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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호대차 서비스 나흘째

작은도서관 이야기

by 참도깨비 2022. 4. 6.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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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립도서관 강력한(?) 러브콜에 상호대차 서비스를 시작한지 나흘째다. 시립도서관과 도서관리프로그램을 같이 쓰고 있으니 여러모로 좋은 것 중에 하나가 상호대차 서비스인데 생각보다 일이 많다. 아직까지는 다른 도서관에 없는 책을 우리 도서관에서 제공하는 일이 많다 보니 일일히 확인해서 어디에서 어디로 가는 책인지 딱지를 인쇄하여 책에 끼우고 발송 버튼을 누른 다음 운송장을 출력하여 사인하여 준비하는 것, 상호대차 운송팀(도서관 관련된 업체라기보다는 상호대차가 있는 도서관 동선 따라 날마다 운송하는 팀에 가깝다)이 오면 전해주는 것까지. 그리고 복귀할 때까지 무엇보다 자리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 만만치 않다. 여기에다가 우리 도서관에서 다른 도서관에 요청하는 것이나 다른 도서관 책을 반납만 할 경우도 고려해야 해서 전담 인력이 따로 있어야 할 것 같다.

 

한동안 제공하는 책만 많을 것 같다. 이 쪽에서 다른 도서관 책을 요청하는 경우보다는 문학 관련 도서나 그림책이나 원서 같은 특화된 도서가 있기 때문이다. 나흘째 요청 들어오는 도서를 살펴보니 원서나 전에도 우리 도서관에만 있는 것으로 확인된 책들이다. 전에는 여기까지 와서 대출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상호대차 서비스로 거주하는 도서관 쪽에서 신청을 하고 받아보는 것이니 '진짜 세상 좋아졌다'는 말이 나올 만큼 이용자 중심의 서비스인 것만은 틀림 없다. 

 

그런데 상호대차 제공은 우리 도서관 책임에도 대출로 잡히지 않고 요청한 도서관 쪽 대출 권수에 포함된다는 사실이 조금은 불합리해 보인다. 요청한 도서관에 대출로 잡히는 것이면 제공하는 도서관에도 대출로 잡혀야 할 것 같은데 그렇지 않아서 일은 많고 정작 대출이라는 수치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재 작은도서관 평가지표에 대출 권 수가 큰 점수를 차지 않지만 시립이나 작은도서관이나 대출이 고유의 업무라고 치면 불합리해 보인다는 말이다. 그 대신 다른 도서관 책을 여기에서 요청하여 균형을 맞추면 되겠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 임대 아파트 단지에 있는 우리 도서관 특성상 애초에 균형을 맞출 수가 없다. 한동안 희귀본은 아니지만 시립도서관에도 없는 책들로 대출 실적(?)을 많이 올린 탓에 억울한 상황 같기만 하다. 

 

백번 양보하고 들어갈 일이지만 뭔가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또 한 가지 상호대차 도서를 운송하는 팀의 현실적인 한계도 있다. 시립도서관과 계약을 맺고 공공도서관과 작은도서관을 오고 가는 운송팀의 솔직한 속내는 '기름값도 안 나오는데, 시간이 걸리더라도 한꺼번에 도서를 몰아서 가져갔으면 한다'는 것이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작은도서관까지 다니려면 꽤 먼 거리이긴 하다. 실제로 무슨 물건을 배달했을 때 거리에 소요되는 분량이 생각보다 복잡하기 때문이다. 십분 이해하더라도 어딘가 궁색해 보이긴 하다. "그래도 이용자 편의를 위해 하는 서비스인데, 대출 신청한 분들은 하루라도 빨리 받아보고 싶지 않을까요?" 하고 말하니 현실적인 한계를 들이대며, 서로 서로 좋은 일이라고 한 번에 몰아서 주고 받는 것으로 잠정 합의해놓았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이다. 한 일주일씩 걸리면 요즘 세상에 어울리지 않는 일 같아 보인다. 책바다 서비스처럼 먼 지역에서 오는 것이라면 모를까, 그때 그때 필요한 책일 수도 있다면 정해진 날에 정확히 받아다가 가져다 주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제공한 책들도 되도록 빨리 복귀하여 다른 이용자들의 부름에 응할 준비가 되어있어야 할 것 같은데, 아직은 쉽지 않아 보인다. 한두 권이면 모아놨다가 불러달라는 말이 상호대차라기보다는 상호편의주의 같아서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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