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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수

책 속 한 문장, 또는 장소

by 참도깨비 2021. 9. 7.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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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악수 ”


 똥거름에서 나온 거지 광문이* 다
 떡잎이 붓뚜껑을 열고 나왔으니
 귀동냥으로 배운 몇 자 갈겨 볼까나
 막 흙덩이 헤치고 나온 두더지 물큰한 주둥이마냥
 호박 더듬이가 내게 악수를 건넨다
 손가락을 내미니 달팽이 더듬이 같은 그것이
 간지박 태우듯 흔들다가 손가락을 굽어말기 시작한다
 이대로 서서 타고 넘을 수 있는 막대기가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는데
 장애물이 곧 지지대요 터닝포인트라는 듯 
 자기만의 방식으로 거머쥔다
 바람에 흔들리며 존재를 알리듯
 날 짚고 말아 올라가겠다고 말하는 것일까
 반갑다는 인사겠지
 그러나 다리가 저려 오래 있지 못하는 내 몸은
 삭정이만도 못하다
 손가락을 빼고 나니 손가락 만큼의
 꼭 쥐어서 더 짜부라든 동그라미가
 아쉽게 흔들리고 있다
 반가울수록 손아귀에 힘이 가는 사람과의
 악수가 허공에서 흔들리고 있다
 아니, 연을 맺지 못한 가락지처럼
 맴을 돌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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