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송어낚시 ”
벚꽃이 지고 진달래가 필 무렵은 철쭉제를 앞둔 때이기도 하다. 대학교에 다닐 때 교수님이 어느 전공 수업시간에 '미국의 송어낚시'에 대해 말한 적이 있다.
그 오두막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는 문히 활짝 열려 있는 옥외 변소가 있었다. 그 변소는 내부가 사람의 얼굴처럼 노출되어 있었으며, 이렇게 말하는 것처럼 보였다 - - 나를 이곳에 지은 노인네는 여기에다가 9,745번이나 변을 보았는데, 이제는 죽었으니, 다른 사람은 나를 건드리지 않기를 바란다. 그는 좋은 사람이었다. 그는 정성을 다해 나를 지었다. 나를 이대로 놔두기 바란다. 나는 그 죽은 착한 사람을 기리는 기념물이 되었다. 이상할 것도 없다. 그래서 문을 활짝 열어놓은 것이다. 만일 변을 보고 싶으면 사슴처럼 숲에 가서 해라.
"빌어먹을 놈." 내가 변소에게 말했다. "난 다만 강 하류로 가는 차를 얻어 타려는 것 뿐이야."
<빨간 입술>(<<미국의 송어낚시>>) 중에서 -
지금 막 그 변소 앞을 지나는 길에서 오래 묵은 그 소설이 떠올랐다. 빨간 입술은 속어로 '항문'이라고도 하는데 저 꽃무더기처럼 배설하다 보면 생태계 파괴로 이어진다는 뜻으로 씌였다는 각주까지 그대로 떠올랐다. 리처드 브라우티건이란 미국의 소설가를 처음 만나면서 교환교수의 새이론을 들으면서 살짝 들떴던 일까지. 그리 오래 가지 못하고 빼먹었던 전공 시간. 문짝이 떨어지려고 하는 변소 앞에서. 아주 오랜날이 지나고 미국의 송어낚시를 낚시 취미 코너에서 발견했듯 다소 어이없는 마음으로 문고리를 잡아보았던 것이다. 서점 직원의 탁월한 분류법을 치하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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