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사를 가로지르는 자본과 빈곤의 문제를 빠른 호흡의 단문 문체와 환상기법으로 다룬 고전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개정판이 나왔다. 2022년 작고한 조세희 작가를 송경동 시인은 이렇게 기억하고 있다.
"혁명이 필요할 때 우리는 혁명을 겪지 못했어. 그래서 우리는 자라지 못하고 있어. 제3세계의 많은 나라들이 경험한 그대로, 우리 땅에서도 혁명은 구체제의 작은 후회, 그리고 조그마한 개선들에 의해 저지되었지. 우리는 그것의 목격자야. 우리 세대들은 실패하고 말았어. 그것이 늘 경동이 같은 세대들에게 미안해. 우리가 조금만 더 잘했다면 경동이와 같은 세대들이 지금 하는 고생을 조금은 덜 수 있었겠지. 그것이 늘 미안해. 하지만 어쩌겠어. 경동이의 세대들이 기운을 잃지 말아야 해.(줄임) 냉소주의에 빠지지 말자. 그런 말은 또 한 번 써줘요. 냉소주의는 우리의 적들이 제일 좋아하는 것이기 때문에. 거기에 빠지면 안 됩니다."
조세희 작가의 마지막 전언인 셈이다. 송경동 시인은 아직도 난장이 가족이 살아가던 공간에서 잡혀가는 꿈을 꾸며 시위를 하고 있다. 150만 부를 돌파하면서 판형과 표지를 새로이 하고 표기법에 맞춰 나온 개정판이 주는 의미가 크다. 1975년 <칼날>, 1978년 <내 그물로 오는 가시고기>에 이어 <에필로그>까지 12편이 오늘의 싸움을 다시 쓰게 하는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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