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꽃 목걸이 ”
마당 한 켠에 심었던 감나무에 감꽃이 수두룩하게 피었다. 묘목을 가져다 심었던 다음 해에는 감 하나 달리지 않더니 하루 해가 또 지나니 돼지 새끼들처럼 졸로리 달렸다.
어미의 젖꼭지에서 나오는 초유처럼 흿누런 감꽃을 보니 문득 감꽃 목걸이를 만들고 싶어졌다. 아까시꽃처럼 입에 털어넣고 싶은 마음에 입맛을 다셨지만 목걸이를 만들기로 했다. 그러고 보면 어릴 적에는 여자 아이 남자 아이 할 것 없이 이런 놀이 저런 놀이 많이 했었던 것 같다. 불알 떨어진다고 하지 말라는 놀이도 있었지만 또래 아이들이면 으레 몰려 다니며 소꿉 장난에 여자도 되고 남자도 되는.
감꽃 목걸이는 으레 누이몫이었다. 아니 교회 사택에 사는 원기소 냄새나던 여자 아이를 위해서 만들었을 수도 있고 읍내 사는 부반장을 위해 만들었을 수도 있었다. 꼬막 껍데기로도 목걸이를 만들었지만 애틋한 것은 감꽃 목걸이가 최고였다. 맹감 목걸이도 있었지만 오래 가지 않아 더 빨리 걸어주고 싶고 싫증나면 뜯어 먹을 수 있는 간식거리여서 좋았다.
그러나 지금은 오래 가고 빛나며 값진 것을 둘러야만 하는 세상. 집단 양식하듯이 키운 꽃다발과 목걸이가 넘쳐나고, 오래 들여다 보는 꽃이 아니라 꽃이라는 상징만으로 위안받았다고 생각하는 세상. 토끼풀로 시계나 반지, 팔찌를 만들어 그대의 손목과 손가락, 목 언저리에 살풋하던 느낌은 사라졌다고 해야 할까?
낯살 간지럽게 감꽃을 주워 목걸이를 만들고 있는 자신이 또 지나간 이야기에만 빠져있는 건 아닌지, 아내가 집에 오면 걸어줄까, 아들 녀석이 어린이집에서 돌아오면 걸어줄까, 아니면 3학년 짜리한테? 별별 생각을 다 하다가 그냥 창가에 걸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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