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악수 ”
똥거름에서 나온 거지 광문이* 다
떡잎이 붓뚜껑을 열고 나왔으니
귀동냥으로 배운 몇 자 갈겨 볼까나
막 흙덩이 헤치고 나온 두더지 물큰한 주둥이마냥
호박 더듬이가 내게 악수를 건넨다
손가락을 내미니 달팽이 더듬이 같은 그것이
간지박 태우듯 흔들다가 손가락을 굽어말기 시작한다
이대로 서서 타고 넘을 수 있는 막대기가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는데
장애물이 곧 지지대요 터닝포인트라는 듯
자기만의 방식으로 거머쥔다
바람에 흔들리며 존재를 알리듯
날 짚고 말아 올라가겠다고 말하는 것일까
반갑다는 인사겠지
그러나 다리가 저려 오래 있지 못하는 내 몸은
삭정이만도 못하다
손가락을 빼고 나니 손가락 만큼의
꼭 쥐어서 더 짜부라든 동그라미가
아쉽게 흔들리고 있다
반가울수록 손아귀에 힘이 가는 사람과의
악수가 허공에서 흔들리고 있다
아니, 연을 맺지 못한 가락지처럼
맴을 돌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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