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의 빨래를 훔쳐보다 ”
유난히 공장 다니는 사람들과 트럭 모는 사람들이 많이 사는 동네를 지나는데, 쬐그만 사내 아이가 묻는다.
"아저씨, 어디에서 왔어요?"
"저 멀리에서 왔지."
"거기가 어딘데요?"
"청주"
"여기는 뭐 하러 왔어요?"
짜식이 새우눈으로 싱글싱글 웃으면서 별 걸 다 묻는다.
밉지 않은 녀석이니 묻는 대로 말해주었다. 아는 사람이 있어서 만나러 왔다고.
이번에는 내가 먼저 물었다.
"너네 아빠는 어디 갔냐?"
"일 나갔어요. 트럭 몰고"
트럭도 아주 큰 트럭이라는 건 아이 얼굴을 봐도 알 것 같았다.
"종수야!"
느닷없이 내 이름을 불러서 깜짝 놀랐다. 옆에 몰려든 아이 가운데 종수가 있었던 것이다. 큰아버지뻘되는 모양인지 어떤 아저씨가 종수에게 과자 사먹으라고 돈을 준다.
"네가 종수냐?"
"네"
"내 이름도 종순데.."
종수가 멋쩍게 웃는다.
"우리 아빠는 김종완인데.."
나이 따지기 시작하면 너도 나도 들먹이듯이 옆에 있던 다른 아이가 묻지도 않은 아빠 이름을 말한다.
뒤늦게 등장한 형들에게 자기 몫을 빼앗겼던 첫 번째 아이가 끼어든다.
"아저씨, 언제 가요?"
"저녁에 가야지. 그런데 왜?"
"나도 따라가면 안 돼요?"
"왜?"
참 웃긴 놈이다. 언제 봤다고 날 따라오겠다는 것인지 어이가 없어서 웃었더니 이 녀석 말이 자기 아빠가 일하는 곳이 청주란다. 보고 싶겠지. 대형트럭처럼 우왁스럽게 생겼더라도 아빠가 트럭을 몰고 들어오는 날이면 소독차 따라다니던 어린 시절이 그렇듯이 마냥 반가워 꽁무니를 좇을 아이.
그 아이의 아빠와 엄마 것인지 빨래를 훔쳐보았다. 빨래로 말라가면서도 고단해 보이는 옷가지들을 슬금슬금 바라보며 요 녀석을 어떻게 해야 할 지 머리를 돌렸다. 이러다가 흥이 깨지면 잊어버릴 말이란 걸 알지만 새우눈을 하고 슬금 슬금 쳐다보며 웃는 그 녀석의 웃음이 빨래 속을 물고기마냥 들어갔다 빠져나가며 놀고 있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아이에게 인사할 새도 없이 돌아와 새우눈으로 웃던 그 녀석이 생각나서 몇 자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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