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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먼드 카버의 소설들 <누가 이 침대를 쓰고 있었든> 외

새로 들어온 책

by 참도깨비 2023. 3. 3.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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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단편소설의 중흥기를 대표하는 작가 레이먼드 카버의 소설집이 들어왔다. 첫 번째 책은 레이먼드 카버 재단의 승인을 받아 오직 한국에서만 출간한 <누가 이 침대를 쓰고 있었든>. 절판되어 찾아보기 어려운 단편 11편을 엮었다. 1983년 출간된 『정열Fires』에 수록된 단편 4편과, 그가 사망한 후 출간된 『내가 전화를 거는 곳Where I’m Calling From』에 수록된 단편 7편으로, 이중 『정열』에 실렸던 4편은 국내에 최초로 번역되었다. 그야말로 단편의 재미와 속도감 있는 문체를 보여주는 소설들에서 미국 사람들의 삶을 엿볼 수 있다. 정직하고 무심한 관찰자 자세로 평범하게 그려내고 있다. 표제작인 <누가 이 침대를 쓰고 있었든>은 부부 사이의 인물들이 한 침대를 나눠 누워 잘못 걸려온 전화 코드를 뽑아놓지 못한 걸 후회하면서 서로의 몸 상태가 나빠지는 느낌 이야기를 하는 대목이 압권이다. 서로 죽을 지경이 되면 생명 연장 장치의 코드를 뽑아달라고 할 것인지를 두고 의견이 갈리는데, 나이가 들어 대화의 주된 몫이 되는 이야기여서 섬뜩하다. 그리고 막바지에 다시 걸려온 전화를 받고 코드를 뺄 때의 느낌이라니! 단편만이 줄 수 있는 짜릿함이지 않을 수 없다.

 

레이먼드 카버의 문학적 성과가 절정기에 올랐다고 평가받는 시기의 표제작 「대성당」을 비롯해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깃털들」 등 총 열두 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퓰리처상과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후보에 올랐던 작품들이다.
소설 속 주인공들의 삶은 언제나 위태롭다. 끊임없이 상처를 주고 자신들마저 부서지기 일쑤다. 레이먼드 카버 특유의 날카로운 시선은 미국 시민들의 삶과 치부를 그대로 보여준다. 그러면서도 <대성당>에 나오는 세 인물. 아내와 알고 지내는 맹인의 방문을 그렸는데, 아내의 남편에게는 낯설기만 한 맹인과의 저녁 시간, 저녁을 게걸스럽게 먹고 나서 술과 마리화나를 피우고 텔레비전에 나오는 대성당을 설명해주다가 종이에 함께 그리고 난 뒤 어디에도 없는 것 같다는 남편의 마지막 진술은 묘한 느낌을 가져다 준다. 

 

1976년 출간된 첫 소설집이다. 스물두 편의 단편이 실린 『제발 조용히 좀 해요』에는 미국의 평범한 소시민들 일상이 그대로 담겨 있다. 다른 소설집에 나온 인물들처럼 지루한 일상은 또 한편 평화롭기까지 하다가 위태롭기만 하다. 삶의 기본조건을 간신히 충족시키거나 혹은 그러지 못한 채로 어쩔 수 없는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은 카버의 중기 단편소설 열일곱 편을 모았다.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섬뜩하고 단순한 듯하면서도 다면적인 등장인물들의 모습을 통해 모순을 안고 살아가는 현대인의 초상을 그렸다고 평가받는 작품집이다. 작가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은 건조하면서도 소외되고 뒤틀린 삶 속에 동질감을 얻고자 하는 작가의식이 교차하고 있다. 파산과 알코올 중독, 이혼과 불륜, 지옥과 희극을 오가는 이야기에서 뒤늦게 깨닫는 삶의 중요함이 고스란이 묻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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