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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도서관이 살아남는 길

작은도서관 이야기

by 참도깨비 2022. 2. 11.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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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평가의 계절의 돌아왔다. 한 해 도서관 살림을 꾸려가려면 꼭 필요한 지원이기에 평가지표에 나온 대로 1에서 14번 항목까지 꼼꼼히 챙겨야 한다. 작은도서관은 해마다 늘어나고 있으니 그만큼 경쟁률도 올라간다.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지는 도서관마다 의견이 분분하다. 해마다 시에 등록된 작은도서관들의 의견을 참조하여 조금씩 바뀌어 왔다고는 하나 늘 말이 많고 만족할 상황은 아니다. 1차 서류 심사로 합산된 점수대로 2차 실사를 나와서 최종 결정되기까지 무에서 유를 창조해내야 할 것 같은 압박감을 받는다. 

 

모든 것이 간소화되어야 하는 시대인데도 서류 애착증인지 준비해야 할 자료만 해도 어마어마하다.  사업비와 도서구입비, 독서문화프로그램 지원비, 독서동아리 지원비까지 고려하자면 공통서류만 해도 부담이 된다. 코로나 상황 탓에 대출 회수를 빼고 도서 증가량 또한 최소 100권으로 줄였다고는 하나 일일근무일지와 근무상황부, 동아리 활동일지, 자원봉사자 근무일지, 홍보성 자료 등 제대로 갖추자면 여느 부서 결과자료집만큼 늘어나게 마련이다. 일일근무일지만 놓고 보면 아연실색할 지경이다. 근무일지가 통일된 것이 아니라 도서관마다 기관마다 다르기 때문에 일 년치 근무일지와 근무상황부를 출력하는 데만 해도 반나절이 걸린다. 개관 시간과 맞춰 도서관 운영을 차질없이 했는지만 기록하고 2차 실사 때 근무일지를 확인하면 될 것을 누가 근무했고 확인 사인을 한 근무일지와 근무 내용이 어떤지 나오는 근무상황부까지 일 년치를 출력(대부분 수기로 기록하기에 묶음을 풀어서 일일히 복사해야 한다)해야 하는 전근대적인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이런 사실을 담담 주무관에게 말했더니 도서관 서식이 있으면 그것으로 하면 된다고 한다. 일일근무일지에 근무 내용을 적고 증빙 자료(도서구입 영수증과 공과금 영수증을 붙여놓고 있는 도서관으로서는 복사하기도 난감하다)공통 서류를 보내주었는데 그야말로 빽빽이 숙제다. 일일히 근무일지를 떼어내어 한 장 한 장 복사하는 것보다는 나아보여 새로운 근무일이와 상황부, 총 24장에 근무자와 확인자 사인, 그리고 다시 근무일과 근무자, 근무 내용에 확인 사인까지 하느라 손가락이 부러지는 줄 알았다. 처음부터 평가받는 도서관마다 서류를 공통으로 했더라면 컴퓨터로 하든지 해서 조금이라도 줄어들었을 텐데, 서류애착증이 아니고 무엇인가 싶다. 

 

여기까지는 평가 받겠다고 결정한 이상 인정하고 넘어간다고 해도 정작 중요한 것은 늘 처음부터 작은도서관의 일거수일투족을 확인받아야 하는데 서류가 좌우한다는 사실이다. 그에 비하면 정성평가라고 할 수 있는 현장실사는 그야말로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시간마저도 얼마 되지 않는다. 큰 돈을 들여 작은도서관 실태조사 용역을 했음에도 해마다 처음부터 즈증명해야 하는 일이 되풀이되는 것이다. 협의회를 만들어서 워크숍을 하고 달마다 월례회를 하고 이웃도서관 탐방이나 작은도서관 교육을 해도 인정받을 수 없다는 것은 억울할 지경이다. 현재 전체 등록 도서관(120여 개 관) 가운데 50여 곳이이 가입해서 활동 중인 협의회 활동은 각자의 도서관 운영 못지 않게 성실하게 하고 있음에도 이런 정성평가는 평가지표에 반영되지 않고 있다.  공식적으로 시립도서관에서 여는 운영자 워크숍과 운영자 교육, 시립도서관 주관 행사에 참여했느냐가 큰 점수를 받는다. 협의회가 보조금을 받아 치르는 작은도서관 책잔치에는 도서관마다 몇 명이 참여했느냐가 가산점을 받을 수 있을 뿐이다. 협의회 내에서 함께 기획하고 수많은 시간을 할애해가며 진행한 것보다 참여 회원 수로 네트워크 점수를 주는 것은  좋은 일 하고 뺨 맞는 기분이 든다.

 

언젠가는 이런 일에 협의회 회장이 항의성 전화를 했더니 "전체 도서관 중에 과반도 안 되는 곳"에서 무슨 말이 그렇게 맞느냐는 답변을 들은 적이 있다. 올해 초 작은도서관 대상 교육(충청북도 도서관 정책팀 주관)에 나온 문헌정보학과 교수가 작은도서관에 대해 충고한 것과 다르지 않은 반응이다. 초기에는 시립도서관에 등록하고자 하는 작은도서관마다 "협의회에 들어가 정보를 얻고 함께 활동하라"고 권유하며 협의회에 간담회를 갖고 조직을 인정해주고 어마어마한 보조금(책 잔치 일천육백만 원 정도와 작은도서관 소식지 일천오백만 원;소식지는 예산은 시립도서관에서 내는 소식지와 겹친다는 이유로 현재 전액 삭감된 상태)을 주면서도 개별 심사하겠다는 이중잣대를 들이대고 있는 것이다. 많은 시간을 쪼개어 협의회 활동을 하고 있는 작은도서관들에게는 부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고 시립도서관에서 하는 워크숍이나 운영자 교육이 만족도가 높은 것도 아니다. 교육 점수에 맞추자는 연례성 프로그램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새로 등록한 도서관은 기초부터 컨설팅까지 아우르는 교육 프로그램을 하고 오래 운영해 가고 있는 도서관 운영자에게 맞춤식 필요한 프로그램을 제공한다면 모를까 현재로서는 어쩔 수 없이 협의회 교육 활동에 참여하고 다시 또 공식 교육에 참여해야 하는 상황이다. 

 

협의회 회원 도서관을 배가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위기다. 회원 도서관들도 공감하는 일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워크숍은 둘째치고 달마다(이제는 격월도 줄였다) 월례회에 참여해야 하고 위원회별(문화행사위원회, 홍보편집위원회, 교육위원회, 정책위원회, 대외협력위원회) 활동해야 하는 또 다른 도서관 활동이 기다리고 있으니 연회비까지 내가면서 참여할 도서관이 많지 않은게 문제다. 꾸준히 함께하고자 가입하는 곳이 늘어나고는 있지만 협의회 활동보다는 평가지표에 맞춰 서류 내고 지원만 받겠다는 도서관들이 많은 것 또한 더 큰 문제다. 해마다 지원사업 설명회에 나가면 목소리 큰 곳이 바로 그런 곳인 경우가 많다. 모든 것이 문제 없는데 왜 그러냐고 오히려 역정을 내는 분들이나 평가지표 서류에 나오는 것과는 다르게 열악한 도서관 사정만 이야기하는 분들도 많다. 시립도서관에서도 협의회 이야기만 들어서 될 일이 아니고 민원이 들어오는 다른 도서관들의 목소리까지 반영해야 한다는 고충을 이야기할 만큼 복잡한 일이다. 

 

여기까지는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의견이라고 치더라도 앞으로 작은도서관이 살아남는 길이 아득하고 언 발에 오줌 눈다는 말처럼 즉흥적인 지원책에만 기대고 있다는 것 때문에 기분이 썩 좋지 않다. 작은도서관법이 통과되고 그 법에 맞는 공공성을 증명해야 하는 것부터 공동 대응(아파트 같은 공동주택의 관리규약을 바꿔 작은도서관의 위상을 정립하고 자체적인 예산 지원이 보장되어야 하는 것 등)해야 할 것들이 많은데 현실은 평가지표에 의한 소리없는 경쟁 시스템으로 가고 있으니 안타깝기만 하다. 얼마 전 협의회에서 연 정책토론회에서 작은도서관 실태조사 용역 결과를 놓고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말했듯이 작은도서관이 상처 받지 않고 살아남기 위한 다양한 대안들이 나오고 그에 맞는 고민과 실천이 앞서야 한다. 

 

아직은 상처 받기는 하지만 묵묵히 도서관을 열고 방역과 활동 속에서 초심으로 돌아가고자 노력하고 있다. 지원에 바라지 않고 하고 싶은 것만 하면서 공공성을 지켜가야 한다는 다짐도 해보지만 함께 만들어가야 하는 길이기에 이렇게 군소리를 해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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