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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전쟁을 다룬 권윤덕 그림책 <용맹호>

새책 소식

by 참도깨비 2021. 9. 29.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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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덕 그림책 작가의 흐름은 무엇보다 평화다. 평화를 위해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들에 대해서 말하고 있는 『꽃할머니』(2010년)과 제주 4.3 사건을 다룬 『나무 도장』, 5.18 민주화운동을 다룬 『씩스틴』등이 그렇다. 모두 전쟁을 기억하는 방식이다. 아직도 피해자가 있고 그들의 유족들이 고통스러워 하는 기억의 공간이기 때문이다. 평화는 그러한 기억을 바탕으로 고리를 끊어야 할 것들을 제시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념이라는 한 가지로 말할 수 없는 굴곡과 억압, 뒤집힌 진실로 뒤얽힌 근현대를 지나왔기 때문에 제대로 기억하고 알아야 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래서 권윤덕 작가는 그런 기억들을 균형있게 형상화하여 어린이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매체로 자신의 고유한 그림책 작업 흐름을 바꾼 것이다. 그 흐름의 중심은 평화일 수밖에 없다.

『용맹호』는 아직도 많은 문학 작품 속에서 다루어지고 있는 베트남 전쟁을 주제로 그린 그림책이다. 평화 그림책 연작으로 『꽃할머니』 이후 계획하고 있던 베트남 전쟁의 한 중심에 있었던 참전 군인 ‘용맹호 씨’를 통해 말하고자 한다. 용맹호 씨는 아무래도 그 시절 파병했던 맹호 부대를 상징하는 듯하다. 베트남에 가면 아직도 그들이 증오비라는 이름으로 전쟁과 학살의 기억을 표현하듯이 용맹호 씨는 분명히 가해자이지만 한편으로는 피해자이다. 베트남 전쟁의 숨은 가해자가 있고 그곳에 용병으로 간 용맹호 씨의 현실을 바로 보고자 하는 작가의 의식이 담겨 있는 것이다.

 

용맹호 씨는 날마다 정비소로 출근하여 온종일 자동차를 수리하고 지친 몸으로 퇴근하는 노동자이기 전에 베트남 전쟁에 참전했던 사람이다. 베트남 전쟁에 대해서는 다른 역사 자료를 통해 자세히 알고 나면 그림책에서 표현하려는 작가의 메시지를 훨씬 잘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용맹호 씨가 파병되어 간 곳은 베트남 중남부 빈딘성이다. 고엽제 피해를 받을 수밖에 없었던 전쟁의 중심에 있었던 만큼 그의 고통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출퇴근길에서도 정글과 총소리가 들리고 죽음의 환영이 엇갈리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수많은 양민을 학살하는 가해자 역할을 했기에 그는 아직도 전쟁 중에 있는 사람이기도 하다. 권윤덕 작가가 취재와 인터뷰를 바탕으로 고증한 사실을 통해 그림책에 담으려 했던 평화의 메시지가 역으로 무엇을 말하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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