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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아흔여섯 번째 엽서시를 보냅니다

월간 엽서시

by 참도깨비 2022. 4. 6.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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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웅, <하루를 갖다> 50*50 캔버스에 아크릴, 원형에 유리구슬

위성웅 작가는 상상력을 매개로 하여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넘나들며 꿈과 환상을 시각적으로 표현합니다. 작품의 주요 매체로 쓰이는 유리구슬의 재료적 물성(재귀반사 효과)을 통해 몽환적 이미지를 강조하며, 하루의 일상을 꿈과 판타지의 세계로 극대화합니다.

 

위성웅 개인전

2022.04.15~ 05.12

갤러리탐 롯데백화점 수원점(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세화로 134)

 

허산

박동재

 

 

 

허산에는행여집이하나있었다밑에는검은구들장들을석수쟁이가망치소리를내며두들기던소리가백사장모래를타고둑을넘어서쪽으로기우는해를모아받던곳거기서할머니는가지말라고하고어머니는아파트높은집일층에서말년을살고친구들은어린날을땡볕에서보낸허산허름한행여집서녁의해를받아붉은기운이돌면할머니여울처럼불러모으던허산도시의끝할머니도어머니도행여집은열어보지도못하고없어지고강둑을따라도시의끝에우두커니섰던허산대머리방서동넘어가던곳어른들이부르던저녁이면붉은석양을온몸으로받던곳

 

 

하루를 갖다, 60*60 캔버스에 아크릴 원형 전면에 유리구슬, 2021

 

안다는 것

이종수

 

 

 

무당거미란 이름만 알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영홰배우 송강호가 주연으로 나오는 반칙왕 가면을 닮은

무당거미가 뽕나무 가지나 벚나무 가지에 줄을 쳤더란 것만 알아서도,

거미줄에 걸려든

나비, 나방, 매미들 체액을 빨아먹는 무시무시한 것만

알아서 될 일이 아니다

그런 이야기는 지식백과사전을 검색하면 나오는 것일 뿐

보기에는 숭악해 보여도

우리 사는 일과 같아서

무당거미도 겨울이 다가오면

나무 겨드랑이쯤에

알을 낳고 줄을 뽑아 집을 만드는데 나무 껍질을 수없이 턱으로 갉아 알집을 덮고 제 몸을 소진하고 다음 세대에게 물려주고 사라진다는 것까지 알면 저절로 겸허해진다

풀과 벌레든 모든 삶이 그렇게 이어지고 얽혀있다는 것을 알아야 하는데 그마저 넘고 나면 또 무엇이 있는지

 

하루를 갖다, 80*80 캔버스에 아크릴 원형 전면에 유리구슬, 2021

 

공중의 화병

김덕근

 

 

 

 

셔터를 누르는 사이

제 몸 들어 물을 품고 혼자

키 작은 로즈마리는 왔다

 

투명한 대기가 또렷해져

누군가의 등을 따라

간절히 날고 있는 것처럼

맨발로 공중을 떠나니

 

일용할 풍경을 매달아

바람의 흔적을 본 실뿌리가

깊은 물에 손을 뻗다가

화병의 단추가 채워져

누군가의 이름이 되고 있다

 

하루를 갖다, 80*80 캔버스에 아크릴, 원형 전면에 유리구슬, 2021

 

연탄, 햇살 위로 앉다 

이원익

 

 

 

도시의 좁고 비탈진 골목길에

깊은 햇살을 들여보낸다

 

울창한 숲의 커다란 나무들이

이파리를 모두 내리고 겨울을 맞을 때
어린 생강나무가 작은 쪽동백이 망개나무가

깊게 들어 온 햇살을 맛있게 먹는다
여름 내 받지 못했던 잘 익은 햇살이다

골목에 연탄을 나르려 사람들이 서 있다
차가운 바닥 햇살이 들지 않는 반 지하
깊은 햇살을 보내는 사람들

 

붉고 노란 꽃들이 모여 앉아

소박한 햇살을 끌어안고

봄을 기다리는 저녁

따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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