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볼로냐 라가치상 수상작인 <이빨 사냥꾼>을 비롯하여 <중요한 문제>, <미움>, <동구 관찰> 등 가족과 이웃, 사회 여러 문제를 재미있고 따뜻하게 그려내는 조원희 작가의 그림책이다. 굵직한 선으로 단순한 동작을 그린 듯한 가족들의 삶이 뜻깊게 다가오는 것은 우리가 사는 집에 대한 이야기 때문이다.
임대아파트로 이사한 가족은 식탁 없이 다 같이 밥을 먹던 것이며 여름이면 더워서 문을 열어두거나 욕조가 없는 화장실에서 목욕하던 일들을 떠올린다. 임대 아파트가 아니면 볼 수 없는 이야기다. 통로 벽에 이불을 널고 옆집 강아지가 들어와 꼬리를 치는 것들이 좋은 기억이자 집에 대한 편견 없는 행복함을 말해준다. 그러나
“너네 집 3단지잖아. 거긴 임대아파트야. 임대가 뭐가 좋아!”
같은 집인데도 분양 아파트에 사는 아이들은 이렇게 묻는다. 아이는 집에 돌아와 임대가 무엇이냐고 묻는다. 우리 집이라는 소유 개념이 벽을 만든다. 그러나 엄마는 집이란 누구나 살고 있으면 그 사람의 집이고 임대 아파트에 사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 아님을 말해준다. 요즘 분양 아파트 옆에 있는 임대 아파트 사이에 벽을 두르고 출입금지 팻말을 달아놓았다는 것이나 차별의 말로 상처를 주는 현실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라 실감이 난다.
집에 대한 생각을 바꿔 줄 수 있는 좋은 그림책이다. 서로 다른 집에 살고 있지만 집이 가져다주는 것이 무엇인지 가족과 이웃, 사회의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그 안에 깃들어 사는 사람들이 집을 만든다는 말처럼 집은 가족과 함께 삶을 꾸려가는 공간이자 행복의 근원인 것임을 생각하게 해주는 그림책이다.
파리누쉬 사니이 소설 <목소리를 삼킨 아이> (0) | 2021.09.03 |
---|---|
함기석 청소년 시집 <수능 예언 문제집> (0) | 2021.09.03 |
토니 모리슨의 <보이지 않는 잉크> (0) | 2021.09.03 |
육근상 시집 <여우> (0) | 2021.09.01 |
임곤택 시집 <죄 없이 다음 없이> (0) | 2021.08.30 |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