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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글을 통해서 본 글쓰기와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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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참도깨비 2021. 9. 3.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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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글을 통해서 본 글쓰기와 책읽기


늘 아이를 둘러싼 고민들을 생각해 보면서 정작 우리는 아이를 얼마만큼 알고 있는지, 과연 무엇으로 키우고 싶어 전문가를 찾고 설레다가 다시 실망하고 현실의 높은 벽을 느끼게 되는지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아이가 태어나면서 엄마도 함께 태어난다는 말이 있다면 모든 문제는 동갑나기 아이와 함께 풀어가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결론부터 내리고 차근차근 풀어볼까 합니다. 무엇보다 아이를 그 자체로 보아야 가능한 일이겠지요. 한시라도 한눈 팔고 귀가 얇아지거나 무슨 클리닉센터를 찾듯이 전문가에게 의존하려 하지 말고 내 스스로 감동하고 치유하는 길을 찾아야만 가능한 일입니다.
 아이들, 어린이란 누굴일까요? 옛날에는 어리석은 존재라서 빨리 가르쳐 철들게 하고 의젓하게 하여 어른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사회 통념 때문에 어린이란 잠시 거쳐가는 아주 짧은 고치나 애벌레 기간 정도로 여겼더랬습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아주 복잡한 문제, 가령 빈곤이나 범죄, 요즘 들어 입에 오르는 동성애 즉 성적 소수자를 이야기해야 하는 것처럼 하나의 필연적인 존재이자 그 자체로 보지 않고는 늘 제자리로 돌아오는 악순환만 이어질 뿐입니다. 사실 어린이도서관을 열면서도 늘 부딪히는 문제가 바로 ‘어린이’라는 화두였으니까요.

느티나무

호수공원에 200살 된
느티나무가 있다
내 나이는 8살인데
200살이라면
얼마를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노소영(청주 창신초등학교 1학년)

아름드리 나무 앞에서 느끼는 것이 커서는 ‘선생님처럼 엄숙하다’느니 ‘인자하다느니’ 할 수 있겠지만 대부분은 이렇게 헤아릴 수 없는 차이를 느끼는, 그야말로 있는 그대로 표현할 줄 아는 것이 어린이다. 글짓기란 이름 아래 꾸미기 좋아하고 글에 솔직한 자기를 숨기고 거짓 표현만을 드러내도록 해온 결과 이런 시는 시가 아니라고 한다. 그러니 아주 어렸을 때부터 길들여진 보기만을 강요하며 서둘러 의젓하고 그럴 듯한 기교에 아름다운 시를 쓰라고 말한다. 어린이다운 심성은 사라져버리는 것이다.

사촌동생

사촌동생은 우리집에 오면
뭐든지 사달라고 한다
난 돈이 없는데
자꾸 사달라고 하면 짜증이 난다
돈이 있으면 사주는데
돈이 없을 때 조르면
다시는 안 왔으면 좋겠다
                              최소제(청주 덕벌초등학교 1학년)

미이 언니한테 혼날 때

난 아침에 혼난다
할머니한테 소리쳤다고
난 그런 언니가 싫다
그렇게 소리치기 싫지만
화가 나서 소리를 질러야 한다
그러는 나는 정말 바보 같다
그리고 반성 좀 해야 한다
                             최소제

내 동생이 귀엽지만은 않고 어디서나 바른생활을 하듯 그렇게 써야 칭찬받는다는 공식이라도 있는 것처럼 어린이글에서는 도대체 어린이다운 심성을 읽기 어렵다. 그러나 아이를 키우다 보면 늘 전쟁하듯이 부딪치고 마음의 균형을 잡지 못하게 하는 것이 바로 ‘어린이’이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어렵게 하는 것도 ‘어린이’이다.
그러나 위의 시를 보면 그냥 내버려두어도, 아니 누구나 자기 목소리를 거침없이 할 수 있도록 하다 보면 어린이의 심성은 어른들을 기죽게 하고 감동시키고 반성하게 할 만큼 따뜻하고 솔직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우리 교회 권사님

우리 교회 권사님이 한 분 계신다. 권사님은 우리 가족한테 먹을 것도 갖다 주시고 교회 권사님, 목사님께도 먹을 것을 갖다 주신다. 우리 집고 권사님이 주셨다. 권사님 이름은 오창순 권사님이다. 얼굴도 인자하시고 친절하신 것 같은데 마음도 인자하시고 친절하시다.
권사님 남편은 식물인간처럼 장애인이어서 일을 못하는데 옛날에 안 다쳤을 때는 부자였다고 한다. 권사님 남편이 죽을 뻔 했는데 권사님이 교회에 다니면서 기도를 하고 교회 식구들도 기도를 많이 해서 겨우 살았다고 한다.
그래서 음식 같은 걸 만들어서 나눠주는 일을 한다. 기도 해줘서 고맙다고 음식을 나눠준다고 한다. 권사님 남편이 교회 아이들한테 잘 해줘서 꼬마 애들도 기도하면서 막 울었다고 한다.
               송승연(청주 한벌초등학교 2학년)

우리가 지금 당장이라도 학원이다 공부다 하는 굴레를 아이들에게서 걷어내면 보는 만큼 보이고 사랑할 수 있는 이웃과 바깥 세상에 눈떠가는 참다운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것이 어디 다듬는다고, 글짓기대회용으로 가능한 일일까요? 심드렁한 마음에서 즐거운 몰입이 나올 수 없듯이 절대 마음은 딴데 가있는데 솔직하고 따뜻한 이야기가 나올 리 없습니다.
그래서 어린이도서관을 하고 글쓰기교실을 하면서 늘 아이들을 불러다가 아이들의 말을 듣고 이야기를 받아 적는 일을 합니다. 구구절절 아이들의 당연한 심성부터 분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을 오랫동안 관찰하고 같이 놀다 보면 저마다 자기만의 세계가 뚜렷하게 있고 그 세계에서 저마다 반듯하고 꿋꿋한 생각에 눈 뜨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글짓기 표본에 맞춰 아이들을 구박하고 어른들도 가장 어렵다는 글쓰기를 통해 만족을 얻고자 한다는 것은 일찍 포기하시는 편이 나으리라고 생각합니다.

교회 선생님

우리 교회 선생님은 나랑 같은 단지 15층에 산다. 집에 직접 가본 적은 없지만 엘리베이커에서 자주 만난다. 교회에서 나한테 잘 대해주어서 좋아했는데 우리 집 위에 산다고 하니까 처음에는 황당했다. 내가 4살 때부터 교회에 다녔는데 지금까지 몰랐다는게 이상했다. 엘리베이터에서 만나긴 했어도 우리 집 위에 사는지는 몰랐기 때문이다.
                   노해찬(청주 창신초등학교 3학년)

우리 동네

우리 동네에는 친구가 없다. 주택과 빌라밖에 없어서 조그만 애들과 어른들만 있다. 난 내 동생들과 재미있게 논다. 특히 제일 재미있는 것은 침대에 누워서 내가 아무 데나 착 붙어 있으면 동생들이 날 떼어내는 것이다. 그리고 다락방에 숨는 숨바꼭질이다.
난 이렇게 재미있게 놀지만 친구가 많이 살아서 같이 놀고 싶다.
                   김소현(청주 창신초등학교 3학년)

똑바로 앉아라

난 수업 시간에 선생님한테 자주 혼난다. 의자에 앉을 때 다리를 꼬고 앉아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선생님이 “해찬아, 다리 꼬지 말고 똑바로 앉아라” 하고 말하는데 얼마 안 가서 또 다리를 꼬고 앉는다.
다리를 꼬고 앉은게 편해서 아무리 선생님이 혼내도 끝날 때까지 다리를 꼬고 앉아있는다.
그래서 날마다 듣는 말이, “똑바로 앉아라”이다.
                         노해찬

특히 도시 아이들은 자기 마음을 기대거나 자기 삶을 드러낼 수 있는 데가 드물다. 글이란 시시하게 자기 삶을 그대로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별세상의 이야기, 자연에서 벗어난 삶을 살면서도 그곳을 꿈꾸고 바라는 마음을 노래하듯이 써야 한다는 잘못된 생각에서 자기를 잊고 이웃을 잊고 우리가 늘 마주하는 대상에 대해 쓸 기회가 없다.


사슴벌레

31일까지 살았다.
대단하다.
어쩜 그렇게
많이 살 수 있을까?

 김종혁(충주 중앙초등학교 1학년)

애완동물로 키울 수밖에 없는, 그 속에서 느끼는 놀라움 같은 경우마저도 제대로 표현하기 힘든게 사실이다.

대충 살아


친구들과 놀려고 했는데
그 친구가 나머지를 하면
내가 하는 말
"대충 살아"

미술시간에 그림을
너무 꼼꼼히 그린 애한테
내가 하는 말
"대충 살아"

집에서 형이
이메일 검사를 하루종일 할 때
내가 하는 날
"대충 살아"

그러면 남자애들은 알았다고 하고
여자애들은 불만스럽게 따진다
사람이 100% 완벽하게 살 수는 없다
그러니까 대충 살아
     정구화(중앙초등학교 5학년)

그러니 이런 단념과 처세술이 나오는 것일까요? 이것도 솔직한 환경을 마련해주지 않으면 나오지 않는 글이지만요.



삼일통신 아저씨들


삼일통신 아저씨들은 손님이 없어서
날마다 게임만 한다
컴퓨터 중독 수준이 지나서
중독의 지존이 된 것 같다
어떨 때는 친구들과 도박을 하기도 한다
테이블에는 돈과 카드가 쌓여있는 걸 보면
장사도 안 되는데 무슨 돈으로 도박을 하는지 모르겠다
웃다가도 듣도 보지도 못한 욕을 한다
나쁜 것만 하니까 천벌을 받아서
손님이 없는 것 같다


           정하존(칠금초등학교 6학년)

이런 시는 어떨까요? 분명 아이들만의 눈이 있는 것인데 그것을 보기 좋지 않다고 치우라고 할 수 있는 것일까요? 꼭 자연물 같은 대상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사는 세상 속에서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만나고 그 안에서 생각하고 느끼며 성장하는 것인데 날개 떼어놓고 날아가라고 하면 안 되겠지요.


로또


로또를 했는데
다 틀렸다
1등이 되면
아빠는 50평짜리 아파트로 이사가고
엄마는 보일러를 바꾸고
형은 모터 달린 자동차를 사고
나는 컴퓨터 두 대를 살 거라고 했는데
하나도 안 맞았다
돈이 아깝다
꼭 될 거라고 했는데 안 되니까
가슴이 확 죽는 것 같았다


      김종혁(중앙초등학교 2학년)

또한 이런 욕망 속에 노출되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어른들은 빈틈없이 살 것 같고 늘 아이들에게 거짓말에 목을 맨 것처럼 보이는 것 같지만 가만 둘러보면 수수방관하는 거대한 구멍이나 다름없다는 것을 느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면 무엇으로 판단하는 것일까요? 글쓰기란 형식 이전에 아이들을 제대로 보고 인정할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요?


권순관


내 친구 순관이는
이름처럼 순하기만 한데
이모할머니가 이름이 안 좋다고
절에 가서 이름이 바꿔 왔다
권호연
순관이는 그 이름이 편하다고 하는데
난 편하지 않다
그냥 순관이가 좋다
그래서 집에 가면 호연이가 되고
나와 있으면 순관이가 된다


      김성률(중앙초등학교 6학년)

그것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한편 지속적인 대화가 필요한 영역이겠지요. 무엇보다 가만히 들어줄 줄 아는 너른 품이 중요한 것입니다. ‘그냥 순관이가 좋다’는 아이의 마음이 앞에서도 말씀드렸듯이 어디 강요한다고 잘 쓰게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불량식품


엄마는
한살림에서 무공해식품을 사다 먹는데
우리는
학교앞 문구점에서
엄마 몰래
불량식품을 사 먹는다

엄마가 못 먹게 하는 거니까
나쁜 거나 마찬가지인데
한번만 먹고 나면
달고 달아서 나를
자석처럼 끌어당기는 것 같아
잊을 수가 없다


         서도담(교현초등학교 4학년)

가만히 들어주는 마음을 가지면 서서히 이야기가 되고 저 아이도 함께 세상을 이해하고 살아가는 존재라는 것을 느낄 수 있으리라 봅니다. 어린 모순과도 같은 것을 풀어야 하는 것은 아이만의 노력으로 될 일이 아니니까요. 여기에서부터 천천히 시작해도 늦지 않은 일입니다. 글쓰기에도 무슨 왕도가 있어서 하루아침에 좋아지고 끝도 없는 최우수상, 대상, 그보다 더한 상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니까요.


중간고사


월요일에 가르쳐줘서
금요일에 시험을 보는데
어떻게 시험을 잘 보라는 건지 모르겠다
학원에서 앞서가니까
학교에서 배우는 건 재미없고
시험도 학원에서 다 가르쳐 줄 거라
의욕이 떨어진다
학원에서 다 뽑아서 주기 때문에
좔좔좔 외우기만 한다

공부하고 싶지가 않다
수학공식도 외워야지
사회 용어도 외워야지
과학용액도 외워야지
너무 힘들다
달달달 외우기만 하니까
주관식 문제는 하나도 못 풀겠다
그래서 시험은 늘 엉망이다

박소연(청주 주성초등학교 5학년)


시험


시험 볼 때마다
학교를 더 열심히 다녀야 하는지
학원을 더 열심히 다녀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학교에서 시험을 본다 해도
학원 때문에 공부를 못 해서
시험을 못 본다
학교 공부를 잘 하기 위해서
학원에 다니는 것인데
학원 공부를 잘 하기 위해서
학교에 다니는 것 같다

이다솜(청주 주성초등학교 5학년)



노처녀 히스테리


우리 선생님은 노처녀 히스테리다
가만히 있는데도 성질내고 늦게 끝내준다
이런 새끼들한테는 공부 안 시켜도 된다고 한다
썩어빠진 뇌에는 가르쳐봤자 쓸데도 없다고 한다
할 말 안 할 말 안 가리고 막 한다
1년동안 욕 들으면서 살아야 한다니
끔찍하다

000(청주 00초등학교 5학년)



공부


아빠는 내가 학원을 마치고 집에 와서 텔레비전을 틀면 기다렸다는 듯이 딱 들어와서 텔레비전 많이 봤다고 이제 그만 끄고 들어가서 공부 좀 하라고 그러신다. 하루도 아니고 공부를 다 했다 그래도 다 하긴 뭘 다했냐고 공부를 다하는 게 어디 있냐고 들어가서 더 하라고 하신다.
그럴 땐 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제는 공부하기가 너무 싫고 더 놀고 싶다는 생각만 든다. 이럴 때는 아프더라도 스트레스성 장염에 걸리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오늘 살다가 학원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내 짝꿍 선영이 때문이다. 아주 설득력이 있는게 커서 보험회사 직원이 되면 딱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나는 전과목을 배우는 게 목표가 아니라 5학년 전체 1등을 해서 50만원을 받겠다는 것이 목표다. 그래서 오늘 엄마한테 물어봐서 스트레스를 날려버릴 것이다.
처음에는 공부를 하기 싫어서 놀고만 싶었지만 오늘부터 공부를 열심히 해서 돈을 버는 쪽으로 결정을 했다. 엄청나게 공부를 해야 하니까 스트레스를 받겠지만 돈을 위해서라면 다 참을 수 있을 것 같다.


          이다솜(청주 주성초등학교 5학년)

이런 글들을 보면 정말 아이들은 ‘우리에게 구조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자꾸 구석으로 내몰지 말고 말 좀 들어달라고 이야기하고 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모든 것이 아무렇지도 않는 듯 체에 걸러진 듯 좋은 말과 각성한 말과 교육받은 얌전한 말만 나오길 바라는 것이 무리임에는 틀림없어 보입니다.


2006년 9월 22일 금요일, 일교차가 커서 낮에는 포근하기도 하고 덥기도 하다.
구제불능

국어시간에 선생님이 '조약돌'이라는 이야기에 이어질 내용을 상상해서 가운데 부분에 쓰라고 했다. 승환이란 아이가 자기를 때려서 한 번 더 놀려보라고 했는데 또 때렸을 때는 어떻게 할 것인지 써넣는 것이었다.
다 쓰고 검사를 하는데 선생님이 00한테 뒤로 나가라고 했다.
"000, 넌 구제불능이야!" 하는 말까지 했다. 난 승환이란 아이가 사과를 했는데 안 받아주었다고 썼는데, 000이는 어떻게 썼는지 궁금했다. 기계가 잘못 되었을 때나 쓰는 말 같은데 000한테 쓰니까 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한길(청주 우암초등학교 2학년)

정말 아이들은 자꾸 자꾸 각을 쳐서 둥글게 만들어야 예쁘고 과감하게 털어내야만 하는 쭉정일까요? 시간이 턱없이 모자라서 숨가쁘게 어딘지도 모를 일류를 향해 뛰어가는 사람들처럼 보이는 세상에서 글다운 글이 나오려면 잠깐 숨을 가다듬고 생각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잃어버린 것들을 다시 되찾아야 할 때입니다. 거창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우리가 아주 금쪽같이 키워서 어디 내놓으면 걱정부터 드는 내 아이의 목소리부터 들어주고 이야기가 이야기처럼 술술 풀려나와서 스스로 대견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자세가 필요하리라 봅니다.


선생님의 욕

국어시간에 선생님이 수업은 안 하고 녹차만  마셨다. 그러자 우리들은 수업을 할 생각이 없나 해서 실컷 떠들었다.
그러니까 갑자기 선생님이 수업을 하자는 말을 안 했다고 우리더러 책상 위에 올라가라고 했다. 그리고 손을 들라고 했다. 모두 어이가 없었다.
그런데 그 다음이 말이 더 기가 막혔다.
"너희들을 이렇게 만든 건 다 선생님 잘못이다"
그러면서 선생님은 벌을 서지 않고 우리만 서게 했다.
"이 새끼들아, 내가 수업을 안 하면 내 눈을 바라보고 있어야지 떠들긴 왜 떠드는 거야"
정말 충격을 먹었다. 우리한테는 욕을 하지 말라고 하면서 선생님은 우리한테 엄마, 아빠도 안 하는 욕을 한다는게 진짜 어이가 없었다.
그 다음에는 그대로 벌을 세워놓고 우유 안 마신 사람만 우유 마시고, 복도에서 씨름했던 애들은 내려오라고 했다. 복도에서 씨름했던 애들이 하도 많아서 거의 반이 밖으로 나갔다. 밖으로 나간 애들은 어깨동무를 하고 앉았다 일어났다 100번을 했다.
그 다음엔 막 학교에서 떠들려면 학원가서 떠들라고 했다. 학원은 그냥 선생님들이 돈만 받으면 되니까 학원에 가서 떠들라고 했다.
"선생님은 너희들을 가르쳐야 하는 임무가 있는데 너희가 자꾸 떠들라면 부모님한테 허락맏고 아침밥 먹고 학원으로 가!"
라고 말씀하셨다. 그러다 애들이 정말 학원가면 어떻게 할지 걱정도 되었다. 그럼 선생님은 우리 학교에 안 다녀도 될 것이다. 그럼 선생님만 손해를 보는 거다. 우리가 진짜로 학원만 가면 선생님은 그 말을 후회할거다.
날마다 우리선생님이 욕하면 너무 듣기가 싫다.물론 나도 욕을 하기도 하지만 선생님은 우리를 가르치는 분인데 자꾸 욕을 하면 안될 것 같다.선생님이 욕을 삼가했으면 좋겠다.
                         박소연(청주 주성초등학교 5학년)    

분명 우리는 교육상 좋지 않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이런 글을 교지에 싣지 않을 것입니다. 예쁘고 착한 글들만 올라와 있어야겠지요. 무엇보다 선생님이, 어른이 어른의 성질대로 살다 보니 아이에게 상처를 줄 수 있고 그것이 오랫동안 치유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은 생각해 보지 않아도 되는 것일까요? 그야말로 반성하는 일기를 써야 한다고 하면서 어른들은 실낱만큼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대화할 수는 없는 것일까요?


K리그의 문제점


사람들은 영국의 프리미어리그, 스페인의 프리메라리그에만 관심이 있고 우리나라 프로축구인 K리그에는 관심이 없다. 물론 나도 K리그는 즐겨보는 편은 아니지만 프리미어리그와 같은 빅리그를 보다가 K리그를 보면 흥미가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우선 프리미어리그에서는 하위팀 3팀이 떨어지고 2부리그인 챔피언쉽리그 상위팀 3팀이 올라가는 제도가 있다. 그러나 K리그에는 그런 제도가 없다. 이런 제도가 있어야 K2리그도 발전이 되고 한국 축구도 발전이 되지 않을까? K2 리그에 소속된 팀들이 가끔 FA컵에서 K리그 팀들을 꺾을 만큼 실력이 뛰어난데 서로 자극이 되지 않으니까 K리그 팀들은 영원한 프로팀이라는 자만심에 빠지고 K2리그 팀들은 아무리 잘 해봐야 프로팀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갖지 못하고 있다.

연고지 이전 문제도 큰 문제점이다. 영국을 봐라 . 맨유, 리버풀, 레딩 같은 전통있는 팀들은 100년이 넘도록 그 지역에서 축구를 하고 가족 대대로 그 팀을 응원한다. 그러나 한국은 어떤가. 안양에서 서울로, 부천에서 제주로... 이러니 과연 한팀을 제대로 응원 할 수 있을까?
또 팀 이름의 문제다. 수원삼성 그러나 선수들은 입단을 하면 "삼성같은 좋은 팀에 입단에서 참 좋고 열심히 뛰어서 리그 우승에 도움이 되도록 하겠습니다."라고 말하고는 한다. 선수들은 삼성이라는 회사에 들어가서 일을 하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수원이라는 팀에서 경기를 뛰는 것이다. 그만큼 연고지가 중요하는 것이다. 기업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축구팀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지역과 함께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해 있는 것이다.

K리그를 발전시킬 생각은 안하고 월드컵이 끝나면 매일 'K리그 보러오세요' 이런 문구가 많이 뜬다. K리그를 많이 보러 가게 하려면 제발 K리그 발전을 위해 노력했으면 좋겠다. 내가 생각하기에 K리그가 재미없는 또 한가지 이유는 선수들이 한 골을 넣으면 수비 축구를 하려는 안 좋은 습관을 가지고 있다. 비교하는 것은 좋지 않지만 영국을 보면 이기고 있든 지고 있든 한 골이라도 더 넣으려고 굉장히 공격적인 축구를 한다. 그것에 비해서 한국축구는 너무 지키기에만 들어가기 때문에 재미가 없다.
두번째 이유는 용병이다. 우리보다 못산 다고 볼 수 있는 아랍에미리트를 보면 예전에 바르셀로나에서 뛰고 있는 에투를 임대해 간다는 인터넷 기사를 본 적이 있다. 물론 한국에서 뛰고 있는 용병들이 못한다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알려진 유명한 선수들을 데리고 오는 것도 K리그 발전에 큰 도움이 될 듯싶다. 만약에 수원삼성에 루니 같은 힘이 있는 선수들이 오면 그 팀의 팬도 아니지만 경기장을 찾는 관중들은 상당히 많을 것 이다.
세번째는 유소년 축구 발전에 힘을 써야겠다. 영국의 맨유를 보면 유소년 축구가 상당히 발달한 것을 볼 수 있다. 유소년 클럽에서 자란 선수가 미래에 그 팀 주전 선수가 될 수도 있는 것이고 어린 나이에 K리그에서 경기를 뛰면 그만큼 성장할 것이기 때문이다. 매일 유소년 축구가 시급하다 라는 소리만 하지 말고 정말로 유소년축구에 힘써 주었으면 좋겠다. 유소년 클럽이 활성화되면 자연스럽게 선수들이 더 열심히 뛸 수 있고 실력이 늘어날 기회가 많아질 것이다.
네번째는 선수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번에 백지훈 선수와 이관우 선수가 수원 삼성으로 이적을 하는 과정에서 소속팀과 문제가 많았던 것처럼 선수의 의견을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그 팀을 대표할 수 있는 스타 선수를 키워서 팬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구단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경기장을 찾는 팬이 없다는 것이다. 다른 리그에 비해서 실력을 떨어지고 재미가 없어서 경기장을 찾지 않는 사람들이 많지만 경기 시간이 체계적이지 않고 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은 탓도 크다. 경기장이 가깝고 시설이 좋아지면 축구팬들도 더 많이 늘어날 것이다. 이렇게 복합적인 문제점이 보완되면 K리그가 발전하면 한국 축구도 발전을 할 것이다.

           이중규(청주 남중학교 3학년)

아무리 부정하려고, 덮어두려고 해도 엄연한 현실입니다. 우리가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한다고 말할 때의 현실 문제만큼이나 짚어보고 따져보고 치유하고 새롭게 만들어가야 하는 현실이 있는 것입니다. 여기까지 와 보니 참 어렵고 머리 아프고 까다롭다는 생각이 드실 줄 모르겠지만 의외로 문제는 간단합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아이들을 제대로 이해하고 조금 천천히 생각하고 신중하게 판단하면서 아이들 스스로 거침없이 마음 속의 실을 자아낼 수 있도록 백 번 천 번 양보하고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공부라는 테두리 속에 한 십 년만 꾹꾹 참으라고 그 다음에는 대책도 없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세상이 될 거라고 막연한 희망과 압박과 회유?를 늘어놓기 전에 위의 글처럼 자기가 좋아하는, 그래서 아주 잘 할 수 있도록 모든 선택의 길을 열어놓고 넓혀놓자는 것입니다. 축구 심판에 해설자가 꿈인 중학생의 글처럼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는 아주 열심히 집중하고 자기 논리를 만들어가는 것이 아이들이기 때문입니다.

여러 갈래길로 들여다 본 책읽기, 또는 글쓰기

<난 늑대 싫어>를 읽고

동원이가 왜 늑대 안 하는지 모르겠다. 나라면 나빠도 잘 하면 되는데. 그리고 꼭 착한 것 안 해도 될 것 같다. 하지만 늑대로 할 때 기분을 잘 알겠다. 왜냐하면 축구를 할 때 나는 못 해서 수비수나 하기 때문이다.
나는 그때 내가 축구 잘 하면 좋겠고, 친구들을 때리고 싶다. 내가 못해도 같이는 놀아야 하는데 그게 안 되는 것 같다.
나는 기분이 아주 안 좋다. 동원이는 좋겠다. 소리를 아주 엄청 시끄럽게 지르고 화나서 화풀이를 실컷 했는데 칭찬을 받기 때문이다. 나도 화풀이를 하고 싶다. 지금 생각하면 요즘이나 옛날이나 애들한테 화풀이를 많이 하고 싶다. 욕도 하고 때리고 싶다. 쌓인 한이 너무나 많다.
아무튼 동원이는 역시나 늑대를 싫어하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 나도 좋아지려는 마음이 아주 조금 있기 때문이다.
                                 강민성(3학년)

책읽기는 아무리 해도 중요하다고 하지만 사실 따져보면 우리 삶에서 느끼는 진수에서 일부분일 뿐입니다. 위의 글처럼 정해놓은 형식없이 분풀이를 하듯 써도 좋고 읽어나가면서 생각이 바뀌거나 오히려 더 단호해질 수도 있는 것입니다. 사실 아이들에게 책읽기만큼이나 따분하고 지겨운 일이 있을까요. 책은 정성스럽게 읽다가 아니다 싶으면 덮거나 던질 수 있는 것이며 남에게 이끌려 의무적으로 읽어야 했던 자기 판단이 잘못된 것임을 느낄 수 있는것이기도 합니다.
지금은 책도 선뜻 자기가 고를지 못할 만큼 권장하고 필독하고 추천하는 남의 입김에 맡겨버린 시대가 되어버렸기 때문에 당혹스런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닐 것입니다. 자꾸 자기만의 판단 영역이 사라지고 권한 없는 직위에나 오른 것처럼 살찐 왕이 신하들이 갖다 바치는 음식을 먹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어느 분야에나 전문가가 있기 마련이지만 책에서만큼은,(아니 다른 문화 분야에도 마찬가지) 자기만의 눈썰미를 믿고 무엇보다 책에 제대로 감동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섣불리 전문가가 되려고 하거나 공부 조금 했다고 다 아는 것처럼 거짓 정보를 전파하려고 해서도 안 됩니다. 자신이 감동하지 못하는 것은 어느 누구에게도 감동을 줄 수 없는 법입니다. 그래서 보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는게 아닐까요?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보다 보는 만큼 느끼는 만큼 세계가 열린다는 말이겠지요. 그림책에서부터 동화책, 인물이야기에 이르기까지 똑같이 적용되는 말입니다.


홍영우 그림책 <홍길동>(보리)을 읽고


맨 처음에는 홍길동에 대해서 잘 몰랐다. 그런데 선생님이 홍길동이란 책을 읽어주셔서 알았다. 무엇을 알았냐 하면 홍길동은 아버지를 아버지라고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고 부르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것은 잘은 모르겠지만 엄마가 두 명 있어서 그런 것 같다. 그리고 홍길동이 힘든 일을 거쳐서 대장이 된 것 같다는 것도 알았다.
홍길동이 끝부분에서 임금에게 말한 약속은 임금이 지키지 않았을 것 같다. 왜냐하면 임금은 홍길동을 싫어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홍길동도 다른 나라를 만들었다고 한 것을 보면 임금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궁궐에 가지 않았을 것 같다.
홍길동이 가난한 사람들의 재물을 다 돌려주었다고 하는데 그것을 홍길동에게 다 바쳤을 것이다. 왜냐하면 홍길동이 재물을 다 돌려주었기 때문이다.

                                      오나경(창신초등학교 3학년)


홍길동은 처음으로 읽었다. 홍길동은 버릇없는 놈이다. 남의 물건을 훔쳐다가 남한테 나눠주는 일은 버릇없는 짓이다. 그게 아무리 가난한 백성들을 도와주려고 했다고 해도 도둑질은 나쁘기 때문이다. 왕한테 나쁜 양반들과 벼슬아치들을 몰아내서 백성들한테 뺏은 양식들과 보물들을 돌려주라고 했어야 옳다.

                             박종근(한벌초등학교 3학년)


홍길동은 어린이 때도 서울에 살았다. 아버진 형을 아빠라고 안 했고 형이라고 안 했다.
홍길동이 무거운 바위를 들어서 너무 힘이 세다. 홍길동은 동굴에서 잠자다 괴물이 와서 누구냐고 했다.
부하들한테 허수아비를 만들라고 시킨 것은 나쁘다. 부하들이 힘들어하는데 시키는 건 나쁘다.

                   김현경(덕벌초등학교 1학년)


'홍길동은 왜 의적이 되었을까?' 하는 생각으로 나는 생각했다.
간단하게 나는 "가난한 사람들을 돕기 위해서"라고 말하였는데 그건 뭔가 부족했다. 홍길동이라는 책을 읽었을 때 보족한 걸 알게 되었다.
사람들을 돕기 위해서와 나쁜 사람들을 혼내주는 거였다. 나는 무작정 그냥 "가난한 사람들을 돕기 위해서"라고만 했는데 그게 아니였다. 무작정 하는게 아닌데..
홍길동은 착하다.
왜냐하면 나쁜 사람을 혼내주고 물건을 주인에게 돌려주니까 말이다. 그리고 홍길동이 나쁜 사람이라고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홍길동이 세운 나라에 가고 싶다.


                      조세인(덕벌초등학교 2학년)

이렇듯 하나의 책을 놓고도 아이들의 생각은 다 다릅니다. 살짝 아이의 수준?도 엿보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잘 한 아이의 글에서 조금 떼어다가 모자란 데에 붙일 수는 없는 것이겠지요. 사실 아이들은 책을 건성건성 읽는 경우가 많다 보니 문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거나 무슨 환경인지 모르고 잘못 판단하기 쉽습니다. 한글만 떼면 서둘러 읽어내기 바쁜 삶을 살다 보니 살피고 몸 담아볼 수 있는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위의 글은 함께 읽어보고 하나 하나의 생각들을 들어본 다음에 이야기한 끝에 나온 글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무관심하여 알게 뭐냐는 식으로 자신의 무지와 그릇된 생각을 자랑하듯 떠버리고 나가는 아이도 있으니까 잘 조율할 필요성을 느끼게 됩니다.



<영원한 주번> 김영주 글/고경숙 그림/재미마주


나도 주번 명찰을 가지고 애들한테 명령을 내리고 싶다. 그렇게 되면 나는 계속 웃겠고 잘못해서 선생님한테 맞을 때도 웃겠고 애들한테 놀림을 당했을 때도 웃겠고 맞을 때도 안 아프겠고 그렇게 되면 좋겠다.
그러나 이 책에서도 명찰을 샀는데 나한테 잘난 척을 하면 한 대 때리고 싶다. 나는 이렇게 명찰을 사서 거짓말은 안할 것이다.


         김범준(청주 우암초등학교 2학년)

앞서 글쓰기에서도 말씀드렸듯이 책읽기를 통한 글쓰기에도 너무 잘 쓰게 하려다 글을 망치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위의 글이 말해줍니다. 모든 것이 뒤떨어진다고 생각하는 부모의 염려와는 달리 마음껏 자기 표현을 할 수 있는 자리를 갖지 못했기 때문에 그렇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생각과 느낌을 써야 한다는 망령에 휘어잡혀 어렵다는 글쓰기가 더욱 더 어려워지게 해서는 안 됩니다. 주인공의 심리를 자기의 경우와 맞물려 아주 잘 표현해낸 글인데 투박하고 낯설다는 이유만으로 가려서는 안 됩니다. 마치 ‘완장’이라는 소설의 한 대목을 줄여놓은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그런 마음을 책읽기를 통해 마음껏 발산할 수 있도록 대화가 필요한 것이지요. 이런 역할을 부모가 틈틈이 해준다면 책읽기야 말로 즐거운 일이 되겠지요.

끝으로 좋은 책을 사례로 들어 못다한 구석을 채울까 합니다. 참조하시고 지속적인 책읽기를 실천하고 책으로 아이들과 가까워지려고 노력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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