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립도서관에서 전화가 왔다. 해마다 문화체육부에서 도서관 실태조사를 하는데 이미 제출한 것 중에 수정해야 할 것이 있단다. 실태조사에서 꽤나 예민한 것이 수치여서 작은도서관을 관리하고 있는 공공도서관으로서는 당연한 일이겠지 싶어 내용을 들어보니,
"관장님, 도서관 상근직원 수에 1명이라고 쓰셨죠? 당연히 관장님 혼자 상근하시니까 그렇게 적은 건 맞는데, 그 아래 인건비도 적으셔야 해요."
"아시겠지만 (제가 월급을 받는 것도 아니고 강의나 원고료 등등 다 쥐어짜서 책 구입 예산이나 물자를 조달하고 있는데) 0원이 맞는데요."
"그래도 인건비에는 구체적인 액수를 넣어야 해서요."
"......."
뭐라고 말해야 하나. 상근직이라고 적어서 그런 모양이다. 그냥 봉사자라고 적었으면 아무렇지 않았을 텐데, 상근직이니 얼마라도 지급해야 하는 게 실태조사의 현실인 것이다.
"그러니까 관장님이 자신한테 얼마를 주면 좋은지 알려주시면 그 액수에 12개월 곱해서 6백만 원으로 수정할 게요."
상근직에 연봉이 6백만 원이라니 자랑할 것도 못 되니 자괴감이 든다. 일종의 확인 사살 같다. "그러게 알면서 왜 그런 일을 해." 하고 현실을 말해주는 것 같다. 대답을 해놓고도 그게 최종제출한 내 직장의 현주소라고 생각하니 거짓 슬픔마저 밀려올라온다. 처음에 백만 원이라고 하고 싶었던 것은 그 정도는 받아야 한다는 단순한 생각이었다. 그러나 그만큼 받으면 운영이 너무 잘 되는 것 아닌지, 지원 여부를 떠나 덜 궁핍해 보이고 나처럼 혼자 운영하는 작은도서관 현실이 과대포장 될까봐 오십이라는 궁색한 대답이 나온 것이다.
실태조사가 현실적인 수치를 내놓아야 하는 것은 맞다. 하루 도서관 방문자를 50명이라고 하면 자동으로 한 해에 몇 명이 잡히고, 대출 권 수나 프로그램 운영 갯수에 시간 곱하기 하면 몇 천 명이라는 수치가 나와 정확한 통계가 되는 것이다.
왠지 씁쓸하다. 이럴 거였으면 좀 더 부를 걸 그랬나. 그것 받고는 일 못하겠다고 따질 걸 그랬나. 엉겁결에 임금타협 같은 걸 해놓고, 내가 나한테 월 육십밖에 주고 있지 않다니, 화가 치밀었으나 어차피 내가 쏟은 냄비 내가 치워야 하는 것이니 웃고 말았다.
로또라도 사서 꿈이라도 날조해야겠다. 어떻게든 기본소득이라도 받을 수 있도록 헤야겠다. 휴유증 아닌 휴우증 치료(새로 신장개업한 한방병원 현수막에 씌어진 휴우증을 빌려옴)라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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