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란 무엇인가
기러기가 진흙 밟는 것과 같다네
어쩌다 발자국은 남긴다 해도
날아간 뒤엔 간 곳을 알 수 없다네
소동파의 시에 나오는 설니홍조雪泥鴻瓜에서 빌려온 산문집 제목이다. 저자는 녹기 시작한 눈 위에 남겨진 기러기 발자국, 끝내 사라지고 말 그 적막 속에서 뜨거운 한 꼭지를 빌려 글을 썼다. 어쩌면 소설처럼 읽히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이야기를 통해 지난한 삶을 살았던 역사를 바라보고 있는 형국이다. 돌아가신 아버지를 기억하며 그가 들었던 이야기를 되새기며 틈틈히 그린 그림을 곁들여 두터운 산문집 한 권을 내놓은 것이다.
눈이 내리기 시작하는 길을 나서며 소설 속 1인칭 주인공처럼 말하는 방식으로 3부에 걸쳐 노래와 시, 영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를 펼쳐간다. '고등어', '라면', '가마니', '빠담빠담'에서 '비단벌레', '새알', '별의 노래', '소풍', '해후'로 이어지는 산문 중간 중간에 그 시대를 풍미했던 물건들을 영화관 간판처럼 직접 그리며 읽는 이로 하여금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것이다.
각자의 아버지와 어머니의 이야기를 들을 시간인 것이다. 지나고 나면 아무 것도 아닌 추억의 재가 될 것을, 한시라도 맑을 때 들어주고 기록하는 시간임을, 뜨거운 것이 밀려올라오는 설니홍조 속에서 느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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