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송현 총대장의 <모든_것은 도서관에서 시작되었다>를 다시 읽었다. 그를 총대장으로 부르는 것은 일종의 골목대장과도 같은 뜻에 가깝다. 골목이 살아있고 그 안쪽으로 들어가면 작은도서관이 있고 책 모임이 있었던 시절을 아직도 음미하며 부르는 애칭이기도 하다. 청주의 <초롱이네도서관> 의 오혜자 관장이 있음에도 총대장으로 부르는 것은 해마다 10월이면 작은도서관 식구들이 상당공원에서 모여 가을동화잔치를 할 때 '팥이 영감'이 되어 아이들을 끌고 다니던 역할에 잘 어울리기 때문이다. 작은도서관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삶을 살았던 것을 기억하는 사람들이라면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그가 10여 차례에 걸쳐 북유럽 80여 곳의 도서관 현장을 답사해 완성한 북유럽 도서관 견문록. 이 책은 단순한 선진 도서관의 면모를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북유럽 국가가 보여주듯 도서관을 가능하게 만든 사회 시스템과 도서관이 개인의 삶과 공동체의 변화를 다루고 있다. 복지사회로 대표되는 북유럽 국가들이 사회 변화는 도서관에서 시작되었다고 본 것이다. 도서관을 한마디로 커다란 책이라고 말하는 까닭이 바로 도서관을 중심으로 세상이 바뀌고 한 국가의 틀과 담론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견문록에 담아내고 있다. 흔히 벤치마킹이라는 이유로 둘러보고 와서 보고서로 끝내고 이상한 모델을 제시하는 자치단체의 도서관 이해와는 차원이 다른 삶 속에서 도서관이 바꾸어가는 진정한 복지를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다. 구조적으로 틀어진 도서관에 대한 생각을 바꾸지 않으면 이루어낼 수 없는 일이어서 꼼꼼히 읽어야 한다.
작은도서관의 시작도 마음 놓고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눌, 마을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어야 한다는 원칙 같은 것이었다. 아이를 포대기에 싸안고 와서 아이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면서 어린이문학의 역사를 배우면서 한 마을에 산다는 것에 행복해 하던 시절이었다. 세월이 지나 그때 그 공간에 있었던 아이들이 자라 어른이 되고 책을 읽어주고 공감했던 부모들은 나이가 들어 추억을 이야기하지만 모든 것은 도서관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을 안다. 세월이 흘러 공공도서관이 늘어나고 복합문화센터라는 이름으로 도서관이 변화하였어도 마음속의 도서관이 자리하고 있음을 저자는 행간에 감추고 있다.
작은도서관 활동(여기서 활동이란 작은도서관을 꾸려나가는 일부터 작은도서관 공동체를 만들고 교류하고 공공성을 얻기 위해 지원과 공감을 이끌어내고 더 나은 정책을 만들어내도록 지난한 협상 과정도 담겨 있다)을 꾸준히 하였음에도 풀리지 않는 과제를 안고 북유럽 사람들의 복지에서 대안을 찾은 것이다. 책과 사람이 중심이 되어 삶을 바꾸고 문화와 국가의 틀을 바꾸었음을 보고 느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돌아와 공공도서관과 작은도서관 사람들, 그리고 시민사회와 토론회를 통해 강조하였던 것도 형식적인 모델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었음을. 지금도 자치단체장과 정책을 이어 받은 책임자들은 그럴 듯한 모델을 벤치마킹하고 실현하려고 화려한 덧칠을 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유유히 흐르는 강물이 모래톱을 만들고 여울을 만드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변화하지 않고는 우리 삶에 제대로 내려앉을 수 없는 것인 데도 늘 처음인 것처럼 다시 리모델링하는 도서관 정책들 앞에서 이 책을 다시 읽어야 하는 까닭이 있는 것이다.
그는 아직도 발품을 팔아 이웃도서관을 탐방하며 견문을 넓히고 가까이는 우리 동네를 시작으로 우리 사회, 나라의 기반을 만들어줄 도서관에 대해서 생각하고 실천하는 사람의 길을 걷고 있다. 이 책에 나온 북유럽의 도서관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시 우리 현실에 대입해 보면서 우리가 얼마나 배부르고 목표와 정량평가적인 삶을 살고 있는지 생각해야 할 시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책과 사람이라는 중심으로 돌아와 보르헤스가 눈이 멀어서야 국립도서관장이 되어 보았던 더 크고 넓은 도서관의 역사를 써갈 수 있을 것이다.
누구도 눈물이나 비난쯤으로 깎아내리지 말기를. 책과 밤을 동시에 주신 신의 경이로운 아이러니, 그 오묘함에 대한 나의 허심탄회한 심경을.
신은 빛을 여읜 눈을 이 장서 도시의 주인으로 만들었다. 여명마저 열정으로 굴복시키는 몰상식한 구절구절을 내 눈은 꿈속의 도서관에서 읽을 수 있을 뿐.
낮은 무한한 장서를 헛되이 눈에 선사하네. 알렉산드리아에서 소멸한 원고들 같이 까다로운 책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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