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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상생충북 1~3월 선정도서 <봄볕 거래서>

참도깨비 추천 도서

by 참도깨비 2022. 1. 3.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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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어렴풋이 안다고 생각했던 충청도 말 깊숙이 들어가 낭중에 쓸 데가 있을 거이니 암 말뚜 말구 받아 둬 수툴리믄 팔아뻔지든가 묵히’(<따비밭-소이 5>면 묵정밭이 될 수밖에 없는 말과 음식, 꽃과 집 이야기다. 시에서 화자는 시인의 아버지인 경우가 대부분인데 음성 소이라는 옛 공간에서 살았던 화수분 같이 흘러나오던 이야기다. ‘아버지의 소이 말에 나타난 삶의 근간이 보이는 시편들이 다른 충청도 말을 근간으로 한 육근상 시인의 여우()이나 이정록 시인의 홍성 말, 남덕현 시인의 산문집 충청도의 힘에 서 확인한 살뜰한 말들과 연대를 하는 듯하다.

구술하는 아버지의 얼굴빛이나 목소리 톤, 손짓까지 보이는 듯하다. 햇볕에 내놓은 반찬거리가 그냥 말르는 것도 아니고 삐들삐들말리니 내륙의 간고등어나 말린 생선처럼 밥상을 일으키는 맛마저 그대로 느껴져서 사투리라는 낯선 말에서 친근함을 느끼게 된다. 소이의 말과 음식, 꽃들은 시인이 다시 돌아가 눕고 싶은 아흔아홉 창문이 있는 돌배나무집이기도 하다.

 

대문 밀고 들어서면 횟독으로 만든 화단 우물 위로 돌배나무

옆댕이 사발꽃 오야나무 쪼꼬만해도 맛은 있었어

자러서 그리치 달리긴 음청 달려 동네 아덜 다 먹고도 남었어

장꽝 옆 굴뚝모팅이 부추꽃 복궁딩이 살구 자두 복숭아 맛이 좋았어

살구낭구에 달이 걸려봐 마당이 훤하지 토광옆 외양간 지붕에 박꽃은 어떻고

대추낭구도 메나리꽝 위에 싱그구 막골 유가네 모과 낭구 갔다가 울타리 가세다 몇 개 싱궜지 과일 낭구구 뭐고 터만 있으면 심어 놓능겨 꽂아만 놔봐 다 달리지

 

유다락만 해도 문이 몇 개여 살구낭구 쪽 그 짝에서 해가 뜨거든 안마당 바깥마당 삼지 사방으로 창을 냈어

부엌으로 댕기는 문 부엌에서 안방으로 반찬 그릇 드나드는 쪽문 아랫방 웃방 미닫이 안방 옆으로 미닫이 마루 문만 해도 열 개는 될 걸

 

후미리에서 젤 낳게 졌다 혔어 넘들은 아흔 아홉칸 방도 짓고 사는데 창문이라도 내야것다 한 겨 내가 지니까 내 맘대로 한 겨

 

성춘희, <아흔아홉 창문집> 전문

 

아름다운 창조자였던 아버지를 둔 시인은 아흔아홉 창문을 낸 집에서 시를 발견한 것이다. . 쪼꼬만해도 맛있기만 한 돌배가 달리는 집의 나무와 꽃들의 배치가 이룬 자리에 그려지는 상상의 그림만으로도 환하다. ‘살구나무에 달이 결려봐 마당이 훤한 곳이기에 그것들에 감응하고 교감하기 위한 통풍까지 고려한 집이어서 자신의 시가 가난했지만 그런 호사를 누리고 살았다는 것을 알려주는 기억의 공간이어서 아름답다. 시인과 함께 아흔아홉 집 마당으로 들어서는 것만으로도 시 읽기가 즐거워지고 따뜻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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