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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는 한 사람만 사귀면 안 되는 거예요?

도깨비 일기

by 참도깨비 2021. 9. 6.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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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는 여름 내내 한길이, 한울이, 참도깨비에게는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마당 있는 집에서 호사 아닌 호사를 누리던 지난 6년을 접고 이사를 해야 했기 때문이지요. 무엇보다 한울이에게는 배밀이 시절부터 1학년까지 살았던 곳이고, 어느새 몸집이 불어버린 한길이에게는 마음껏 뛰어다닐 수 있는 곳이었고, 무엇보다 참도깨비에게는 제집살이로 호사를 누렸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사진이든 글로든 감나무, 살구나무, 두충나무 그들먹하던 길가 마당집 이야기를 도토리일기에 정리를 해두지 못했네요. 봄부터 이삿집을 싸느라 마음이 뒤숭숭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도서관 짐만 해도 거의 몇 달을 싼 것 같습니다. 집을 새로 산 사람이 봄에 집을 비워달라고 해서 여기저기 집을 보러 다니느라 정신이 없었는데, 몇 달씩 미뤄지더니 뜨거운 여름이 되어서야 이사를 하고 보니 아이들에게도 적잖은 혼란이었습니다.
마당집에서 살던 아이들을 위해 최소한 마당 있는 집을 알아보기로 하고 했으나 녹록치 않아 끝내 아파트로 결정하고 나서도, 이 길길이 뛰는 망아지들을 가둘 아파트를 생각하니 갑갑하기만 하더군요. 그래서 <우당탕탕, 할머니 귀가 커졌어요>에 나오는 것처럼 아이들 발소리를 죽이는 연습부터 시켰으니, 참 그것도 못할 일이더군요.
무엇보다 새로이 전학을 하고 친구를 사귀어야 한다는 것이 걱정이 되더군요. 지금은 방학이 끝나지 않아서 괜찮지만 집안 호랑이인 한울이를 생각하니 새로운 친구 사귀기가 쉬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우여곡절 끝에 이사를 마치고도 도서관과 집이 합체를 한 뒷마무리까지 오래 걸렸습니다. 완전 코끼리를 냉장고에 집어넣는 꼴이었습니다. 거실과 방방마다 가득 찬 책들은 아파트 공간에서 천덕꾸러기 대접을 받을 법하더군요. 거실에 한껏 부리고 간 책과 책꽂이들과 다른 짐들을 보니 곡을 하고 싶은 마음이었으니까요. 지금도 진행중이니 집과 도서관이 어떻게 공존할지는 저도 알 수가 없습니다.
그래도 아이들은 1층집에 공원 놀이터가 옆에 있는 환경에 금방 적응하는 것 같아 다행입니다. 한길이는 6학년이니 졸업까지는 다니던 학교에 버스 통학을 하기로 하고 버스 타는 연습을 했습니다. 한울이는 어쩔 수 없이 아파트 단지 뒤에 있는 학교로 전학을 시키기로 하고 몇 가지 다짐을 받아둘 참입니다.
놀이터에서 놀다가 동생이나 형 뻘이 되는 아이가 같이 놀자고 하면 아직 낯설어서 꽁무니를 빼는 바람에 친구 사귀는 것부터 이야기해 보는 것이지요.
"한울아, 이제 00초등학교로 전학하면 친구도 새로 사귀어야 하는데 어떻게 할 거야?"
"한 명만 사귀면 되잖아"
"왜?"
"친구는 한 명만 사귀면 안 되는 거예요?"

 

한울이로서는 전에 살던 집 골목에서 유일한 친구였던 영우를 떠올리며 여기서도 그러면 안 되냐는 뜻으로 한 말 같더군요. 그러나 여기는 그곳과 달리 놀이터와 더 큰 학교에 더 많은 친구들이 있으니 여러 친구들을 사귀어야 하기 때문에 한울이의 친구 한 명은 왠지 궁색해 보이더군요.
"놀이터에서 봤지? 여기는 친구들이 많잖아. 학교에 가면 더 많을텐데 여러 친구들과 잘 지내야지?"
"그러니까 왜 한 사람만 사귀면 안 되는 거냐고요."
곧 몸으로 부딪치면 될 일을 유치원 입학식을 앞둔 아이에게 하듯 할까 싶었지만 그 '한 명'의 차이는 좀처럼 좁히기 어렵더군요. 좋은 친구 하나면 있어도 되는 것일 수도 있고, 한 명으로 시작해서 서서히 친해질 수 있는 문제인데 너무 성급하게 구는 것은 아닌지.
어제 다니던 초등학교에 전학 통보를 했습니다. 벌써 많은 아이들 앞에 선 한울이가 보이는 것 같습니다. 쭈뼛쭈뼛 아이들 앞에 나와서 선생님에게 소개받고 있을 모습을 떠올리니 걱정 반 오락가락하지만 한울이 말처럼 한 사람만 생각해 보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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