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투(花鬪) ”
골목식당에 순대국밥 먹으러 들어갔더니
아주머니 혼자 화투를 치고 있다
컴퓨터 맞고를 친다
매조에 임을 보고
난초에 술
단풍에 근심은 옛말이다
똥광노래방이 제일이다
간밤꿈에 조상님이
로또 번호를 가르쳐주고 돌아가시니
못 먹어도 고!다
어제는 앞집 식당에서 비릿한 고등어를
가져다 주었다
누구도 젓가락을 대지 않는 고등어를 고맙다고 받았다
무 썰어넣고 찜을 해먹으면 되지 싶어도
혼자 젓가락을 까닥거리긴 싫다
혼자 먹는 고등어는 더욱 비릴 뿐이다
산책을 나갔다
가는 데가 매번 거기서 거기다
사건 현장을 다시 가는 범인처럼
자기장에 얽힌 철가루처럼
그 자리에 나타난다
매번 낯선 자리에 꽃 피우고도 아닌 척
어제의 그 꽃인양 엉덩이를 뭉기적거리는
버릇 때문이다
생짜배기로 바꿀 수 없는 마음이 거기에 있기 때문이다
집을 두고도 다리 펴고 누울 수 없는
시체처럼 잠을 자면 어김없이 가위눌려 깨는 까닭이기도 하다
간신히 오금을 펴서 부리를 댄 자리에
낯선, 낯설어서 좋은 꽃이 피고 있기 때문이다
꽃은 다투어 핀다
망울망물 글썽이는 날 월세 받으러 닥친 건물주처럼
우악스러운 꽃샘추위가 없으면
비풍초똥팔삼을 어찌 알 수 있었을까
화투가 아닐 수 없다
간 데 또 가지 않을 수 없고
눈물 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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