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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의 책

새로 들어온 책

by 참도깨비 2023. 8. 17.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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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생활을 할수록 '동의'란 말은 중요하다. 사람으로 가득 찬 버스에서 에어컨을 조절하거나 창문을 여는 것에도 '동의'가 필요하다. 부부의 핸드폰도 마찬가지다. 궁금하다고 당연시하고 검열할 수 없는 것처럼 내 행동을 개시하기 전에 '동의'를 구해야 할 때가 많다. 하물며 휠체어 또한 선의라고 해서 '동의'를 구하지 않고 밀어주어서는 안 된다. 타인의 경계를 넘어설 때 필요한 말이 '동의'이기 때문이다. 이런 경계에는 물리적 경계(신체, 공간, 소유)와 심리적 경계(언어적·정서적, 사생활)로 나뉘는데  이러한 경계를 넘고자 할 때는 반드시 동의 구하기 과정을 거쳐야 한다. 가족이라고 해서 경계가 없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 동의 구하기의 다섯 가지 원칙을 확·깨·자·매·번이라고 한다. 확실하고 분명한 동의, 깨어 있는 상태, 자유로운 상태, 매번 동의 구하기, 번복할 권리의 보장의 줄임말이다. <피고인>이라는 영화처럼 마지막 동의를 거치지 않은 상태의 선 넘기는 폭력이 될 수밖에 없다. 어릴 때부터 경계를 지키고 존중하는 법을 익혀야만 정당한 관계가 만들어지고 불필요한 위험에 빠지지 않게 된다.                                                                                                                                                                 
영국은 2020년 9월부터 성교육을 바꿨어요. 기존 성교육에 ‘관계 맺기’ 교육을 강화해 가르치고 있어요. 이를 ‘관계와 성교육(RSE, Relationships and Sex Education)’이라고 부른답니다. 초등학생은 열한 살까지 ‘관계 맺기’ 수업에서 가정, 학교, 놀이터 등 생활 공간에서 자기 경계를 지키고 타인의 경계를 존중하는 법을 배워요. 중등학생은 열여섯 살까지 성적 동의를 배워요. 성적 관계에서 상대방의 의사를 존중하고 자기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능력을 익히죠. 오스트레일리아 역시 경계 존중 교육(Respectful Relationships Education)과 동의 교육을 의무화했어요. 유네스코는 이런 성교육을 ‘포괄적 성교육’이라고 부르며, 「국제 성교육 가이드」를 발간하여 많은 나라에 이런 교육을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어요. ― 66-67쪽

아직도 잘못된 가부장이나 획일주의 사고에 길들여진 사회에서는 이런 '동의'가 낯설 수 있다. 침묵이나 무반응, 어색한 미소라 해서 '동의'가 아니다. ‘거절’로 이해해야 한다. 분명하게 거절 의사를 밝혔다면 모든 행동을 즉각 멈춰야 한다. 명확하고 적극적인 동의만을 진짜 동의로 보고, 침묵이나 머뭇거림 등은 거절로 간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동의와 거절, 경계 존중, 성 역할 고정 관념, 성인지 감수성 등에 관하여 종합적으로 사고하고자 하는 청소년, 학부모, 교사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삼척으로 발령받은 교사의 삼척일기다. 서현숙 작가는 소년원 아이들과 책을 읽으며 눈물겨운 독서기록을 담은  『소년을 읽다』의 저자다. 그에게 삼척은 어떤 모습일까?

삼척을 마음에 떠올리면 영문 모르게 애틋해진다. 삼척 시내에서 높은 터에 위치한 성내동 성당에서 바라본 삼척의 밤 풍경을 떠올리면 더욱 그렇다. 한눈에 들어오는 작은 도시의 불빛들이 나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 하는 것 같다. (6쪽)

작가는 삼척과 가까운 동해 사이에서 경계인으로 살며 바닷가 마을의 풍경과 사람들의 삶을 따뜻하게 그려내고 있다. 
아침 열 시의 삼척해변, 밤 풍경이 아름다운 성내동 성당 언덕길, 정라항 골목길 풍경, 도경리역, 들깨칼국수와 콩국수와 막걸리가 있는 북평주막, 번개시장, 갈남마을, 삼척중앙시장 가게들을 들먹이며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 이 공간과 잊고 사는 풍경들, 그리고 삶의 근간에 대해 보여주고 싶은 것인지도 모른다. 신변잡기의 수필이 아니라 거칠게 살아있는 '파타고니아'에서의 기록처럼 짠하고 솔찬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 것이어서 좋다.                                                                                                                                                                                                                                                                             

거창한 역사 전면에 나선 이야기가 아니라 일상사로 본 중국의 고대 이야기를 다룬 책이다. 10년 넘게 고대 중국의 일상사를 연구해 온 저자가 고대 중국 문헌과 출토 자료를 근간으로 재미있는 일상사를 들려준다. 요즘 유행하는 도토리 먹인 돼지가 아니라 사람 모유로 키운 돼지를 먹는 고급 관리, 치질에 걸려 괴로웠지만 다행히 재물로 바쳐지지 않은 사람 등 다양한 이야기들이 그때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은 삶이었음을 재미있게 살펴보게 한다. 

 

흑인 청소년 성소수자의 이야기를 담은 전미도서상 수상작이다.
미국 루이지애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난 킹에게 갑자스런 형의 죽음은 두려움과 혼란의 연속이다. 인종차별에 이어 동성애자인 킹에게 일어나는 일은 차별과 혐오로 이어지는 사회의 단면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럴수록 킹은 '나는 다르'고 '다를 수밖에 없다'고 믿는다. 그에게 변함없는 지지를 보내는 친구과 가족의 사랑이 뒷받침되어 이겨낼 수 있는 고난인 셈이다. 연대와 사랑이 필요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청소년문학의 수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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