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빠른 속도감에 젖어 이미지를 잡아먹는 괴물이 되어버린 시대에 '사진'은 세계를 백화점이나 벽 없는 미술관으로 만들어버렸다. 카메라를 통해서 현실을, 그도 아니면 현실들을 구매하거나 구경하게 되었다는 수전 손택의 이야기는 일종의 약이자 병이며, 현실을 전유하고 쓸모없게 만들어버리는 수단이 되어버렸다는 깨달음을 준다.
"사진은 다양한 형태의 소유이다. 우리는 사진이라는 대용품을 통해서 소중한 사람이나 사물을 소유하는데, 이런 소유 방식 덕택에 사진은 독특한 오브제로서의 성격을 띠게 된다. 우리는 사진을 통해서 우리가 일부 경험했든 전혀 경험해 보지 못했든 어떤 사건을 소비하기도 한다. 이런 소비에 길들여진 탓에 우리는 경험(직접 겪었는지 전혀 못 겪어본 경험인지)을 구분하기 힘들어졌다."
는 말은 이미지 홍수 시대에 사는 우리들의 현주소를 말해준다. 날마다 사진 이미지로 전송되는 세계의 고통 또한 물러질 수 있다는 뜻이다. 자신이 곧 이미지이고, 자신이라는 존재는 사진을 통해서만 현실적인 된다고 느끼게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미지의 통제가 가능한 것이다.
카메라를 소유한다는 것은 강한 욕망과 유사한 특정한 감정을 유발시키는데, 그 욕망이란 걷잡을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다. 현실을 소모시키는 약이자 병이며, 끝내는 현실을 전유하고 쓸모 없게 만들어 버릴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마지막 단락에 명시한 "만약 현실 세계가 이미지를 끌어안을 수 있는 더 훌륭한 방법이 존재한다면, 실제 사물뿐만 아니라 이미지까지 다룰 수 있는 생태학도 필요하게 될 것이다"는 말에 대한 나름의 답변도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2004년 타계한 수전 손택의 책 가운데 가장 중요하고 독창적인 책으로 평가받는 <사진과 관하여>는 사진으로 대표되는 이미지의 홍수 속에서 사는 대중이나 전문 사진작가들이라면 꼭 읽어봐야 할 책이다. '플라톤의 동굴에서','미국, 사진을 통해서 본, 암울한','우울한 오브제','시각의 영웅주의','사진의 복음',''이미지-세계','명언 모음' 등 6편의 에세이는 1973년부터 4년에 걸쳐 <뉴욕타임스 서평>에 발표된 것을 묶은 것이다. 이 책으로 1978년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비평부문을 받기도 했다.
수전 손택의 다른 책들도 함께 읽어보면 좋다.
<타인의 고통> - 전쟁의 이미지에 익숙해지면서 다른 이의 고통을 소비해 버리게 된 현대인에게 연민과 책임감을 불러일으키는 통찰력 가득한 에세이
<해석에 반대한다> - 20세기 문학, 영화, 연극, 미술, 무용에 대한 분석을 통해 '새로운 감수성'의 등장을 알린 현대의 고전.
<우울한 열정> - 자신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친 일곱 명의 지식인들을 비판적 시각으로 바라본 수전 손택의 '정신적 자서전'
<은유로서의 질병> - 풍부한 인문학적 지식과 독창적인 사유로 질병을 둘러싼 여러 은유와 당대의 모습을 보여준 역작
<강조해야 할 것> - 현대 문화의 여러 쟁점과 새로운 문화의 선구자들에 얽힌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
<문학은 자유다> - 개인을 해방하는 문학의 본질과 부당함에 대한 저항, 우리 자신과 세계에 대한 인식을 확장시키는 작가들의 작품을 살피고, 미국 정치의 타락에서부터 이부그라이브 수감자들을 고문한 충격적 사건에 이르기까지 9.11 이후 미국의 딜레마를 대담하게 짚고 있다.
이상 모든 책은 이후 출판사에서 간행되었다.
차례
감사의 글
플라톤의 동굴에서
미국, 사진을 통해서 본, 암울한
우울한 오브제
시각의 영웅주의
사진의 복음
이미지-세계
명언 모음
후주
옮긴이 후기
인명 찾아보기
작품 찾아보기
사진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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