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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둘기는 자꾸 우리 집 창문에 들어온다

시와 함께한 나날

by 참도깨비 2021. 8. 19.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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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도화

비둘기는 자꾸 우리 집 창문에 들어온다

-증평 죽리초 학생 시를 중심으로

 

올해 처음으로 초등학교 학생들의 시를 만난다. 예술놀이터는 몸짓 놀이와 미술 등과 함께 하는 프로그램이라 어떻게 그들과 연계하여 좋은 시를 쓰게 할지 기대하게 한다. 그러나 늘 언어 앞에서 막힌다. 막상 쓰려면 생각이 안 나고, 어렵고, 난감해져서 눈빛마저 어두워진다. 학교 생활을 오래 한 5,6학년이어도 그렇다. 시를 쓸 때 상황에 따라 수준이 낮아지기도 하고 올라가기도 한다. 그래서 지나치게 잘 쓰려고 하거나 멋지게 쓰려고 할 것 없이 단숨에 써내라고 주문한다.

대부분 시에 대한 생각은 비슷하다. 어려워서, 너무 진지해서, 좋은 말만 하는 것 같아서, 재미가 없어서, 지루해서 쓰기 싫거나, 마음에 담고 있어도 조물락거리고 있는 반죽과 같다.

그래서 시에 대한 편견을 거두고 재미있게, 수수께끼나 물어보고 싶은 것, 자주 보고 듣는 것들에 대해 써도 된다고 하면 긴장의 끈이 풀리고 시가 천천히 나온다. 시가 되려고 꿈틀거리는 것, 시가 되다 만 것도 있다. 아직 시원하게 말하지 못하고 우물쭈물 눈곱만 한 마음을 내던지고 가는 시도 있다.

 

5학년 아이들 시부터 보자. 5학년 아이들은 6학년 아이들과 조금 다르게 자유로운 분위기다. 6학년 교실 뒤편에 자신의 꿈을 적은 부채에 돈 많은 백수가 셋이나 되는 것과 달리 아직 중학년과 6학년 사이에 있는 것처럼 말랑말랑하다고 할까.

 

이번 주 월요일, 학습지 선생님께

학습지를 받았다.

이번 주는 안 밀릴 거야, 안 밀릴 거야

 

하지만

내일 하지 뭐

내일 할 거야하며

이번 주 일요일, 내 손엔

연필, 지우개, 문제가 풀리지 않은

학습지가 있다.

 

그 다음 날 월요일, 선생님께 다시 학습지를 받았다.

저번 주가 지나가지 않은 듯

일요일, 내 손엔 연필, 지우개와

학습지가 있다.

 

김정래, <학습지>

 

첫 번째로 본 정래는 학습지를 꺼내 들었다. 학습지를 하는 친구라면 모두가 공감하는 내용이다. 당연히 시를 듣는 친구들의 반응은 깊은 한숨 그대로다. 내일로 미룬 결과 똑같은 하루가 반복된다는 영화처럼 내 손에 학습지가 들려있는 일을 그대로 솔직하게 썼다. ‘이번 주는 안 밀릴 거야하고 다짐해도 내 손에 풀리지 않은 학습지가 있고, 저번 주가 지나가지 않은 듯학습지가 눈앞에 있다는 표현이 시를 살렸다. 이렇게 흔한 일이라도 자신의 느낌이 잘 살도록 써주는 것이 좋다. 그래서, 그러나, 그런데 같은 말보다 반복되면서 더 해지는 중압감을 느낄 수 있도록 저번 주가 지나가지 않은 듯같이 연결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매일 7시에 일어나

허둥지둥

학교 갈 준비한다.

 

버스를 타고

학교에 도착한다.

아침부터

과제를 할

생각을 하니

벌써 눈앞이

깜깜해졌다.

 

수업만 하니

피곤하다.

쉬는 시간만 되면

피로가 싹 풀렸다.

 

매일

방학이었으면

좋겠다.

 

김하율, <학교>

 

수업 시간이면 정말 졸리다.

수업을 들으면 들을수록

힘들고 졸리다.

그러다 쉬는 시간이 되면

엄청 시끄러워진다.

역시 쉬는 시간의 위력은

대단하다!

 

박주희, <수업 시간>

 

자고 싶다.

누워서 자고 싶다.

하지만 자면 선생님한테 혼난다.

슬프다.

배고프다.

슬프다.

 

김다혜, <>

 

 

그에 비해서 <학교><수업 시간>은 반복되는 마음의 짐 같은 것을 털어낼 무엇이 보이지 않는다. 매일 방학이었으면 하는 바람은 얼마나 간절한 것인가? 그렇다면 누구나 할 수 있는 학교 생활의 단순함보다는 그것을 이겨내거나 그러지 못하고 죄어드는 기분에 대한 구체적인 묘사가 필요하다. 왜냐하면 이런 마음은 대부분이 생각하고 표현하면서 학교에 대한 전형적인 시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생각의 물꼬를 터서 더 이어보려고 하기보다는 머릿속으로 그려놓은 문장을 가져다 쓰고 만 탓이다.

 

달이 하늘에 떠 있는 밤

어두운 하늘을 비쳐주듯 빛나네

어디서든 우리를 비쳐주네

 

달은 아름답게 빛나네

마치 하늘에 떠 있는 비취옥처럼

맑고 청아하네

 

연못에 비친 달

손을 뻗어 보지만 잡을 수 없네

어둡지만 빛나는 밤

 

노은호, <달밤>

 

은호의 달밤은 어른 시처럼 보인다. 교과서 같은 비유를 써서 아름다움의 전형을 보는 것 같다. 그러나 아름다움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빛나고 맑고 청아한 것은 사람마다 다르다. 더구나나 초등학생이 말하기는 너무 원숙한 티가 나서 왜 이런 시를 쓰게 되었는지 묻고 싶다. 시는 쓰기 싫은데 쓰라고 하니 어디선가 본 듯한 시를 가져온 것이다. 달밤을 실제로 보았다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이런 식으로 쓰지는 않았을 것이다.

 

4교시다, 배고파 죽을 것 같다.

40분이 40년 같다.

 

서서히 배가 아파온다.

어떻게든 버틴 뒤

정신이 몽롱해질 때쯤

점심을 먹으러 간다.

 

한 숟갈 떠서 먹을 때

눈이 떠지면서 각성을 한다.

나는 살기 위해 먹기보다

먹기 위해 사는 것 같다.

 

김영광, <점심>

 

그런 점에서 영광이의 시는 간결하면서도 나름의 고민이 그려진 시다. ‘점심을 기다리는 배고픈 나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내용이다. 정신이 몽롱해질 때까지 기다라가 한 숟갈 떴을 때 심청 아버지가 눈을 뜨듯 각성을 한다는 어설픈 표현마저 웃음을 불어올 만큼 자유롭게 썼다. 그러면서 한숨 돌리고 나니 나란 사람은 먹기 위해 사는 것같다는 너스레로 짐짓 5학년다운 명언을 남기려고 한 것까지. 시는 이렇게 패기가 있어야 한다. 용기도 있어야 하고, 혼자 중얼거리는 소리더라도 자신을 잘 드러낼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시는 쓰기 싫다.

하지만 만들고 나면 나쁘지 않다.

 

샤워는 귀찮다.

하지만 샤워하고 나면 상쾌하다.

 

숙제도 귀찮고 하기 싫다.

하지만 하고 나면 뿌듯하다.

 

하기 싫어도 하고 나면

알고 보면 좋다.

 

천호성, <>

 

호성이도 그렇다. 어떻게 써야 할지 고민하다가 묻기까지 하며 소통하면서 쓴 시이기에 좋다. 시가 왜 이토록 어려워지고 난감한 것이었는지 자신에게 물어보기도 하면서 썼기에 적절한 비교 대상과 함께 시도 그렇다는 말을 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알고 보면좋다는 것이 아니라 시에 무엇을 담고, 어떻게 쓰면 될 것인가를 염두에 두고 생각한 티가 나서 좋다. 칭찬까지 받으니 이렇게라도 쓰기 잘했다고 흐뭇하게 웃는 시다. 시를 만든다는 것조차 서툴지만 고심한 마음 한 자락을 느낄 수 있게 만든다. 그러니 용석이도 힘을 내어 시를 쓴 것처럼 연쇄효과 비슷한 것이 일어난다.

 

병아리가 닭이 되어

꼬끼오!

나보다 소리가 큰가 궁금해

소리를 질러본다.

비교해 보니 닭소리가 더 크다.

 

아침에 일어나면 닭이

내가 너보다 목소리 더 크다!

하는 것처럼 꼬끼오!

 

집에 와도 꼬끼오!

나도 목소리가 커지고 싶은데……

닭이 부럽다.

 

전용석, <닭 소리>

 

용석이는 평소에 자신의 목소리가 작다는 것이 고민이다. 닭 소리라고 해야 얼마나 클까 생각해 보지만 아침 저녁으로 시도때도 없이 들려오는 닭 소리는 나보다 커서 부러운 대상이다. 꼭 그렇지 않고 아닌 척 쓸 수도 있지만 자신의 약점에 대해, 부끄러운 이야기도 힘내어 이야기하고 있다는 느낌만으로 좋은 시가 될 수 있다. “꼬끼오!” 하는 닭 소리가 내가 너보다 목소리 더 크다!”하고 말하는 것 같다는 얼마나 적절한 표현인가. 키나 성적도 그렇지 않은가. 올려다보면 볼수록 커진다는 도깨비처럼 자신을 한없이 작고 볼품없게 만드는 것을 기꺼이 쓸 수 있는 용기에 박수를 쳐주어야 한다.

나무는 너무 크다.

왜 클까?

 

그냥 큰 걸까?

그러기엔 작은 나무가 있다.

나무는 큰 대신 우리에게 과일을 준다.

과일을 많이 주고 더 준다.

 

원동현, <나무>

 

동현이의 나무도 성격을 그대로 말해주는 시다. 5학년이 왜 나무가 큰지 모를까 싶겠지만 진짜 물음은 따로 있다. ‘그냥 크기만 한 걸까?’인 것이다. 작은 나무도 있지 않은가, 그러니 작은 나무가 자라서 큰 나무가 되고 나중에는 과일을 주는 나무가 되는 과정을 짧게 시로 쓴 것처럼 보인다. 궁금해서 물어보는 말의 음색을 보면 느낄 수 있다. 2연의 마지막까지 다시 한 번 읽어보면 시가 왜 함축의 미가 있다고 하는지 느낄 수 있다. ‘과일은 많이 주고 더 준다는 것이 큰 나무 자체인 것임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오랫동안 지켜보았던 대추나무, 사과나무, 감나무 같은 것들이 그랬음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고구마를 먹다가 방구를 뀌니

가족 모두가 2미터 이상 피했다.

 

그런데…… 엉덩이가 축축하고

색깔이 이상해 화장실 가서

확인을 했더니 생각 그대로였다.

 

나는 엄마를 피하려고

똥 싸는 척했다.

그리고 팬티를 변기에 넣어

물을 내렸다.

 

다행히 들키지 않았다.

시공에 폭풍은 정말 최고야!

 

신윤성, <시공에 폭풍>

 

윤성이도 시에 대한 회의가 있었다. 재미가 없어 쓰지 않는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그러면 아주 재미있는 시를 써보라고 했더니 정말 그러겠다고 눈빛으로 강한 다짐을 보내고 난 뒤 쓴 시다. 시를 읽어주었을 때 친구들의 반응이 거의 똥폭탄을 터뜨린 것처럼 요란했다. 성공한 것이다. 덕분에 분위기도 좋아지고 가벼워졌다. ‘뭐 어려운 게 없네 이렇게 각자 개성대로 쓰면 되겠네하는. 사실이야 어떻든 웃기려고 자폭하듯 쓴 시이니 다른 상상은 하지 말아야 한다.

 

붉은 장미

세상에 꽃들은 화려하다.

그중에서 붉은 꽃은

가시가 있어

더 화려하다.

붉은 장미

그대여!

 

김인식, <붉은 장미>

 

5학년 시는 <붉은 장미>로 마무리한다. ‘붉은 장미는 인식이가 감춰둔 사람에 대한 마음처럼 재미있는 구석이 있다. 누구를 좋아하는 것일까? 꼭 쪽지에 몇 자 적어서 보낸 것처럼 누군가의 멋진 구절을 생각나게 한다. ‘붉은 장미가 화려한 것은 가시 때문이라는 것은 가까이 갈 수 없어 바라볼 수밖에 없는 마음의 표현이라는 것은 연애박사들은 다 알고 있기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6학년 시는 5학년 시에 비해 짧고 메마른 느낌이랄까, 생각보다는 머리가 커진 티가 나는 시들이 많다. 자신의 목소리로 말하기보다는 다른 사람의 눈이나 말로 말하는 듯하다. 소리 나는 곳으로 다가가서 찾아보기보다는 6학년의 연륜(?)에 맞게 지어내는 쪽에 가깝다.

 

토끼가 깡총하고 뛴다!

아니, 저건 그림자야!

 

펭귄이 뒤뚱뒤뚱 걸어간다.

아니, 저건 그림자야!

 

! 유령이다!

아니, 저건 그림자야!

 

, 다행이야, 그림자라서.

 

○○○, <그림자>

 

톱니바퀴가 움직인다.

계속……

인생도 움직인다.

 

톱니바퀴가 멈춘다.

인생도 언젠간 멈춘다.

 

○○○, <톱니바퀴 같은 인생>

 

두 편을 써낸 친구의 시는 굳이 길게 쓰지 않고 처음부터 이렇게 쓰겠다는 의지가 굳게 나타나는 듯하다. ‘그림자인생은 중학교로 넘어가는 나이테에 박힌 옹이처럼 그동안의 불안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토끼와 펭귄의 그림자를 보고, 그림자라서 다행이라고 한 까닭은 충분히 여러 방향으로 생각하게 한다. 그림자와 인생은 실체를 들여다보게도 하지만 왠만하면 들여다보거나 말하기 싫다는 에두른 표현처럼 들리기도 한다. 톱니바퀴는 정교하게 맞춰진 시간과도 같아서 어김없이 그때가 되면 멈출 수 있다는 단호한 말로 들이고 멀찍이 두면서도 마음에 어룽지는 두려움으로 보이기도 한다. 여기서 멈추지 말고 그 생각의 뿌리를 찾아서 들어가 보았으면 하지만 여기서 멈춰있어서 아쉽다.

 

방 밖에서 무슨 소리가 날까?

 

꼬끼오!

이 소리가 날까?

 

아님 부웅부웅

이 소리가 날까?

 

이것도 아님 음메~

이 소리가 날까?

 

, 시간마다 다른 소리가 난다.

 

이하율, <방 밖에 소리>

 

비둘기는 자꾸 우리집 창문에 들어온다.

비둘기가 창문에 알을 낳았다.

나는 비둘기가 싫어서 알을 깨뜨렸다.

미안했다.

 

김관성, <비둘기>

 

그런 점에서 <방 밖에 소리>도 소리 나는 실체를 찾아보고 만져보듯 쓰겠다는 의지는 없어 보인다. 시간마다 다른 소리는 얼마나 많은가. 닭이나 벌, 소이기도 하지만 수많은 벌레 소리까지 치면 무궁무진한 소리의 세계이지만 앞선 그림자처럼 그쯤에서 멈춰있다. 다 안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안다고 생각하는 순간 더 이상 알아보거나 다가가지 않는 나이가 되어서일까?

관성이의 <비둘기>도 좀 더 가까이 갔으면 하는 시다. 창문에 자꾸 들어오는 비둘기는 쫓아내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기듯 더 이상 관찰은 없다. 알까지 낳았는데도 말이다. 아무 생각 없이 알을 깨드려 버리고 후회란 것에 대한 것도 마찬가지다. 시를 쓰려고 하니 미안함이 들었을 수도 있다. 아니면 처음부터 그랬던 마음을 내보이면 약해 보일까 봐 아닌 척했을 수도 있다. 이런 일은 인생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사건이자 시를 통해 비둘기를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이지만 놓쳐버리고 말았다.

 

내 친구는 외계인이다.

가끔 말할 때마다 외계어를 한다.

처음에는 귀여웠는데

지금은 귀가 아파졌다.

 

김예진, <내 친구>

 

예진이 시 제목은 <내 친구>이면서도 친구의 말은 외계어. ‘외계어가 흔히 말하는 그 소리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름의 밀당을 하면서 그 외계어를 풀어보려고 노력 중인 듯 보이기도 한다. 좋았다가 싫어졌다가 한다는 단순 표현보다는 외계어를 번역해 보는 것은 어떨지 주문해놓았는데, 다음 시간이 허락된다면 꼭 듣고 싶다.

 

가을, 겨울, , 여름은 나뭇잎이 떨어지는

계절들이다.

 

가을에 나뭇잎이 떨어지면 우리 바둑이는

그걸 잡겠다고 달려간다.

 

겨울에는 나뭇잎이 떨어져서

나무가 옷을 안 입은 것 같다.

 

봄에는 나뭇잎이 입혀지기

시작한다.

 

여름은 나뭇잎들이 다 자란다.

그때 수영을 한다.

 

이한율, <나뭇잎>

 

한율이는 수업 시간 중간에 문을 두드리고 들어왔는데, 알고 보니 전학 간 아이로 친구들 보러 놀러왔다고 한다. 엉겁결에 쓰게 된 시다. 생각 많은 아이 같다. 흔한 소재를 잡아 썼는데 묘한 구석이 있다. 계절의 변화를 다룬 시는 많다. 한율이의 시도 시라고 하니 다분히 그런 생각의 연장에서 시작하였으나 나름 빛나는 표현들이 있다. 계절을 지켜보는 동안의 오랜 관찰력과 다듬어진 생각의 뿌리가 언뜻 보인다. 모든 계절에도 나뭇잎은 떨어진다로 시작했다는 것과 나뭇잎이 떨어짐에 따라 바뀌는 두 가지 풍경, ‘우리집 바둑이는/그걸 잡겠다고 달려간다는 것과 여름날 나뭇잎이 무성해질 때쯤 수영을 한다는 그림책에서나 볼 수 있는 과감한 생략이 돋보인다. ‘여름은 나뭇잎들이 다 자라지, 그때 우리는 냇물에 가서 수영을 하지같은 말의 느낌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듯하다.

 

쿵쾅우르르쾅과쾅콰

콰가가강쾅쾅쾅

깜짝 놀랐다.

 

고인우, <큰 천둥>

 

인우의 큰 천둥은 소리 효과가 크다. 큰 천둥에 두려움과 다른 것까지 담으려 했으나 깜짝 놀랐다로 마무리해버려 싱거운 시가 되어버렸다. 좀 더 그 날을 구체적으로 표현할 수 있었을 텐데 서둘로 마쳐버려서 모두가 기대한 내용마저 사라져버렸다. 잔뜩 기대하면서 어제 그날을 떠올리보려고 귀를 기울이고 있었기 때문에 더욱 더 그렇다.

 

사람들이나 책은 공룡이 크다고 한다.

그러면 공룡의 똥은 얼마나 클까?

사람만 할까? 오두막만 할까?

 

사람이 공룡 시대에 살았으면

공룡 똥을 먹고 살았을 수도 있겠다.

공룡을 실제로 보고 싶은데 미래에는

볼 수 있을까?

 

최규빈, <공룡>

 

벌레들은 똥을 쌀까?

싸도 얼마나 작을까?

그렇게 작은 벌레가 똥을 싸면……

지우개 똥가루보다 작은 것 같다.

 

신현재, <벌레>

 

똥 연작이 나왔다. 보기 시로 들려준 개똥효과다. 큰 똥과 작은 똥. 너무나 커서 상상력을 동원해야만 느낄 수 있는 똥과 지우개 똥가루보다 작은 똥.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의 재탠생이다. 공룡 똥을 먹고 사는 사람을 생각해 보거나 작은 벌레의 똥을 생각해 보는 크고 작은 상상력의 차이가 느껴진다.

 

열쇠가 없는 자물쇠

다이얼이 없는 자물쇠

 

절대 열 수 없다.

 

신준서, <자물쇠>

 

6학년 마무리 시로 나온 <자물쇠>는 무엇을 말하는 걸까? 영원히 열 수 없는 자물쇠의 운명을 말하는 걸까? 자신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일까? ‘자물쇠란 이름부터가 그렇다. 그것에 눈을 뜬 것일까? 그 다음은 읽는 사람에게 맡기고 홀연히 사라진 마법사 같기도 하다.

기대하지 않아도 마음밭에서는 여지없이 시가 나온다. 마중물을 넣으면 나오는 저 땅 깊은 곳에 올라오는 샘물처럼. 그러니 비둘기가 창문에 들어오면 알을 깨고 나갈 때까지 기다리며 작지만 다시 오지 않을 순간을 읽을 줄 알아야 한다. 시는 늘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것이니.

 

 

 

20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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