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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식 에세이 <어둠에 새기는 빛>

새책 소식

by 참도깨비 2024. 12. 20.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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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는 반동을 부른다. 아니, 진보와 반동은 손을 잡고 온다. 역사는 때로 힘찬 물살처럼 빠르게 흐르지만 대개 기운이 빠질 정도로 느리다. 그리고 갔다가 되돌아왔다가 하는 그 과정의 국면마다 희생은 차곡차곡 쌓여 가야만 한다. 게다가 희생이 가져다주는 열매는 번번이 낯 두꺼운 구세력이 가로채 간다.

하지만 그 헛수고처럼 보이는 희생 없이는 애당초 어떤 열매도 맺지 않는다. 그것이 역사라는 것이다. 단순하지도 직선적이지도 않다." 

-<모래에 묻히는 개>, <<나의 서양미술 순례>> 중에서

 

프란시스코 데 고야의 그림  <개(모래에 묻히는 개)>를 보고 남긴 글이 오늘에야 뼛속 깊이 다가온다. 서경식 선생이 2011년부터 2023년까지 <<한겨레>>에 연재하였던 칼럼을 모은 이번 책이 나온 시점이 계엄과 탄핵이 맞물린 때이기 때문이다. 민주주의 토대를 무너뜨린 불법 계엄과 탄핵을 앞둔 대통령과 극단 보수세력이 또 가로채 갈 지도 모르는 희생을 생각하면 아찔하기만 하다. 

서경식 선생의 가치는 "고통과 기억의 연대는 가능한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디아스포라를 화두로 우리의 진보와 민주주의에 평생을 바쳤다는 것이다. 문학과 예술, 정치와 사회를 넘나들었던 그가 2023년 세상을 떠나면서 남긴 에세이가 전쟁, 핵 재앙, 혐오, 차별 다음에 다시 민주주의의 근간을 무너뜨리려는 시대에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지 알려주고 있는 셈이다. 


“우리 역시 승산이 있든 없든 ‘진실’을 계속 이야기하지 않으면 안 된다. 엄혹한 시대가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다. 하지만 용기를 잃지 말고, 고개를 들고 ‘진실’을 계속 이야기하자. (…) 세계 곳곳에 천박함과 비속함을 거부하는, 진실을 계속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그들이야말로 우리의 벗이다.”

마지막 남긴 글을 보면 충분히 예감했던 일 같기만 하다. 잠시라도 방심하면 올 수 있는 일, 우리 스스로 고리를 끊고 청산하지 않으면 안되는 일을 각성하게 한다.

책의 구성은 제1부 <노년의 초상〉, 제2부〈악몽의 시대에 보는 예술〉 ,제3부〈‘후쿠시마 이후’를 살다〉, 제4부 〈출구 없는 세계—냉소와 망각의 틈바귀에서>이다. 다음 부는 우리가 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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