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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게이트여성노동자들의 눈물 투쟁기 <캐노피에 매달린 말들>

새책 소식

by 참도깨비 2023. 12. 8.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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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를 달리면 꼭 만나게 되는 톨게이트에는 불안정노동자로 부르는 수납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다. 2017년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화’ 선언과 함께 급격하게 일어난 비정규직의 무기계약직화, 간접고용 등 노동의 불안정성을 대표하는 톨게이트여성노동자 12명의 구술을 담은 책이다. 불안정노동 문제 개선과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서울톨게이트 캐노피 위에 올라가 투쟁했던 분들이다. 

《캐노피에 매달린 말들》에 실린 그들의 이야기는 한부모 가정, 장애여성, 북한이탈주민, 경력단절자 등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이들의 시대 현실이면서 구술기록이 갖는 가치, 노동 현장의 경험과 투쟁 모두를 담았기에 소중하다. 한편으로는 시험 보고 들어간 사람들과의 비교, “로또취업”, “공정공평이 무너지는 일”라는 말로 왜곡되어 전달되지만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나누어 차별하는 우리의 노동 현실을 보여주는 일이다.
 11장으로 나누어 기록한 이 책에서 우리는 톨게이트 노동의 위아래를 모두 읽을 수 있다. 어떻게 고용되어 일하게 되었는비부터 확인하면 노동 현실의 취약함을 볼 수 있다. “광고지 보고 들어갔는데 ‘기혼자 가능’ 이렇게 쓰여”(25쪽) 있어서, 하나센터에서 “고용지원금이 나오기 때문에 사장들이 북한이탈주민을 우선적으로 원하고 있다”(225쪽)는 말을 듣고, “도로공사 사장들이 주민센터 연결해서 복지카드 있는 사람들만 찾아다”(195쪽)니기 때문에, 3교대여서 아줌마들이 “집안일하고 겸해서 할 수 있는 일”(138쪽)이라 권유받고 간 직장에는  ‘고용지원금’, ‘3교대 업무’ 등의 덫 아래 노동자들을 빨아들이는 , 정부와 기업의 잔인한 공모 현장을 엿볼 수 있다..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올라간다고 했죠. 캐노피 소통방이 만들어지고 그날 새벽 약속 장소에서 만나자고 그러더라고요. 소통방에 한 명 두 명 늘어나는데 내가 처음에 초대됐더라고요. (줄임)  올라가서 나랑 다른 동지(김승화)랑 변 치우는 담당을 했어요. 올라가 보니까 내가 거기서 제일 왕언니인 거예요. (줄임) 처음에는 사람이 많으니까 진짜 변 자루도 엄청 많이 나와요. 금방 한 자루 쌓이고 금방 한 자루 쌓이고. 그러다 나중에 이제 세 명, 승화랑 도부랑 나랑 세 명 남고, 공공연대 세 명 남았어요. 한 20일 여섯 명이 식사랑 간식도 나눠 먹으면서 지냈어요. 커피믹스 노란 거 큰 통이 올라와요. 처음에 이거 한 통을 다 먹으면 내려가겠지 생각했어요. 그런데 또 한 통이 올라오고 그러면 또 저거 다 먹으면 내려가겠지, 또 한 통, 또 한 통. 그거 진짜 열몇 통이 뭐야 한 스무 통은 먹고 내려왔나 봐요. (줄임) 캐노피에서 내려가서 동지들 만나고는 많이 울었어요. 내려올 때 우리가 원했던 일이 해결되었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운 마음이 있었지만, 내려와 보니 본사 점거 투쟁을 하는 동지들이 엄청 멋있어 보였어요. 이 동지들과 함께 제대로 한번 투쟁해 보자는 마음을 먹게 되었어요."  서울톨게이트 캐노피에서 마지막까지 있었던 김경남 청북지부장의 말만으로 그들의 투쟁이 얼마나 지난한 것이었는지 느낄 수 있다. 그저 평범한 엄마의 자리에서 노동자로 일하면서 단결과 투쟁으로 일자리를 지켜야 하고 권리를 지켜야 한다는 각성의 순간들인 만큼 차분히 읽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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