러나는 문장처럼 너나들이하는, 아무렇지도 않게 단순한 문장 같지만 세상을 넘나드는 지혜까지 깃들어 있는.
그것이 누군가 써 준 자서전처럼 포장되고 자수성가에 위인전이 되지 않아도 좋다. 스스로 고쳐 쓰고 돌아볼 수 있는 연습만이 자신의 삶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문장이 되고 그것이 모여 책 한 권이 되는 것이 아닐까. 요즘 유행하는 글쓰기의 두려움과 누구나 쉽게 쓸 수 있다고 강변하는 지침서도 좋지만 내 삶이 한 권의 책이 되려면 어떻가 해야 하는지 생각하고 정리하고 그에 맞춰 살아가는 방법이 중요하지 않을까. 막연한 이야기 같지만 그런 물음을 던지고 바라보면 좀 더 책을 바라보는 마음이 더 짱짱해지지 않을까 싶어서다.
나는 책이다. 책이 되려고 한다. 그러려면 어떻께 해야 할까. 누군가 집어 들어 읽는 책이 된다면 어떻게 쓰고 만들어야 할까 상상해보는 것으로 지금부터 시작하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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