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음의 문장 ”
새벽에 살얼음을 밟고 지나간 자리를 본다.
새벽길에도 괜히 밟고 싶은 얼음의 문장을 본 그 사람을 생각한다.
늘 내 집앞을 지나던 그 사람.
"눈이 오기 전에 나갔나 보네. 발자국이 없대"
아침 일찍, 해뜨기 전에 출근한 아내에게 어머니가 물었지.
눈이 오고 그 눈이 녹았다가 다시 얼어서 된 저 문장을 아내가 밟고 지나갔을지도 모른다.
이른 아침에 집을 나서는 사람들에게 남아있는,
몇 식구 남아 혼곤한 잠을 자며 배웅하는 집은 어떤 뜻일까?
꿈에 그리는 것도 저렇게 얼음의 문장은 아닐까?
아무도 살아주지 않는 저 사람의 몸을 생각해 본다.
부부이면서도 한 이부자리에서 대신 겪어주지 못하고 잡아주지 못하는 가위 눌린 꿈처럼
바스삭 바삭 하고 깨지는 얼음의 문장을 웅크려 보며
저 빛의 속도처럼 빠르게 지나갔을 한 획 한 획,
그것이 얽히며 하나의 문장이 되었을 속내를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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