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글도 사랑 아니면서 쓴 글은 없다. 동시집의 뒷자리에 놓이는 해설은 사랑으로만 가능한 글이어서 나는 매번 내 사랑의 부족과 한계에 절망했다. 첫 문장의 실마리가 풀려나오기 전까지 읽고 또 읽고 녹음하고 듣고 필사하기를 반복했다. 당신의 이름을, 당신에게 알맞은 목소리로 부를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_「작가의 말」에서
시와 동시, 평론을 함께 쓰고 있는 이안 시인이 문우들의 동시집에 실은 해설을 다시 다듬어서 엮는 책이다. 『다 같이 돌자 동시 한 바퀴』(문학동네, 2014) 이후 9년 만에 펴내는 동시 평론집 『천천히 오는 기쁨』은 새롭게 오는 동시의 시대처럼 천천히 오는 기쁨 그대로다. '설익은 논리를 잇기 위해 자꾸 멈칫거리는 글쓰기가 아니라, 모든 사유가 너무나도 자연스러워서 마치 노랫말처럼 절로 흘러나오는 글쓰기'이자 “당신의 이름을, 당신에게 알맞은 목소리로 부를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으로 쓴 것이기 때문이다. , 1990년대 말 이후 동시의 흐름에서 주목할 만한 텍스트의 리스트를 제시한「초대와 환대의 동시-판을 위하여」를 필두로 제1부 ‘이음과 위반, 새로운 펼침’에서는 「마음을 앓고 동심을 일으켜 온몸으로―류선열 동시집 『잠자리 시집보내기』 이야기」와 「소나기 삼 형제 따라 무지개 미끄럼 타고―송진권 동시집 『새 그리는 방법』」가 눈에 띈다. “류선열이 방법적 궁리와 실험 끝에 만들어 낸 오리지낼리티는 송진권의 『새 그리는 방법』으로 일부 이전되고 계승된다”고 밝힌 바 있기 때문이다. 제2부 ‘당신을 기다리는 시의 자리’에서는 방주현 시인과 박해정 시인의 동시를 함께 소리내어 읽는 듯 친근하게 느껴진다. 제3부 ‘불가능을 더듬어 가는 가능의 언어들’에서는 김륭의 첫 동시집 『프라이팬을 타고 가는 도둑고양이』를 비롯하여 김개미 동시집 『쉬는 시간에 똥 싸기 싫어』 등을 다루며 사랑으로 쓴 동시 이야기 『천천히 오는 기쁨』을 전하고 있다.
진정한 내 얼굴은? <잃어버린 얼굴> (0) | 2023.05.15 |
---|---|
응우옌후이티엡 소설집 <왕은 없다> (0) | 2023.05.15 |
시인 황인찬과 그림책 작가 서수연이 만든 그림책 <백 살이 되면> (0) | 2023.04.21 |
카밀라 팡의 <자신의 존재에 대해 사과하지 말 것> (0) | 2023.04.21 |
고리를 끊어야 할 이념 전쟁 <박만순의 기억전쟁 3> (0) | 2023.04.14 |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